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 트래킹 그리고 곰배령(2015.5.15)
작년 8월 이후 처음 떠나는 여행,
아침 7시 봉화산을 출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인제로.
산골은 모내기가 얼추 끝나고, 밭농사도 바빠지는 것 같았다.
인제 기린면 진동1리 마을회관 앞에 차를 두고, 아침가리 트래킹을 나섰다.
아침가리는 난리를 피해 사람들이 숨어들던 방태산(1435미터)자락에 있는 오지, 삼둔오가리의 하나.
홍천 내면에는 월둔 달둔 살둔의 펑퍼짐햔 산기슭이 있고,
인제 기린면에는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곁가리의 깊은 계곡이 있다.
아침가리는 가장 길고 깊은 계곡이며,
옛날 농부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밭갈이 하던 곳이다.
계곡에는 아직도 지난 가을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올바른 길표시가 없고 수없이 계곡을 건너야한다.
물많은 여름철엔 가슴위까지 차는 물을 건넌다고.
요번팀은 돼지띠가 주축이다.
12살, 24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의 여행--
우린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말로 할 수 없겠지?
호젓한 숲속길도 있고,
계곡에는 수달래연정이 물씬 묻어 있었다.
수달래트래킹이라 할만큼.
누구말과 같이 수달래는 봄비에 가녀린 몸을 떨고 있는 애처러운 여인이다.
수달래는 물이 좋아 물가에 사는 철쭉과 식물.
매발톱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날카로운 매발톱도 연정이 있다고.
공무도하가는 이어지고,
곱사들의 공무도하가도 있다.
물속 돌들이 미끄로워, 아차하면 물 속으로.
5키로 지점 넓은 바위에서, 오랜만에 끓이는 라면,
점심후 휴식, 한친구 얼음장 계곡물에 알탕 후,
중의에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다음 기회에 방동약수쪽에서 현 위치까지 하산하는 트래킹을 하기로.
바위엔 생명력 끈질긴 돌단풍이 한참 꽃을 피우고,
끝없는 도하가 이어졌다.
물수제비뜨기를 하여 부상도 수여했다.
1등은 다섯개 정도.
계절의 여왕 5월의 잔물결.
일행 모두가 감탄한 까치박달나무 고목의 수피.
고령이 되면 색이 푸른회색으로 변한다고.
고목이 내뿜는 푸르름에 다시 한번 감탄.
우리도 그런 고목이 되리라.
원점회귀하여 환호하는 대원들. 왕복 10키로 트래킹을 무사히 마쳤다.
이어 찾은 방동약수 개천가의 송어들, 여전했다.
약수가의 엄나무,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위풍당당한 엄나무일껄.
약수터 위 정자는 얼마다 정겨운지.
십년쯤 됬을까, 백영서친구의 차로 약수여행할 당시 훌라했던 정자.
약수터에서 멀지않은 우리의 숙소, '연가리 맑은 터'에 도착하니,
금낭화 불알이 주렁주렁.
포장도로에서 이곳엘 오려면, 사륜구동이 아니면 걸을 수 밖에.
건너편 민가 한채.
황토벽 창에도 자연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고기를 구을 처마밑 풍경.
두 정다운 화부들, 불을 지피고 있다.
배곺은 식구들 사이에는 긴 야관문술병이 손님을 기다리고.
드디어 고기 한점을 시식.
돼지껍대기, 안창살, 물오징어, 소등심이 구어졌고, 송편과 약식이 구어졋다.
곰취, 참나물, 전호나물, 산미나리 등 자연산 산채가 입맛을 돋구니,
연회는 11시 넘어까지 이어졌다.
환호하는 여심들.
연가리 맑은터 여주인, 10년 넘은 산더덕을 희사했다.
오자마자 쓰러진 장미넝쿨을 힘들여 세워준 자원봉사에 대한 화답.
20대 처녀 때 이곳에 정착한 그녀의 외로움이 엿보였다.
다음날 녹색의 창은 열리고.
산하는 짙은 연무에 쌓였다.
세수하러 가는 길의 쥐오줌풀.
숙소에서 급경사를 조금 내려오면, 진동계곡.
노병이 세안을 하니 신병이 되었다?
숙소 이층엔 강아지 두 마리.
개불알꽃 숲 속엔 이슬을 먹는 어린 여치 한 마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지붕.
연가리를 담는 친구,
연가리트래킹 계획도 머리에 담고 있었다.
양지고기 넣은 미역국에 한라산 소주 한 잔 후,
곰배령으로 이동, 10키로 길을 시작했다.
생애에서 제일 맛있었던 미역국--
그맛을 그대들은 어찌 알랴?
5월의 곰배령 꽃대표. 벌깨덩굴.
잎은 참깨 잎, 개화 결실 이후엔 덩굴로 변해버려 덩굴만 남는 요상한 식물.
그밖에 피나물꽃, 바람꽃 등을 볼 수 있었으나, 야생화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시기였다.
일찍 오던가 8월말에 오던가.
푸른 줄기만 있는 속새.
줄기에 규산질이 있어 과거에는 상아연마용으로 수출되었었으나,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에 좋다하여 남획되어 요즘은 희귀식물이 되었다고.
드디어 곰배령 아래 섰으나, 강풍과 추위에 서있을 수가 없었다.
곰배령에서 본 산하.
곰배령에서 바람을 피해, 여대원들이 싼 주먹밥으로 요기를 한 후,
하산 중도 강선마을 '곰배령이야'에서 산채전과 곤드래 막걸리 한잔.
귀경을 시작, 3시쯤 홍천 상남에 있는 미다리막국수에서 막국수 한 그릇씩.
막 뽑은 국수맛은 옛 그대로였다.
아줌마 다리가 이뻐 미다리 막국수냐 했더니,
서비스사리가 푸짐했고, 꿀종지가 나왔다.
철정휴게소에서 잠간 쉬려니,
모금하는 아마추어가수가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돌보지 않는 사람아, 나의 여인아---'
이대용대장, 여대원들과 이별의 포옹을 하고,
가평 설악의 북한강이 스쳐 지나갔다.
여행을 계획하고 시행한 이대용대장에게 거듭 감사드리고,
트래킹감독 김종관형에게 감사드리며,
여러모로 수고한 하태철후배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