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천근월굴(天根月窟,2015.7.15-17)

난해 2017. 8. 20. 11:20

 

 

오랜만에 1호선 전철을 타고, 지상으로 나왔습니다.

한강을 건너자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군요.

 

남영역을 지날 때 그 고소한 초코렛냄새를 비롯하여--

 

 

 

성하(盛夏)라 할까요?

곧 휴가철이 시작되겠죠.

 

요번 여행의 목적지는 순창, 회문산자연휴양림으로 정했습니다.

젊은이들의 러시가 시작되기전에.

 

회문산하면 난초, 빨치산이 떠오르고.

회문산(回文山)?

학문으로 돌아온다? 이 늦은 나이에.

 

누구는 '저항의 산'이라 하죠.

 

 

 

서호를 지날 때 한컷 찍으려했지만, 열차는 금새 지나쳐버리고--

정조대왕 때 축조된 저수지. 언젠가 걸어봐야 하겠죠.

추억과 낭만의 서호.

 

 

 

집결지 세류역(細柳驛)에 도착했습니다.

버드내에 수양버들이 하늘거렸던 시골의 한적한 동네,

그립지 않습니까?

 

역에는 벌써 그리운 친구들이 와있었습니다.

 

 

 

우리의 단골, 정안휴게소에서 그 비싼 부루베리 한 상자를 뚝딱.

황윤건친구가  오랜만에 참여했다고 샀습니다.

 

 

 

여름은 익어갑니다.

옥수구는 아직 덜 익었지만.

 

 

 

충청도 남부를 지나가자니 마음이 확 터집니다.

 

 

 

완주순천 고속도로에는 웬 굴이 그렇게 많죠?

도로가 산등성이로 달리는군요.

 

 

 

맛집을 찾으려, 순천시장을 찾았더니, 순대집들이 나란히 있군요.

연다라전통순대 뒤에 있는 2대째 순대집을 들어셨죠, 50년 전통의.

 

 

 

새끼(애기보)+막창+순대의 삼합국밥에

선지로 만든 순대 한 접시, 그리고 구림쌀막걸리 한 병.

 

 

 

벽면에는 후광 김대중선생의 글이 있었습니다.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출신인 선생은 지역사랑이 대단한 분이죠.

 

한줄은 해독이 어려워, 사장한테 물었더니,

1대 사장은 아실 꺼라 합디다.

 

 

 

입맛 다시며, 나오자니, 웬 유엔성냥.

그 반가움이란.

 

중국에서 제조해 온다 하기도 하고, 국내 영세업자가 제조한다는 말도 있고요.

성냥공장 아가씨, 그립지 않습니까?

 

 

 

시장으로 나오다, 연다라순대집의 여주를 또 한장 찍으려하니,

젊은 사장나리, 여주를 휙 따가며, 사진 찍지말라는 것 아니겠어요.

 

경쟁이 순대의 질을 높이겠죠?

 

 

 

순창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저녁장을 보고, 강천산군립공원으로 가는 길,

메타세콰이어가 멋집니다.

 

메타세콰이어하면 서양의 나무라 생각해왔는데, 중국원산이더군요.

이곳의 나무들은 70년대에 심은 것이라네요.

 

이나무는 은행나무와 같이 옛날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화석식물입니다.

포항에서도 이나무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하는군요.

 

 

 

여자는 발담그고, 남자는 애보고.

 

 

 

강천산 안내도.

우하귀의 공원관리소에서 강천사, 구장군폭포, 강천제2호수로 출발합니다.

 

 

 

공원입구에 있는 병풍폭포.

 

 

 

여름 속으로 걸어갑니다.

신발 벗고.

 

 

 

 

강천사 3백년된 모과(木瓜)나무를 지나니,

여름의 정적이 흐르는군요.

 

이렇게 조용할 수가.

폭풍전야같지 않아요?

 

 

 

구장군폭포의 하나.

 

마한시대 아홉장군이 이곳전투에서 패하고 자결하려 했으나,

자살보다는 차라리 끝까지 싸우자고 결의, 죽기살기로 싸운 끝에 승전을 하였다고.

 

 

 

힘들여 강천제2호수엘 올랐더니,

극심한 한해로 조그만 연못같습니다.

 

 

 

강천산 구름다리.

밑에서 친구들 지나는 것을 찍었어야 했는데.

 

 

 

1316년 건립된 강천사오층탑.

6.25때의 총탄흔적이 있다네요.

 

 

 

강천사는 진성여왕 떄 도선국사가 세운 절입니다.

지금은 비구니 수도도량이구요.

 

 

 

드디어 우리의 숙소, 회문산자연휴양림 산딸나무에 도착했습니다.

 

 

 

숙소 앞에는 칠엽수 한 그루.

차에서 내리니, 숲의 향기 찐했습니다.

아, 잘 왔구나.

 

서양의 칠엽수를 마로니에라고 하고요.

칠엽수의 열매는 밤처럼 이쁘게 생겼으나, 독성이 있어 먹을 순 없죠.

 

 

 

편한 자세로 잠시 휴식.

 

 

 

저녁으로 돼지두루치기 준비하고.

오늘 쇼핑에서 제일 잘 산것은 왕자두 한 상자.

가는 날까지 디저트로 잘 먹었죠.

 

 

 

달 없는 밤의 체조.

저녁 때 시원한 소낙비가 한 차례.

아침까지 빗소리가 들렸는데, 사실은 개울물 소리.

 

 

 

다음날 여섯시 지나, 산길을 떠났습니다.

 

 

 

임도 따라 비목공원 위령탑, 회문산역사관, 헬기장,

헬기장에서 산길따라 작은 지붕, 큰지붕(회문산 정상)에 올라,

서어나무숲, 사방땜 지나, 숙소로 오는 일정입니다.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앞이 꼭 곰배령같습니다.

그러나 강풍 대신 산들바람이 살랑살랑 부는군요.

 

 

 

이름없는 무덤이 많습니다.

혹시 빨지산 무덤은 아니곘지요, 젊은 나이에 스러진.

 

 

 

어느 부인의 무덤은 돌로 눌려져 있습니다.

행여 혼이라도 바람이 날까 눌러 놓았을까요?

 

 

 

천근월굴(天根月窟).

남녀성기를 지칭하는데,

'음양이 한가로이 왕래하니, 소우주인 육체가  봄'이라는

송나라 시인 강절(康節) 소(邵)선생의 시에서 왔다고 합니다.

 

 

 

굴 옆에 글자도 쓰여져 있고요.

 

 

 

그옆에는 여근목(女根木)도 있습니다.

6.25전쟁시  빨치산 토벌시 온 산이 불탔는데도 이 소나무는 살아 남았다고요.

 

 

 

대장이 준비한 맛있는 아침.

예전에 정상에서 아침을 든 적이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저 아래 큰 마을이 있었기에, 빨치산 전북도당이 회문산에 있을 수 있었겠죠.

 

 

 

부드러운 산세, 노령산맥의 특징이 아닐까요?

 

 

 

회문산 정상(837미터)에 선 아동들.

 

 

 

하산하는 길, 산옥잠화가 여기저기 우리를 반겼습니다, 추억 속에 우리를 간직한듯.

 

 

 

서어나무 숲에는 어린 나무들 뿐이었는데,

쭈글쭈글한 백살짜리 서어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운 좋은 나무죠.

 

 

 

왕복 6키로 넘는 산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회문산 산기슭은 원추리꽃무리로 평화로왔습니다, 과거는 잊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