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오탁번의 폭설

난해 2017. 8. 4. 17:33

폭설(暴雪)


三冬(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南道(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暴雪(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ㅡ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ㅡ워메, 지랄 나부렀소 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 싸게 나오쇼 잉!

 

왼 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 하게 보일 뿐
온 天地(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宇宙(우주)의 迷兒(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ㅡ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 돼 버렸쇼 잉!

 

******* 

 

에로티시즘의 시..시의 새로운 지평을 긋고 있다고나 해야 할까요?

오탁번은 폭설(暴雪)- 이란 시로 유명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