잡문

들꽃수목원 출사 (2012.6.13)

난해 2015. 9. 28. 16:59

초겨울의 들꽃수목원

12월도 안되었는데, 날씨는 왜 그리 추웠는지?

초겨울에 꽃을 찍으러 간다고. 허기야 늦겨울 야생화 찍으러 눈밭을 헤매기도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 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최두석 시인의 시구대로, 꽃 사진을 찍으면, 웃음이 찍히겠지.

청소년 수련원에서 모여 보니, 학송씨도 없고, 1기는 혼자다.

아직 수필반원들과는 덜 친숙한 가운데, 초예가 꽃이 되었다.

연식씨로 기억되어 있는 연옥씨의 전화번호에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양평읍 오빈리 들꽃수목원에는 들꽃대신 삼색제비꽃(팬지)무리가 많이 피어있었다.

제비꽃 무리는 추위에 강한가보다.

초예씨의 접사링을 빌려 접사를 하는데, 초점은 안 맞고, 호흡도 안 맞고,

쪼그려 앉은 자세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보다 못한 간지선생님, 이웃 비닐하우스의

적색바나나를 찍어보라고 했다.

들꽃전문가 박병권씨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염치도 없이, 식물의 생식기관에

렌즈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나 들이대면 들이댈수록, 생식기관의 색은

그렇게 화려하고 고혹적인지.

P.S.

그날의 백미는 국수리국수집의 된장칼국수였다. 국수와 된장의 만남은 일품

요리가 되는 것인가 보았다.

점심 후 문금, 연옥씨와 수목원에 돌아가, 방과후 숙제를 하고(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연옥씨 안내로 양수역 옆에 위치한 북한강철교를 찾았다. 1939년에

개통되어, 수없이 기차들이 북한강을 건넜던 녹슨 철교.

지금은 남한강 자전거 길의 명소가 되었다. 철교 위에서 본 북한강의

노을과 매직하늘, 발이 어는 줄도 모르고, 찍어댔다. 역시 나의 매직은 매력이

없었다.

주위는 깜깜해지고, 문금씨의 집에 안가냐는 전화독촉을 받고 서둘러 가보니,

그녀는 백미리 마이크로랜즈 만 갖고 있어, 어이쿠, 잘못 했구나하며, 그녀의

배려에 감탄하였다.

퇴계원 경성집에서 연옥씨와 된장 보신탕을 맛있게 들며, 또 한 번 문금씨에게

속으로 사죄를 했다. 된장과 개고기도 찰떡궁합?

(2011.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