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을 벗삼아, 지리산둘레길을 마무리하며2
다음날 새벽, 아침을 준비하며.
임두령군의 미소, 도사가 된 것 아닐까요?
거창한 아침식사(어제 저녁 찬에 돼지찌개 추가) 후 김정식이장 내외와 함께.
우리는 이장댁의 무공해식품을 택배로 주문하기로 했죠.
봄에는 봄나물, 두릅, 죽순, 고사리. 여름에는 매실. 가을에는 고추, 감. 된장은 시시때때로.
사모님은 산동콩사랑영농조합 대표.
우선 된장 4키로 주문완료.
8시반 산동-주천 둘레길을 시작, 산동면사무소를 지나 원천마을 소로길 들어서자
화려한 석류꽃이 우리들을 반겼습니다.
우리가 친절한 동네청년에게 무슨 꽃이냐 물었더니, 무화과꽃이라고 하기에
머리를 갸우뚱했죠. '무화과는 꽃이 없다는데--'
하루내내 우리는 노고단을 벗삼아 걸었죠.
해가 갈수록 설악산보다는 지리산자락이 좋아지는 것은 웬일이죠?
계천리 현천마을에 들어서니, 장승도 회화적입니다.
처음에는 무당벌레로 알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반딧불같군요.
능선, 논자락, 모든 것들의 부드러움과 느릿함.
현계정을 돌아, 마을을 뒤로하고 가는 길.
제마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요번의 지리산길 내내,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산과 들에는 찔레꽃 일색이었습니다.
임두령군 왈 "장사익의 찔레꽃보다는 이연실의 찔레꽃이 더 좋은 것같아."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어릴 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산수유가 계시는 산동 계척마을에서 팔자 좋은 녀석 둘을 만났습니다.
천살을 더 먹은 중국 산동성에서 오셨다는 산수유할머니 앞에서.
산동면이란 이름이 이런 사유에서 왔다고 합니다.
천살이 넘으셔도 정정하시더군요. 열매도 많이 열고.
600년 넘은 계척마을 푸조나무.
남쪽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느릎나무과 식물이죠.
계척마을 지나 밤재 가는 길, 30년생 편백나무가 수만 그루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귀가 솔깃할 것입니다. 그 신선하고 향기로운 숲, 한번 가보시죠.
나무줄기가 길에 떨어져 있는데 표범같습니다.
대숲을 지나. 이곳에는 여기저기 죽순이 삐죽삐죽.
어느새 임군은 맛을 보았고, 호테리어군은 채취하여 가방 속에 너었다가 마나님께
진상하여 칭찬받았다 하는 군요.
밤재를 향하는 길, 뻐꾸기와 검은 등 뻐꾸기가 울어댑니다.
이놈들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으면, 뻐꾸기새끼는 주인새끼를
밀쳐버리고 멍청이부부는 남의 새끼만 잘 키우죠.
그러니 우리나라 산에는 뻐꾸기 천지죠.
검은등뻐꾸기는 네박자로 울어대는데,
골프장 캐디는 '버디쳐라'하고 운다고 하고,
깊은 산사 스님들은 '홀딱벗고'라고 운다고 표현합니다.
호테리어군의 오렌지 까는 솜씨 어떻습니까? 예술이죠.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식사가 너무 과분하여,
밤재가는 길 벤치에서 오렌지와 구례오이, 빵조각으로 점심을 때웠죠.
그는 의식주전문가, 특히 미식가인데다 애주가인지라,
같이 하면 술맛 나죠.
우리가 가는 길 아래는 밤재터널 지나 남원가는 차길이 나 있습니다.
밤재에는 5.25 지리산둘레길 통합 개통식 프랑카드가 걸려 있고요.
밤재는 겨우 해발 490미터의 고개, 구례산동과 남원주천을 잇는.
손책사군 무슨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밤재넘어 남원으로 향했습니다.
주천가는 길은 지루한 임도.
주천의 지리산유스호스텔에서 택시를 불러
남원고속버스터미널 근처 녹수찜질방에서 몸을 정갈히하고,
오후 5시차로 귀경, 콩나물 우거지해장국+소주 한잔으로 해단식을 하였습니다.
연휴였지만 다행히도 한시간 정도 계획보다 연착하였습니다.
님을 그리며 주변을 맴돈지 2년 8개월.
찬바람 불면 임을 만나 '사랑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어느날 새벽, 천왕봉을 향해 떠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