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래를 그리워하며(2016.5.20)
5/20(금) 6시 50분 봉화산을 출발하여
춘천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언제나처럼 밋밋한 도로.
강원도 산골은 모내기가 한창.
작년 아침가리여행보다는 일주일이 늦었다.
지난해에 이어 돼지띠 주축의 여행,
30회 2명, 18회 3명
인제 기린면 방동약수 위에서 시작하는 아침가리 트래킹,
길을 잠간 빗겨나가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섰다.
아침가리는 난리를 피해 사람들이 숨어들었던
방태산(1435미터)자락에 있는 삼둔오가리의 하나.
홍천 내면에는 월둔, 달둔, 살둔의 펑퍼짐한 산기슭이 있고,
인제 기린면에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 곁가리가 있는데
아침가리가 가장 깊은 계곡이다.
농부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밭갈이 하던 곳(朝耕洞).
방동약수 위로 길을 오르면
백두대간 트레일 시범구간 종합안내판이 있고
이곳에서 걷기를 시작했다.
자작나무, 하얀 수피색깔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보다.
수피의 기름성분 때문에 탈 때 자작 소리가 난다.
차를 놓아둔 방동고개 정상에서
계곡트래킹이 시작되는 조경동교 다리까지는 3키로 정도의 넓은 길.
다리 앞에서 시베리안허스키 한 마리 만났다.
시베리아에서 자작나무를 따라온 게지.
작년 가을과 혼재된 신록과
아침햇살과 혼재된 물길이 이어졌다.
약간의 간식을 한 후
원시의 계곡으로 진입했다.
끝 없는 도강,
잦은 봄비에도 계곡물은 깊지 않았지만,
아랫도리는 시원한 물 속에서 부르르--
신록(新綠)과
성하(盛夏)의 혼재.
올여름은 빨리도 찾아왔다.
땀이 날만하면
내를 건너야하고--
가는 길, 독사도 만났고.
기대했던
봄비에 몸을 떨고 있는 애처로운 여인, 수달래 대신,
돌단풍
수줍은 산목련(함박꽃나무)의 미태에 만족해야 했다.
산목련은 이북의 국화
뛰어 오르는 열목어를 쳐다보기도 하고
코스의 절반 정도에 위치한 너럭바위 위에서 점심을 했다.
박경덕후배님이 끓인 라면, 여인들의 맘을 슬슬 끌기 시작했다.
화려한 장미보다 쪼그만 야생화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까닭인가요?
공무도하가는 끝없이 이어지고,
물수제비뜨기에도 싫증이 나자
남정네들끼리 뭉쳐도 보고,
하늘에 기를 뻗쳐보기도 했다.
작년에 인사를 여쭈었던 까치박달나무 고목
여전히 혈기왕성하셨다.
이 나무는 고령이 되면 수피가 푸른 회색으로 변해간다.
트래킹은 계속되었다.
수달래의 붉은 자태는 없고,
가냘픈 여인을 그리는 마음 한 조각.
계곡의 하류에 이르자 길은 편해졌다.
동료를 걱정하는 마음도 끝이 없고,
계곡은 그리움이 흐르는 곳.
방동고개에서 진동2교 까지의12키로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
여섯시간 가량의 트래킹.
우리는 아래 중간 방동고개에서 트래킹을 시작,
조경동교, 조경동을 거쳐 진동1리 마을회관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진동계곡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연가리 맑은 터(진동리 370번지)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조침령터널 방향으로 가다,
같은 진동리에 있는 곰배령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마을회관 앞에서 얼음과자를 먹으며
방동리고개로 차를 회수하러 간 세 사나이를 기다렸다.
연가리 맑은터의 개들과 상봉을 한 후
쉼터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마음이 열리는 것 같다, 넓은 공간을 향해.
건너편 집 한채와 나무 한 그루.
이집과 마주하면 외로움이 덜 해지겠지.
이층에 오르니 빨래줄에 이집 여인의 외로움이 잔득 묻어 있었다.
처녀 때 이곳으로 왔다는데-
석양의 빛이 밀려간다.
곰취쌈으로 입을 적신 다음
이차는 야외에서 목살구이+머루주+야관문주+포도주+발렌타인+소주--
보름달 뜬 오월의 밤은 쌀쌀맞았다.
여주인이 크리스마스 꼬마전등을 밝혔지만.
그나마 박경덕후배님의 분위기잡기가 추위를 조금 누그러지게 했다.
---가라앉은 계절의 저 향기
말할 수 없는 열정 넘쳐 흘러라
귀와 눈과 코에 까지---
(노아유의 어느 오월밤의 매력이여)
동창은 밝아오고
아직도 잠에 취한 사내
아침은 문지방으로 건너온다.
아침은 일찍 일어나는 자의 것.
비탈길 내려가 진동계곡에서 심호흡하니
저 끝엔 붉은 점 하나.
진동계곡은 남설악 점봉산(1,424미터)에서 발원하여
방태산에서 내린 방동천을 받아들여
70여리를 흐른다.
곰배령은 점봉산의 한 봉우리.
계곡엔 그리던 수달래 한 송이, 지고 있었다.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아, 꿈 같던 그때
이세상 전부 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김용택의 첫사랑)
숙소로 올라오는 길,
고광나무꽃 수줍게 피어 있었다.
오늘도 나갈 채비를 하고
아침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곰취쌈 들고.
57년을 같이 했는데도
할 말이 많은가?
연가리 맑은터를 또 떠났다.
맑은 터를 떠나
어제의 피로는 어제의 것이고,
곰배령(1.164미터) 왕복 10키로의 일정을 무난히 소화했다.
올적갈적 강선마을에서 잠간 쉬고,
곰배령에는 요즘 한창인 벌깨덩굴꽃 외에
피나물, 바람꽃, 매발톱, 쥐오줌풀,
사진의 광대수염꽃을 볼 수 있었다.
곰배령을 찾으려면 역시
이른 봄이나 8월말에 찾는 것이 좋겠다.
아, 곰배령!
바람은 웬지 조용하기만 했다.
인제 상남면 미다리 삼거리에 있는 미다리막국수.
세시 넘어 도착했는데도 국수는 안나오고-
이곳에서 세그룹은 이별의 포옹을 했다.
마지막으로 집주인 할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니
내년엔 꿀 좀 사라고 했다.
마음 약한 두 사내는 아카시아꿀 한 병씩 사고.
그나마나 영감님 몸이 안좋아 빌빌한다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좋은 여행이었다.
여행을 주관한 이대용 후배님께 감사하고
음식과 여행을 맛나게 해준 박경덕 후배님,
굳레인저 김종관사장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