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우리의 추억 속으로 2
첫날 관광의 마지막 장소, 두무진, 조그만 항구.
두무진의 절경으로 가는 길.
숲속 길도 있었고.
일몰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였고.
친구들은 얼굴 밝혀주라 하고.
두무진 선대암을 내륙에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이든 친구들, 왜 그렇게 사진을 좋아하는지.
노을이 찐하게 물들었다.
충청도집에서 서해안의 해금강 절경에 회맛을 덧칠했다.
우럭 한접시+놀래미 한접시+놀래미 한접시, 자연산의 쫄깃쫄깃한 맛.
카 카 카 카스병이 늘어났다.
버스로 돌아오는 골목길,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가슴은 뛰고 있었지
카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우리의 숙소 '칸나' 근처는 불이 켜졌고,
우리의 방에는 여우가 출현했다.
말없는 신사, 태욱친구의 어머님이 싸주신 달콤한 왕대추를 후식으로 하고,
대추가 아기들 예쁜 주먹만 했다.
대장은 콘디숀이 안좋으신지 잘준비하시고,
우리는 백령도 명동골목으로 나섰다.
달은 이지러진 상현달.
백령리 조텔 지나, 키스를 지나, 노래빠를 지나서,
장어구이집에서 장어구이대신 조개구이를 주문했다.
육지의 조개보다 작고 쫄깃쫄깃한 조개가, 열을 받으니 슬슬 벌리기 시작했다.
일하는 총각, 은박에 말은 백령도 백고구마, 꽁치를 올려 놓았다.
하동촌놈이 명문 대광고로 올라온 사연 등을 털어놓는 사이,
신사 태욱친구의 술실력이 점점 늘고 있었다.
50대의 부산출신 가이드가 마침 이쁜 아가씨 하나 데리고 구이집에 오기에.
'최형'하고 불렀더니,
규철친구왈 아는체 안하는 것이 예의라고 나무랬다.
우리의 옷은 구절초꽃에 걸리고,
대장은 우리가 사온 아이스크림도 마다하고,
왕대추 하나 마나님 준다고 꼬불치더니 눈을 감았지만,
지가 마음대로 잘 수가 있남?
규철친구의 기차가 출발하자,
태욱친구가 이불채 없어졌다.
잠 못드는 대장, 담배 한대 피고 밖에서 들어오더니 박장대소,
이불채 친구가 없어졌다고.
필자도 웃음이 나오는데, 왜 종아리에 쥐까지 나지?
사태를 알아챈 규철친구 아줌마 방문을 열어보고,
채송화방도 열어보고, 안절부절.
너무 양심이 있는 친구였다.
내버려두지, 한두살짜리인가, 어데서 잘 자겠지.
백령도 아침은 안개에 푹 젖었다.
사곳해변 자연활주로, 바닥이 단단하고 수심이 낮다.
그런데 횟집에서도 해변에서도 꽃뱀의 눈길이 있었다.
어제와는 달리 바다는 잔잔하고,
구름은 무심했다.
두무진 근처 바위와 주변 물 속에는 점박이물범이 놀고 있었다.
주위에는 가마우지가 놀고.
가을철엔 이백 내지 삼백마리의 물범이 관찰되는데, 이들은 일부일처제라고.
일부일처제는 거짓말이겠지.
히히덕대는 친구들.
물범에 가까이 유람선이 다가가고,
물범 찍으려고 선밖에 나오다 모자가 날아갔다, 내모자가.
두무진에 내족적을 남긴 셈치자.
두무진(頭武津)은 장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이라고.
그런데 웬 꽃뱀이야.
길이 800미터 폭 30미터의 콩돌해안, 콩돌 한개 외부 반출하면 5천만원 벌금?
이곳에서 점심으로 옛날식 메밀칼국수+뱃령도막걸리
옆자리 서울서 온 세아줌마들, 종로3가 명문이 있는 여고를 나왔다는데,
명문여고 64년 졸업,
큰빛학교 나왔다하니, '명문사립고 나오셨군요.'하고 알아봤다.
조그만 인연도 얼켜, 나중에 배표가 바뀌어, 서로가 얽히게 된다.
바같어른들은 지금 혼자 뭘하고 있냐 했더니,
'집이나 보고있지, 뭘하겠어요?'했다.
열심히 일해 먹여 살렸더니--불쌍한 남자들!
막걸리도 문제이고 바뀐 배표도 문제였다.
백령도막걸리에 맛들인 규철군, 항구에서 한시간 반 기다리는 동안,
택시 운전사에게 막걸리 두병 택배시켰고,
가이드친구 착오로, 대청도에서 하루 더 머무를 명성아줌마들의 배표를 우리에게 주었다.
우리자리에 갔더니 웬 애기들과 엄마가 앉아 있어, 자리내라고 하니,
그러다 표를 대조하니 우리표는 27일표.
노인네들 '오늘이 27일 아니냐고' 떠들다, '아, 챙피!'
여행사와 배승무원들에 항의, 임시 좌석을 안내받았더니,
또 임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 열받은 199기 해병대전우, 규철친구 선내에서 담배 꼰아물고 젊은 선원과 다툼하다,
테레비보며 누워서 갈 수 있는 특실을 배정받았다.
6시정도 연안부두 천안집에서 뒷풀이를 했다.
병어회+병어조림+칼치조림+맥주, 맛은 끝내주고. 돌게 꽃게장 몇 접시나 써비스받고.
계산하려보니, 어느새 규철친구 내버리고, 못말리는 친구다.
택시타고 인천터미널 가니, 택시기사의 말과는 달리 진주가는 차도 없고.
재혁친구, 수원가는 버스로 가버리고.
셋은 전철타고 남부터미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전철 속에서 문제가 또 생겼다.
규철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규철친구 핸드폰이 연안부두 식당에 있다고.
규철친구의 전화번호를 누르니, 웬 서산식당?
'서산식당이유.' 나긋나긋한 천안식당 여주인 목소리와는 다른,
퉁명스런 여주인 말씨가 흘러나왔다.
식당 앞에서 주운 핸드폰이 서산식당에 맡겨진 모양.
다행이도 목소리는 퉁명스럽지만,
마음씨 고운 충청도 아줌마, 택배로 부쳐주겠다고.
다행이도 진주가는 차가 바로 있어, 규철친구를 태워보냈다.
그리고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잊혀지질 않을 백령도 여행.
잃어버린 것도 많고, 부인들에게 죄진 것같고,
충정도식당들과 인연이 많았었던 여행.
그러나 우정은 잃지도 말고 잊지도 말게나.
태욱 친구 고맙네, 끝까지 말없이 동행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