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의 눈물어린 삼악산(2010.11.4)
수요산행길(11/3), 경춘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만추의 기차여행, 생각이 깊어집니다. 또 한해가 기울어 가고.
빈 옆자리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앉히고 싶군요.
등선폭포 골짜기길, 벌써 겨울의 냄새가 물씬 묻어나오고.
추위에 제색갈 못내고 떨어진 은행잎들-----
지난 달, 임진욱친구가 타계했다는군요. 김동원군에 의하면.
제대로 살다, 제빛갈을 내고 갔으면하는 바램인데.
용화봉 오르는 길, 흥국사 대웅전.
목탁소리 청명하고, 절하는 여인네의 간절한 마음이 빨갛게 불탑니다.
빨간 양말, 웃옷보다 더 붉게.
흥국사 절터는 패퇴하는 궁예의 한이 서린 곳입니다.
옛날 맥국의 궁궐터라고 하기도 하고.
급하게 오른 삼악산 최고봉, 용화봉, 얼굴은 이지러만 가고.
가을이 되면 더욱 추---해지는군요.
칼날같은 능선을 타고 의암댐쪽으로 내려오니, 상원암 칠성각 옆, 산왕전은 월동준비를 마쳤군요.
산왕이 되었으면-----
상원사 절고양이 하태욱군에게 애정을 보냅니다.
친구는 출가한 딸이 기르던 고양이를 인수받아 기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입구까지 고양이의 환송을 받았죠.
의암댐 바로 위, 춘천을 가려면 꼭 거쳐야했던 길입니다.
호반의 도시로 가는 터널길.
하산후,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등선집에서 민물매운탕에 청하 한잔 기울였죠.
오전 강촌교에서 만난 집주인, 산행이 시작되는 등선폭포 입구까지, 그리고 하산후 의암댐에서 강촌역까지,
봉고차로 우리를 배달했죠.
강촌역 담장에 매달린 사랑의 자물쇠들, 채운다는 것은 비극이죠.
사능역이 가차워오자, 노을은 불타고 있었죠.
옆의 여행객들과 사능에 묻힌 단종비에 대해 예기했죠.
청상과부가 되어 60년 이상 님을 생각했던 여인에 대해.
우리는 성북역에서 기차를 내려, 방학동으로 향했습니다.
스므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과, 김용문, 이수영군이 낚아온 우럭, 장대, 광어 등으로 큰 한판을 벌렸죠.
산낚시를 했나?
친구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하루-------
그러나 다음날은 죽었죠. 못하는 술을 잔뜩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