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크리와 함께한 여행(2014.7.30)
여름휴가철엔 집에서 책이나 보며 딩구는게 제격인데,
세아이 휴가를 맞춰놓고, 가족여행하자는데, 그들의 제의에 동의하는 수 밖에.
7/30(수) 오전 제주행비행기를 탔다.
가족여행해본 지가 이십년 훨씬 넘고,
애비로서 할 말이 무엇이 있는지.
가족여행하면 제임스 도드슨의 '성실한 여행자'(딸과 함께 하는 낚시여행)가 떠오른다.
7년 결혼생활에 합의이혼을 맞게된 저자는 훌라이낚시대를 가지고,
7살 어린 딸과 옐로스톤국립공원을 향해, 강이 이끄는대로, 마음 닿는대로 여행을 떠난다.
마음의 상처도 어루만질겸, 부모자식간의 관계와
사랑과 상실에 대한 아름다운 고찰을 해가는 낚시여행.
결국 어린 딸의 생각과는 달리 여행후 그는 이혼을 하고만다.
제주공항에서 인수한 렌트카가 시동이 안걸려,
점프선을 이용해 시동을 걸었지만, 최성수기인지라 여유가 없어 차량교체는 안된단다,
비싼 돈은 이미 지불된 후이고.
용두암 급경사길, 짙은 바다가 맘에 들었다.
점심이 우선이라, 애들이 추천하는 해물뚝배기집엘 가보았더니, 웬 흑돼지집.
그래서 천병헌친구가 추천하는 진주식당 연동점에 들려 해물뚝배기 한그릇씩,
쏙도 후벼 먹어보고.
다행히 첫날의 기상은 굿, 덥지도 않고.
제주의 길은 멋지다, 오르락 내리락,
신호등이 적고 휘돌아 방향을 트는 묘미도 있고, 처음엔 낯설지만.
애들이 선정한 첫 방문지, 사려니숲길, 탁월한 선택이었다.
물찻오름을 목표로 왕복 10키로 걷기로 했다.
한여름인데도 숲길은 더운줄 몰랐다.
황톳길 이어지고, 길가에는 개모시풀이 낮게 깔려 있었다.
푸른 산수국이 유난히 많았다.
붉으스레한 산수국은 드문 대신, 돋보였고.
남원읍, 조천읍, 표선면 경계선이 마주치는 정점이 물찻오름 717미터 고점.
정상 금부리(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고,
오름둘레가 잣(城)과 같다하여 물찻오름이라고.
보전을 위하여 접근이 금지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곳에도 누리장나무가 많은데, 수락산 것보다 나무는 꺽다리였지만,
꽃과 잎은 작았다.
이어서 방문한 앞오름(301미터, 구좌읍 송당리 소재).
아들녀석 오름을 엄청 좋아하는가 보았다.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있는 모습이라 아부오름이라고도 함.
정상에 함지박같은 금부리가 있음.
오름은 개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소형화산체를 말한다.
한라산은 370개의 기생화산(오름)을 갖고 있다.
앞오름 안내판
앞오름 분화구.
힘들이지 않고 오름을 오르면, 사방이 확 트여있어, 누구나 좋아할 만했다.
두개의 오름을 오르고나니, 배곺으다고 아우성.
새참으로 교래손칼국수에서 닭, 바지락칼국수를 들었다.
이집도 이름난 집으로 가격은 쎘지만, 맛은 괜찮았다.
교래 말목장을 지나며,
멋진 말의 자태를 담고 싶었지만, 마음 뿐.
서귀포 강정동에 있는 숙소가는 길, 오름 내림은 반복되고.
날씨는 변화무쌍.
서귀포바다가 드디어 보였다.
하루 묵을 '라오체'리조텔에 도착, 동네 한바퀴.
리조텔 입구에 서 있는 창고.
옛날 감귤밭의 유물이랄까.
구름은 흐르고,
리조트앞에는 서건도가 있는데, 하루에 두번 길이 열리고, 돌고래떼도 나타난다고,
유명한 이 강정마을은 감귤주산지의 하나, 감귤체험을 할 수 있다.
서건도는 폭발화산체에서 형성된 응회암이 썪은 바위처럼 쉽게 부서진다해서,
썩은 섬에서 출발한 이름이라고.
이 좋았던 마을이 어째 운동권에 휘둘렸는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섬, 범섬.
서귀포 법환동에 속하며, 둘레 2키로. 희귀식물, 해안생물의 보고.
최영장군이 원나라 목자들의 반란을 진압하여, 고려내 몽골세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초생달은 뜨고,
바람은 쎄졌다.
나크리의 세력이 슬슬 밀려오고 있었고,
리조텔의 풀장에도 밤이 찾아왔다.
라오체의 시계는 8시가 넘고,
장식물과
소품에도 정성이 들여있었다.
저녁도 미루고, 천지연야경에 휠꽂힌 아들녀석 뒤를 따랐다.
서귀포 천지동에 있는 높이 22미터의 천지연폭포.
주위는 아열대 난대 숲이며, 열대어 무태장어가 살고 있는 곳.
10시 넘어, 숙소 근처 '풍향토종흑돼지'에서 여름특선 한치물회를 즐겼다.
제주음식점들은 일찍 문을 닫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여사장님의 특별배려로 늦게 저녁을 들 수 있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현금결제하는 것이 전부.
음식 맛도 맛집으로 추천할 만 했다.
둘째날은 밝아오고,
라오체 정원의 아침.
풀장과 외제차와 창고.
둘째날 쾌청, ok?
아침을 여는 돛단배.
아침의 범섬.
한가로운 구름--
한라산 능선--
오랜만에 맛보는 공짜 브렉퍼스트.
오랜만에 즐기는 여행의 여유.
기분 좋은 바람은 방 속 깊이 나부끼고,
바다로 향한 길은 한가롭고.
하염없이 그대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