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따뜻한 겨울바람(2017.12.6)

난해 2017. 12. 6. 22:38

 

동작역3변 출구에서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건너는 널직한 구름다리 위에서

그리운 얼굴들이 10명 모였다.

 

얼굴빛이 소년같은, 2년만에 보는 오갑친구,

어머님 수발로 오랜만에 나온 태욱친구.

아산에서 올라온 지탄친구.

연락도 안했는데 분당에서 온 용문친구 등

 

56년 국군묘지가 들어섰고, 국민학교 때인가

막내이모와 이곳에 왔었는데

여름이라 수영복차림이었던 것같다.

군인아쩌씨들 어찌나 휘파람을 불어대던지.

 

 

 

세번째 토요일 산악회 송년산행도 있지만,

그때 못오는 친구도 있어 소집한 예비송년산행.

 

해가 갈수록 산행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줄어든다.

타계한 친구는 제외하더라도,

병중에 있는 친구들, 서울서 멀어져간 친구들.

갈수록 친구들이 그리워질 텐데.

 

현충원을 오른쪽에 끼고 서달산으로

오르는 길은 부드럽기만하고

날씨는 봄날같았다.

어제온 눈은 잔설이 되어 있고.

 

 

중간에서 따뜻한 차에 과일 한쪽 하고,

한시간 반쯤 걸려 서달산(179미터) 도착.

달마가 서쪽에서 왔다고.

 

근처엔 유일한(1895-1971)선생님을 기리는

표지판이 있다.

요즈음 같은 때, 더욱 그리워지는 분.

 

현충원도 돌아보면 좋을텐데

화성에서 오는 영욱친구도 있고 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정상에서 조금 걸으면 달마사가 있다.

1931년 창건된 절이기는 하지만 운치 있는 절.

 

씨레기 말리는 풍경이며

눈 소복히 쌓인 장독대며

'어이타 바람은 숲을 흔드나'라고 쓴 주련 등.

 

 

은로국민학교에서  2학년을 다녔는데,

그때의 산천은 어데로 갔는지,

아파트 숲뿐.

 

은로국민학교는 1908년 내무대신

유길준선생이 세운 학교.

 

장마때는 한강물이 흑석동으로 쳐들어와

집에 들어온 물 퍼내기 바빴었다.

같은 집에 살았던 소꼽친구 정인이는

경기여고를 졸업했다는데.

 

 

마을버스를 타고 흑석동시장에서 내려

이영욱회장과 만나, 좁은 시장골목의

순대나라에서 맛있는 순대+소주

 

중앙대 건물은 우후죽순처럼 서있지만,

시장은 옛날 모습이 남아 있었고.

 

화성 일터에서 달려온 것만도 고마운데,

점심값도 치루고.

'회장님, 잘 먹었소.'

 

일부는 당구장으로

일부는 커피숖으로.

커피값은 고맙게도 오갑친구가 쏘고.

 

 

영등포에서 친구 만나고 집에 오니

눈발이 휘날렸다.

산행시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문정희의 겨울사랑)

 

 

친구들, 내년엔 건강하고 자주 만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