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을에서 대나무마을로 (지리산둘레길 9-11코스) (2011.10.31)
미국에서 온 도원, 의철군은 만나보았지만, 상호군도 한번 만나봐야지 했는데---
올 초여름에 이어, 지리산둘레길 9-11코스를 계획대로 돌기로 했다.
10월 마지막날, 남부터미날에서 7시 30분 진주행 버스를 타고,
무주를 지날 때, 짙은 가을안개가 앞을 가렸다.
산청군 원지에서 내려, 덕산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안 승복 입은 보살님의 표정이 밝다, 손에는 묵주를 끼고 있고.
덕산에 내리자마자 기사식당을 찾았다(12시7분전). 물가고에 밥값을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린 모양.
지난 유월 둘레길 돌 때, 택시비 만원 아끼려다 쫄쫄 굶은 생각이 났다.
돼지고기+ 취나물졸임+고봉밥+덕산생막걸리+
맛도 그만, 양도 푸짐. 고봉밥은 생일날만 받는 것인데.
12:40 덕천강을 건너 출발했을 땐, 제트기도 우리를 축하해주고,
초입부터 감나무 우리를 반겼고,
감나무 아주매, 우리가 뭐가 이쁜지, 익은 감 푸짐하게 그냥 주는게 아닌가.
배부른 병헌군, 내배낭 옆구리에 감을 쑤셔놓아,
배낭 무게 는는 것은 둘째, 감서리한 모양에 고발이나 안당할지?
다음날 택시안에서 보니, 터진 감이 되지 않았겠나.
곶감작업이 한창이라, 버려진 감껍질이 강렬했다.
덕천강가 약수터에서 목 축이고,
처음 보는 차나무꽃, 신기해했다.
중태 둘레길안내센타는 월요일이라 휴무.
대숲이 보이기 시작, 아! 하동이 가까웠구나.
감 한개와 파란 잎 하나, 올해의 끝도 멀지 않구나.
미국에서 온 둘레꾼 가세. 오늘 처음 만난 둘레꾼.
' 미국에선 감을 안 먹습니다. 트래킹을하면 곰이 무서워 여자 혼자는 못다닙니다.
지리산 등정길엔 혼자 가는 여인도 많아 놀랐구요. 어쩌구 저쩌구'
곶감준비는 잘 되어가고,
그나마나 키큰 감나무, 감채로 감 하나 따기 힘드네.
중태재(하동에서는 갈치재라 부른다) 오르는 길, 갈나무잎은 쌓여 있고.
중태재(산청군 시천면)를 넘으면 하동군 옥종면. 시천면의 '시'자는 감'시'자.
주저앉은 재혁군 그날따라 발걸음이 쟀다.
하동의 대나무밭은 시작되었다.
대나무는 나무라고 이름이 붙어 있지만, 풀인지 나무인지 설이 분분하다.
대나무는 분류학적으로 벼목 화본과(벼과)에 속해 있다.
9코스 목적지 하동군 옥종면 위태(상촌) 대나무 밭에는 산까지인지 많은 새들이
놀고 있었다. 꽃을 피워 봉황이 날아들었나? 꽃은 몇십년만에 떼로 핀다고.
하동의 가을은 익어가고 있었다.
신등마을, 위태마을, 아직도 베지않은 논과 단풍이 조화되고 있었다.
감나무골에서 벗어난 넓은 들. 하동의 첫 분위기였다.
올유월, 힘든 산청 웅석봉 넘어 탑동마을에 들어섰을 때 느낀 푸근함이라할까?
콩타작, 깨타작 준비는 되어가고,
대나무와 억새와 내마음은 가을바람에 나부끼고.
평화로운 위태마을에서 지네재 오르는 길, 10코스는 시작되었다.
4시간 걸리는 9코스를 3시간만에 주파하고, 10코스를 시작한 것은 재혁대장의 잰걸음 덕이다.
오율마을 가는 길, 은행잎도 밟고,
마음을 붉게 물들이기도 하고,
장승을 멋지게 치장한 하동친구에 감탄도 하였다.
청암면 궁항마을로 가는 호젓한 길을 지나,
양이터마을 가는 길을 앞에 두고, 궁항마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하동의 배농사꾼 안규철군을 만나려고, 우리는 둘레길에서 벗어나 청암저수지(?)쪽으로
아스팔트길을 한시간 걸었고, 규철군은 하동읍에서 애마를 몰고 왔다.
궁항마을에서 앉아 있었으면, 헛고생도 안했을텐데.
친구는 우릴 찾아오는데, 우리는 가만이 있어야 되는냐하는 것이 대장의 지론이었다.
하여튼 우리는 횡천 솔잎갈비집에서 주지육림에 빠졌다.
품위있게 늙어가는 친구가 반가웠다. 삼성전자 다니다 때려치고, 의대다니는 외아들은
졸업반이지만, 마흔이 가깝고, 마나님은 현직 교감이라고.
위암수술했다는 임춘호군 소식에 놀라고, 폐암에 허덕이는 친구소식엔 침울해했다.
최무영, 오세종, 이세혁친구 등 모든 친구에게 안부 부탁했다.
열시, 하동읍에 있는 5만원짜리 고급모텔(복층으로 되어있는 모텔은 난생 처음)에
짐을 풀고, 색씨한테 보고하는 병헌군.
세계인구는 70억이라는데,
아직도 백곰은 존재한다구.
가요무대에선 10월의 마지막밤이 흐르고 있었다.
그친구는 그곡 하나로 여태까지 잘 나가는데-------
황금아침은 밝아오고,
28천원어치 택시타고, 하동읍에서 어제의 종점, 궁항마을에 9:16분 도착했다.
감나무위에 집지은 까치, 참 현명하다.
뒤돌아보는 궁항마을, 어제 걸어온 길이 남아있었다.
이곳 출신 서기관의 영전 프랑카드가 붙어있고,
감나무와 하늘, 그리고 구름.
정승화군이 감나무 잘 찍어오면, 10만원 주겠다고?
지붕 오른쪽 매달린 메주와 감, 매달리기는 마찬가지.
집은 그림같지만, 시골아낙 생활이 휘어져 있다.
예쁜 대문앞 소품. (징, 우체통, 경고판)
나그네는 양이터재를 향하여,
대문도 지나고,
양이터재 벤치에서 간식을 들었다.
길을 다시 떠나, 지리산둘레길, 그중의 명품길을 걸었다.
길옆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용담꽃의 귀한 자태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감나무후보 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