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거리는 봄길(2014.2.15)
마천역에 모인 친구들 10명,
작년 2월에는 임춘호친구를 비롯, 여섯명이 모였었는데-
무엇보다 즐거움이 앞섰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을 때,
느림뱅이 민경희 친구가 온다는 전화.
입구 땅콩장사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흰머리가 나타났다.
문산에서 온 친구, 늦었다하기보다는 상을 주어야할 것같았다.
남한산(479.9미터) 오르는 길은
급한 경사길보다는 골프장쪽으로 난 휘어져 돌아돌아 가는 길이 좋다.
음지쪽이 많아 아직 눈길이고.
며칠 전 이상갑친구 상가에서 만났던 유오갑친구,
"산에 다니는 친구들은 왜 이렇게 빨리 가냐?
이제 산엔 그만 가야겠다"고 농하던 친구,
지친 기색 없이 잘만 갔다.
산성길에 들어서니, 음지는 눈길이었지만,
양지는 질퍽거리는 봄길이었다.
작년 2월산행일은 2/18이었는데도
이렇게 질퍽거리지 않았었다.
깃발 날리는 서문 그리고 북문을 지나
산성로타리로 내려오는 포장길, 잔설이 조금 남아있었다.
우측으로 행궁이 보였다.
일국의 왕이 오랑캐를 피했던 초라한 궁.
그렇게 잘 쌓았던 성인데도, 한판 싸워보지도 못하고
문을 열어주었던 치욕.
이틀전 이상갑친구 출상날,
최영진 친구의 '신조선책략'발간을 축하하는 우리들의 조촐한 모임도 있었지만,
아둔한 관리들, 진작에 청나라와 화친하고 받아들일 책략이 없었다.
4년째 2월마다 들린 산성민속집,
민속집 앞마당의 봄볕이 좋은지,
친구들 한참 밖에서 서성댔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새가 울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고---
김지탄 친구를 닮은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를 생각하며,
친구들은 친구들과 같이 있음을 행복해했다.
두부전골에 천병헌 이종렬친구 어부인들이 준비해준 음식에--
이영욱회장 건배에 맞춰 소맥잔을 부딪쳤다.
회장님, 황송하게도 사년 산악회장했다고 선물도 하사했다.
친구들, 고맙소.
얼근해져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남한산성입구역까지 내려오는 길,
작년에는 얼음길이었는데--
그럼에도 휘청거렸던 이종렬친구,
20년된 쌔무등산화 덕이었다.
역근처에서 김현직친구가 돌린 야쿠르트,
피로가 가셨다.
아쉬운 점은, 사무실의 전산이 버벅거려 나오지 못한,
서락의 쾌활한 얼굴도 못보고,
맛나는 과매기 맛도 못본 일이다.
(나온 친구들)
김지탄 김현직 민경희 유오갑 이영욱
이윤희 이재춘 이종렬 천병헌 하태욱
황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