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과 글

1박2일 설악산행(2016.9.11)

1박2일 설악산행(2016.9.11)

난해 2017. 8. 20. 12:24

카카오스토리

2016913일 오후 05:30 - 수정됨
9.11~12. 일박 2일로 설악산을 다녀왔다.
늘그막의 산행인지라, 짐을 줄이려고 취사도구도 생략했고, 카메라도 생략했다.
그렇게 해도 잘 다녀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생겼고. 
 
9.11.아침.  7:35분차에 올라타서는
우리자리에 잘못 앉아 있던 80세 넘은 할머니와의
유쾌한 대화를 할 때부터
의구심은 사라졌다. 
 
그녀는 속초가 고향인데, 부천에 살고 있고 속초의 남자친구네로 놀러간다고.
황태덕장을 크게 한다는 아들내외로부터는
잘 대우를 못받는 모양인지,
아직도 아내와 잘 살고 있는 남자친구네로
자주 놀러가 몇일이고 같이 지내는 모양이다. 
 
부러운지고.
남자친구는 깨복쟁이친구로 어렸을때 파도타기도
같이 했단다. 
 
나두 이제부터라도 이런 여자친구 하나 두어야할텐데. 
 
두시간 반 정도되니 속초에 도착했고,
설악산입구까지 택시를 탔다.  
 
60대초반의 기사는 군대간 손자가 있다고
자랑을 하는데, 우리 세사람의 기를 팍 죽였다. 
 
열시 반 우리는 설악산매표소로부터
산행을 시작했고 그곳의 맑은 공기를 들이키자
갑자기 젊어진 느낌. 
 
입구의 관광호텔은 폐업을 하였고,
비선대이르기 까지 그 많던 상점, 음식점들은 볼 수가 없었다. 시원섭섭하다고나 할까? 
 
이들 한곳에서 점심을 하려든 계획을 접었고,
비선대 지나 계곡에서 빵 포도 등으로
식사를 했다.
설악의 초록색 냇가는 옛날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양폭대피소에 들려 직원에게
우리의 타계한 친구, 상갑의 산친구 털보의
안부를 물었더니,
옛날 산장지기들은 다들 털보였고,
거의 타계했다고 했다.
무상한 세월이구먼. 
 
양폭을 올라 천당폭포에서
새벽 세시부터 공룡능선에서 내려오는
네처자를 만났는데,
얼굴표정들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월요일 출근하려니
얼마나 서둘렀을꼬. 
 
매표소에서 휘운각까지 9.8키로,
일곱시간이면 충분한 우리의 일정은
얼마나 느긋한가.
 
천당에 오른 후 휘운각까지의 급경사길은
지옥길~
십년이 훨씬 지났지.
친구들과 이길 오를때 일이 생각난다. 
 
한처자가 하도 뒤쳐지길래
손을 잡고 부축하여 비탈길 올랐는데,
남녀가 유별하여
손수건 양끝을 각기 잡았었다. 
 
오르는 길 비가 오락가락
우의를 입으면 비가 그치고. 
 
휘운각에 도착한것이 네시던가.
대피소 시설은 옛것이고,
직원들은 너무 사무적이고.
식후 양치질도 금하고. 
 
햇반을 시켜 가져온 반찬으로 이기적거리는데,
옆의 늙은 부부 버너로 밥을 짓는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밥 먹을 때나 잠자리 들었을 때나
옛날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서로 음식 나누고 정담 나누는 그러한 분위기는.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과 같이. 
 
자는둥 마는둥하고,
여섯시 기상하여 어제와 같이 햇반 사먹고
오늘의 일정을 의논했다. 
 
문제는 한친구의 등산화가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
비도 오고하여 공룡능선은 포기했고, 
 
일단은 소청까지 시도를 해보고
가능하면 백담사로 가자는 결론 .
친구는 압박붕대를 사
등산화 바닥을 칭칭 감았다.
환자의 발바닥 감듯이. 
 
휘운각에서 소청까지의 1.3키로 급경사 너덜길은 지옥의 길.
이구간에서 사망자가 생기는 등 사고가 빈번하여.
휘운선생이 사재를 출연, 숙소를 만든 것이
휘운대피소의 유래. 
 
비구름 속을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여
두시간에 소청 도착. 준수한 실력이다. 
 
그러나 곧 기죽은 일이 일어났는데.
팔십대 등산객 서너명을 만났다.
짐은 우리보다 무겁고,
육십대 초반의 예쁘장한 여자친구 모시고. 
 
우리도 팔십대에 여자친구 데리고
이곳에 오자꾸나. 
 
대청을 오를까 하다,
구름 잔뜩 덮힌곳 가보면 뭐하나 하고
봉정암, 오세암으로 해서
백담사로 가는 난코스를 선택했다. 
 
신발다친 친구의 사정은 아랑곳하지않고. 
 
