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 도척 산책(2014.10.20)
옛기억을 더듬어 용인입구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작은 길로 달리자니,
길옆으로 한터저수지가 나왔다.
운치있었던 저수지는 딴 곳과 마찬가지로 낙시터가 되어 있었지만,
가을의 냄새는 풍기고 있었다.
자주 가던 한터 오리집 삼거리에서 우회전, 아시아나cc를 관통하여,
애들에게 용인의 가볼만한 곳 하나를 소개할겸, 세중옛돌박물관을 찾았다.
문인석들의 분위기가 웬지 숙연하다. 지금 내 분위기가 그래서일까?
허기야 박물관을 세운 천신일회장도 요즈음은 그렇겠지?
이병박정부 때 한참 잘나가던 그때를 생각하면.
나이 들면, 더욱 더 외로워지겠지.
탐라국석상들은 토속신앙이 깊게 전승되어 독자적 문화권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헌데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
호남지역의 오래된 석상.
경기 서울지방의 신랑 신부?
오래된 석수(石獸).
무덤을 지키는 석상은 문인석, 무인석, 석수가 있다.
귀여운 돼지도 무덤을 잘 지킬까?
11세기 고려마애불(磨崖佛).
13세기 고려와불.
이들이 들고 있는 것은?
웬지 저승에 와 있는 기분?
귀여운 아기부처상.
벅수(法首)는 장승의 다른 말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할 뿐 아니라,
잡귀를 막아 마을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재혁친구를 닮은 강원도문인석.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들.
다시 아시아나cc를 거쳐 한터로 가는 길,
이곳은 가을이 완연했다.
가을 속 벤치.
으악새가 울지 않으면 가을이 아닌가요?
한터(용인 양지면)에서 태화산 가파른 고개를 넘어, 광주 도척저수지에서 걸음을 잠간 멈추었다.
이곳 저수지는 깊고 넓을 뿐 아니라, 물이 차서인지, 송어낚시터인데,
낚시꾼들이 유난히 많았다.
도척은 유재건친구의 고향.
고개를 넘으면 네고향, 다시 넘으면 내고향하며,
한참 고향을 자랑했었는데,
같이 늙어가는데, 좀 더 잘해줘야할 것같다.
광주 도척면에 있는 곤지암리조트에 짐을 풀고,
인근에 있는 맛집, 궁평식당을 찾았다.
완전히 구울까요, 덜 구울까요하며, 두툼한 고기를 적당히 굽는 젊은이들, 프로였다.
갸격은 좀 쎘지만, 정말 입안에서 녹았다.
애들도 집사람도 대만족.
숙소에 안착.
도척(都尺)면에 있는 리조트를 왜 곤지암리조트라고 했을까?
옛날 백제 온조왕이 이곳에 도읍을 정하려고 얼마나 재고 또 쟀는지.
지명이 도척.
궁평리라는 지명도 범상치않다.
다음날 아침산책.
건물도 투숙객도 서양 것을 닮아가고.
아침안개는 춘천만큼 짙지 않았다.
양쪽 건물군 사이로 자연친화적 골짜기를 산책로로 잘 가꾸어놓았다.
산책로 단풍 물과 어우러졌다.
생각을 비우는 일
눈물까지 다 퍼내어 가벼워지는 일
바람의 손 잡고 한 계절을
그대 심장처럼 붉은 그리움 환하게
꿈꾸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
단 한번의 눈부신 이별을 위헤
가슴에 날개를 다는 일
(안경라의 낙엽)
열매도 익어가고.
이 좋은 아침,
나무도 마음도 취했다.
우리는 양평해장국, 애들은 수제베이컨버거를 들은 후,
화담숲을 한시간 반 걸었다
이끼원을 지나,
약속의 다리엔 사랑의 자물쇠, 구속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이곳의 단풍은 아직 미완성.
약속의 다리 아래로 모노레일이 달렸다.
자작나무 숲도 그렇고,
화담숲은 아줌마들 사이의 명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차라리 꽃피는 봄이 나을 것같다.
찢겨진 솔체꽃.
솟대와 억새
이곳과 태화산과는 거리가 좀 있다.
이곳 전망대부터 시작하는 새이야기길도 봄이 제격일 것같다.
봄에 새들이 짝을 찾는라 지저귈 터이니.
감국도 척박한 산의 꽃이라 가냘프다.
가막살나무의 열매 유난히 빨갛다.
곧 겨울바람이 불겠지.
아직도 장미는 여름인줄 착각을 한다.
억새는 나부끼는데.
소나무가 수련을 받치고 있다.
원앙의 가을.
화담숲을 다시 찾는다면, 힐링숲길 1코스, 2시간반짜리를 돌아야겠다.
곤지암에서 소머리국밥 한 그릇씩.
배연정은 가고, 최미자국밥집은 5관까지 있지만, 줄서 기다려야한다.
옛날 경상도에서 과거보러 한양 갈 때, 지나던 곤지암골목에서 소머리국밥 한 그릇씩 들었다고.
곤지암(昆池岩)읍에는 신립장군의 묘가 있고,
곤지암은 신립장군과 관련된 설화가 있는 바위이다.
국밥집에서 한 40분 달렸더니, 집동네.
일찍 귀가하는 즐거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