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思友) 2013.4.13
4/13, 오랜만에 이천 백사에 있는 정지형친구의 농장을 찾았다.
안성 일죽을 찾아, 그곳에 수목장된 친구를 찾아 넙죽 절한 것도(2012.11.4. 소천 일주기)
벌써 까마득한 옛일같다.
친구부인은 근처에 살고있는 지형군 국민학교동창이 생전시와 같이 암퇘지 한 마리를 주었고,
마침 산수유축제가 마을에서 열렸다고, 우리를 초대했다.
농장 가는 길, 산수유축제장으로 가는 차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양계장 지붕위엔 친구의 혼이 목련화로 피워 있었고,
벗나무는 추운 날씨 탓인지 꽃망울만 달고 있었다.
우리들만의 꽃잔치?
부인의 꿈에도 그가 온다 했다하고,
이틀전엔 그의 차를 타고 여행하는 꿈을 나도 꾸었었다.
그러나 난장이 수선화와
왜소한 금낭화는 친구의 부재를 말하고 있었다.
생전에 친구가 부인과 같이 수집해놓은 야생화들이,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못하는 것으로 보아.
돼지갈비를 굽고 있는 큰 아들의 얼굴은 수심에 차있었지만,
며느리는 손자들을 잘 보고 있었고,
손자들은 강아지 갈비 주는라 정신 없었다.
그리고 애들 건너편에는 그가 생전에 애지중지하던 불루베리가 잘자라고 있었다.
가운데 중심잡고 있는 친구부인 최현경여사, 여장부다.
헌데 어느 녀석은 친구 생각보다, 갈비뜯기 바쁘다.
최여사는 음식솜씨 뿐 아니라, 사업감각도 뛰어나고, 손재주가 보통 아니다.
갈비가 담겨있는 도자기가 그녀의 작품이다.
현경이라는 글자가 보일껄.
농장 뒤, 원적산과 산수유 핀 마을.
그의 생전에 우리들은 원적산 정상을 오르진 못했지만, 산속에 있는 영원사는 여러번 찾았었다.
그가 건강에 이상을 느꼈던 것은 공교롭게 이산을 올랐을 때였다.
원적산은 이천 광주에 걸친 작지않은 산(564미터)으로,
고려말 공민왕이 이곳에서 홍건적의 난을 피했다고 한다.
블루베리도 꽃망울을 맺었고,
두충나무와 황금측백나무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민경희친구, 홀로 친구를 그리고 있었다.
2002년 용인근무시절, 지형부부가 내 사무실을 찾아왔을 때 부터,
그와의 인연은 다시 시작됬었다.
이어 우리들의 명퇴는 시작되었고, 우리들과 그와의 자유분망한 여행은 7년 정도지속되었다.
우리는 친구 덕에 백수생활을 즐길 수 있었고, 열심히 일만 했던 친구는 여유를 갖었었다.
열심히 가족을 위해 일만 했던 친구, 자연을 사랑했던 친구,
친구들에게 주기만 했던 친구 (쌍란, 초란 뿐 아니라). 그리고 싱겁게 웃기만 했던 친구.
그가 숨 거두기 전날, 그의 부인이 흐느끼던 말이 생생하다.
"나 몰래 사위하고 빼돌린 얼마되지도 않는 돈, 써보지도 못하고 간다고. 에이 못난 사람아!"
씩씩한 친구부인은 도시여자들에게 냉이를 알으켜주고 있었고,
나는 머위꽃, 괴불주머니, 돌단풍꽃, 매화꽃 몽우리, 바람꽃, 복수초 등을 찍어댔다,
그를 생각하며.
청라 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