소청대피소를 거쳐 봉정암까지의 1.1키로는 그런대로.
소청대피소는 휘운에 비하면 호텔급.
휘운대피소도 현대식으로 짓는다고 한다. 
 
봉정암 해우소에 들려 큰 일 보니
세상이 내 세상.
우린 사리탑 가기 전에
마니차를 돌렸다. 
 
우리도 팔십대에도 이곳에
들릴 수 있게 해달라고 빌며. 
 
그리곤 사방이 확트인 곳에 우뚝 선
사리탑에 넙죽 절하고
개이는 날씨에 주변 절경을 즐겼다.
옆엔 한 보살이 불경을 탐독하고 있었고. 
 
봉정암은 1,244미터 고도에 위치하며
(대청은 1,708. 소청은 1,500)
644년에 지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이곳에 옮겨
창건한 절이다.
이절엔 불상이 없다. 
 
봉정암에서 오세암까지의 4키로는 고난의 길.
다섯개 큰 산을 넘은 것 같다.
힘들었지만 고개에서 잠시 쉬는 맛.
넘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오세암에서 배낭 팽개치고
무언가 찾아 허둥지둥 봉정암쪽으로
오는 젊은 친구 만났는데,
영시암 다와서 다시만났다.
친구를 잃어버렸었다고. 
 
여보게친구, 친구는 귀하고 중요한 것이여,
여자친구보다 더 귀한 것이여. 
 
오세암에 다달으니 헬기가
절에 물자 공급 중.
월요일은 이쪽 절들이 물자 공급받는 날인가보다. 
 
짐이 정리된 후
점심공양을 받았다.
옛날 맛과는 달리 훌륭했다. 
 
그러나 양치질 한다고 잔소리하는
주지스님을 보니
우리와 오세암은 악연이 낀 모양이다. 
 
옛날 이곳에 머물 때
한방에 이삼십명씩 끼어자던 일.
불전 앞에서 훌라한다고 야단맞던 일. 
 
백담사까지의 6키로 길은 부드러운 길.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시암까지의 길에는 가래열매가 지천이었다.

영시암은 길가의 초라해보이는 절이다.
1709년 성리학자 김창흡이 창건한 절로
유불이 함께 하던 절이라고. 
 
1711년 최춘금스님이 범에 물려가
40년간 빈절이었다고 한다. 
 
영시, 한번 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화살?
우리의 인생길같이. 
 
초록색 백담계곡물~
내맘이 시렵다. 
 
계곡을 한참 내려오다
5.30분 백담사에서 용대리가는
버스 간신히 붙잡아타고 나와 
 
전통음식점이던가에서
맛있는 황태해장국에 막사 (막걸리+사이다).
이집에서 약식샤워로 땀딱고.
친구는 옛것 버리고, 스리퍼 사서 신고. 
 
버스표 사다보니 종전 친구찾은
젊은이를 또 만났는데,
그도 등산화 바닥이 나가 있었다.
친구를 찾아 다시 오르자니
한참을 더 산을 탔을 것이다. 
 
이날은 12.4키로, 아홉시간 이상 걸었지만
여유있는 산행이었다.
잘 참아준 친구의 등산화 덕인가,
부처님덕인가. 
 
두시간 걸려 동서울에 도착했다.
여행을 제의한 변동걸친구
신발부상에도 함께 한 민경희 친구,
고맙다. 
 
다음 원거리산행에는 많은 친구들이
동참했으면~

한강을 건너면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한강에 웬 커다란 벤치?

좋은 남자친구를 둔 80대 멋쟁이 할머니. 그래도 빨리 세상을 떴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췄다. 낭군이 없어서?

설악동계곡의 세 젊은이

한 여인 계곡에서 알탕하는가 보다. 가까이 가보니 남정네. 에이 미친놈

적절히 다리가 놓아져 산행이 편해졌다.

초록색 물에 마음을 담그면~

천당에서 내려오는 폭포. 이곳 위부터는 지옥이다.

적당한 구름은 운치를 더한다.

부상당한 등산화. 아침들고는 이친구 우리보고 말좀하자더니, 신발이 어제 천당폭포부터 이지경이니, 자기는 설악동으로 바로 내려간단다.

봉정암에 다달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티벳식 마니차는 언제 설치했는지.

오층 사리탑. 연륜이 덕지덕지 끼였다.

헬기없는 설악의 절, 그러면 Hell이다.

맛있는 오세암의 점심공양. 예전보다 맛이 좋아졌다. 그리고 어느때 와도 공양을 받을 수 있다. 첫날 밧데리가 나가 둘째날은 변동걸친구가 찍었다.

  • 이연옥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연옥

    친구분들과 설악산 다녀오셨군요.
    역시 멋진 친구분들이세요.
    다음주에 대청봉 가려고하는데
    힘이 됩니다.
    추석 명절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2016914일 오전 11:09 좋아요 좋아요

스티콘 선택
이윤희님의 다른글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