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탕길에서 춘양목 솔향기 속으로-외씨버선길 9.10코스-(2012.11.1)
날씨는 추워지고, 계획하고 있었던 외씨버선길을 서둘렀다.
날은 짧아지고, 11/1(목) 7시 지나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해가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버스가 한강을 건너자니, 늦가을해가 아름다웠다.
외씨버선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군의 합작품이다.
네개군을 합한 모양이 오이씨버선?
오이씨처럼 볼이 좁고 모양이 갸름한 모양.
영양에 조지훈시인의 생가가 있고,
그가 지은 '승무'에 외씨버선이 나온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시골스러운 봉화버스터미널.
택시기사에게 물야면에 있는 용운사까지는 얼마냐 물었더니,
만오천원, 아니 이만원 나올까요 한다.
물야저수지 지나 꼬불길을 한참 오르고. 사천왕문 가는길 표시에서 조금 더올라 우리는 하차.
차비는 2만3천원.
왼쪽에 현판없는 조그만 건물 하나.
이몽령생가가 봉화에 있고, 실존인물은 성가라는 이야기 등 구수하게 풀어놓는
두리뭉실한 운전기사의 상술이 상수.
대웅전 등 불당은 없고 절은 건축중인데, 조경된 정원수가 두그루 있었다.
이 산중에서 언제나 절이 지어질고?
비구니스님 한분 계신다는데,
절의 물맛은 꿀맛.
물야저수지로 내려가는 길, 나그네마음도 붉게 물들어서,
둥둥 떠내려 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나뭇군의 지게.
임자는 주름살의 노인, 반가우신지 먼저 인사를 하셨다, 어데서 오셨냐고.
사람이 그리운 봉화산골의 구수한 마음.
단풍띠를 두른 집.
봉화 이골짜기의 평당 땅값이 삼사십만원이 훨씬 넘는다고?
황단풍도 아름다웠다.
물야저수지입구
물야면은 소백산자락에 있으며, 영주 부석면이 바로 이웃이다.
오전리 보부상위령비 지나 오전(梧田)약수, 탄산수였지만 한바가지를 단숨에 들이켰다.
옛날에는 쑥밭약수라 불리웠다. 철분함량이 적당해서인지 먹기에 부드럽다.
약수는 보부상들이 발견했다고.
두메산골사람에겐 보부상이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기도 했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좋은 일도 많이 하여 보부상위령비까지 세워졌다.
약수에서 올려본 누각.
처마밑엔 곳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박달령을 넘으려면, 막걸리 한 잔 하고 가던지, 자고 가던지 했던 박달장.
전재혁친구, 이십여년전 가족과 하루밤 지낸 곳이라 감회가 깊었다.
오전약수 한모금에 산채비빔밥 한그릇이면 금새 효과가 난다고.
산채비빔밥에 약막걸리 한잔.
천궁 당귀 더덕 산초로 만들어진 음식들이다.
고추장은 청양고추에 봉화사과즙이 섞이고.
그맛, 안먹어본 사람 어찌 아랴.
박달장 건너 춘양목(적송) 한 그루, 선비같다 할까.
박달장에서 본 가을.
박달장에서 정분난 사내.
선달산-박달령-옥돌봉-구령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붉은 줄).
우리는 박달령으로 올라, 주실령으로 내려와 주실령 넘어 춘양으로 갈 계획.
박달령가는 길은 급한 오르막. 대구에서 온 둘렛군들을 한 무리 만났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드디어 박달령에 도착했다.
박달령(1009미터)에서 기념촬영 찰칵.
이곳에 있는 산령각에서 산신에게 약주 한잔 올렸어야 되는데.
주실령(780미터)가는 길, 오른쪽에 물야저수지가 보인다.
산골의 해는 짧다.
인간은 자연속에서 작은 존재.
주실령에서 뒤돌아 본 산하.
주실령은 옛날 물이 차서 배가 다니던 곳, 이곳이 물야면과 춘양면의 경계가 된다.
고개너머 춘양목체험관을 들릴 계획이었으나, 산림청 수목원공사로 휴관상태이고,
두내약수탕도 폐쇄되어 있었다.
숙소찾아가는 길, 길은 컴컴해져 있고,
춘양면 서벽리 번화가(파출소, 학교가 있는 곳)까지는 조금 가면 된다는 구멍가게 아줌마 말과는 달리,
30분 이상을 걸었다.
번화가 손님 많은 서벽리수목원가든에서 저녁을 들었다.
삼겹살에 소주. 봉화 봉성면의 숯불구이 돼지고기가 유명하지만,
삼겹살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 그리고 대구아줌마의 애교가 철철 넘쳤고.
식사후 찾은 솔바람팬션, 수영장 테니스장이 갖추어진 깨끗한 숙소였다. (1박에 8만원)
맘씨 좋은 주인아저씨, 작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 한 가지를 선물로 주었는데,
청송사과 못지않은 맛을 지녔다.
다음날 아침에 본 숙소 앞 풍경.
아침 기온이 영하 6도(서울이 영도).
이곳 봉화는 유난히 겨울이 긴 곳.
얼마나 봄빛이 그리웠으면 춘양이라는 지명이 지어졌을까.
집에서 싸온 고구마, 빵, 파이에 커피 한잔과 사과 한알로 아침을 때우고 나서는 길,
하현달이 산 위에 걸렸다.
각화사를 목적지로 춘양면소재지로 가는 길가, 사과가 주렁주렁.
어제 걸은 길이 18키로가 넘었지만, 거리는 아직도 가을풍경이기에 걸음이 가벼웠다.
억새는 흔들리고,
춘양중학교 서벽분교는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스팔트길은 아침볕에 눈부시고,
곳곳에 솔빛촌 표시와
가로수로 심은 꽃사과, 아그배, 탱자나무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길가에는 멀쩡한 빈집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봉화군은 환경보호 측면도 있겠지만, 늘어나는 빈집들 때문에
건물신축허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빈집을 들여다보니 정감이 솟아나오고,
아침 추위에 고개 숙인 코스모스가 애처러워 보였다.
멀리 단풍들은 집과
추수 끝난 논이 정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