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에 발 담그고(2012.8.19)

난해 2017. 8. 4. 22:07

올여름은 정말 덥고 변덕스럽다.

 

오늘 날씨는 더 그렇다.

소나기 나리더니, 우산 펴면 비가 그치고 햇빛까지 비추인다.

이어 우산 접으면 비가 나리고.

여성들이 모두 여시가 되어서인가?

 

유재건친구 이재춘친구 강동팀이 정답게 나왔다.

산에 오르면 재건친구, 귀도 전연 안들리는데다 균형잡기 어려우니,

강동팀은 우리가 산행 끝나기까지 도봉산 입구에 있는다고하여

산행대신 둘레길을 모두 같이 돌기로 했다. 날씨도 그렇고.

 

망월사역근처에서 도봉산,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더구나 계속되는 비로 실개천이 몸이 불어 흘렀다.

11시 넘어 둘레길에서 조금 벗어난  실개천 옆에 자리를 폈다.

휴일인데도 우리뿐인 호젓한 장소, 서울에 이런 장소가 다 있다니.

 

천도복숭아, 귤을 물에 동동띄우고,

무좀걸린 발, 잘생긴 발, 매니큐 발른 발 등을 실개천에 담그고,

막걸리, 매실주 한잔 권커니 자커니-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오랜만의 여유 있는 산행이라고.

 

이어 2시반 도봉산입구에서  천병헌 민경희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

둘레길을 잇다가,

입구 냉천 하류에서 다시 발을 담궜다.

족탁하는 옆의 여인들한테 아오리를 얻어 먹기도하고.

내 얼굴이 불쌍해 보이나 봐, 왜 여인네들이 먹을 것을 자꾸 주지?

 

도봉산입구 생맥주집에서 두친구와 준회원 한친구 가세하여 시끄러운 술판을 벌였다.

파닭, 마늘닭, 돈가스, 만두 등의 안주로----- 파닥파닥

현직 친구가  뒤풀이 대금을 흔쾌히 냈다.

고맙다. 친구야.

 

시끄러운 술판은 친구들을 좀 더 이해하는 장이 아닐까?

대화가 안되어 답답한 친구의 심정도 이해하고(유재건친구에게 가끔 실없는 문자라도 띄우면 안될까?)

친구들의 어려운 점, 단점을 이해한다든가. 남녀간의 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하고.

공자같은 얘기라고?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어쩌면 그 자리는

         하느님이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의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이창건의 구석)

 

자리는 노래방으로 이어져, 시끄럼을 진정시켰다.

My way라는 노래도 불렀지만,

아무리 친한 우리들 사이에도 한 친구 한 친구의 길을, 그리고 개성을 무시할 수는 없고,

이해해 주고,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때로는 넘어가 주는 것이 친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노래방값 음료수값을 내준 이영욱 민경희친구 고맙다.

 

(참석한 친구들)

김수동 김용문 김현직 민경희 유재건

이영욱 이윤희 이재춘 조경진 천병헌

하태욱 외 준회원2명

 

(회비입출)

회비입금 110천원

뒷풀이  126,500원 (김현직친구 지불)

노래방, 음료수 (이영욱 민경희친구 지불)    

소계  +110천원 (회비잔액 : 1,20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