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팔랑치의 산철쭉
5/13(월) 오랜만에 찾은 서울역,
무척 커보였다.
7시 5분발 KTX로 천안아산 출발.
월요일이라 일반열차 좌석잡기 어려워
부득이 KTX로.
일반열차 대비 가격은 9,900원으로
50%비싸지만,
소요시간은 절반인 45분(서울역 기준).
물론 지하철을 이용하면 공짜지만,
일일여행을 계획하면
타볼 만하다.
열차가 한강철교를 지나자니
5월의 흐린 하늘은 흐리멍덩.
요즈음 내 육신과
마음이 그렇듯이.
7시 50분 천안아산역에 도착하니
역사건물이 어마어마.
요즈음 짓는 관공서와 마찬가지로.
지방, 중앙정부 모두 세금을 물쓰듯 하니
철도청도 적자가 나든말든.
역사앞 가로수인 산사나무가
마침 꽃을 피우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이다.
아가위나무라기도 하는 산사나무는
5월에 청초한 꽃구름을 피우고
하얀 반점이 있는 빨간 열매를 맺는다.
잎모양이 불규칙하게 깊게 패이고.
서양에서는 May Flower라 하고.
희망을 상징하는 꽃으로 그리스에서는
신부의 머리를 장식한다.
아산친구 만나, 역사내 정동뚝배기에서
조반 들고, 익산, 오수를 통해
남원시 운봉읍으로 냅다 달리니,
남원들의 모내기는 거의 끝나가는듯.
지난주 진부갈 때는 경기, 강원지역은
시작도 안했는데.
전북에선 남원지역 추수가 제일 빠르다고.
모내기는 북쪽지방, 추운지방부터
시작한다. 남원사람들이 부지런한가`.
청계천에도 만발한 이팝나무,
전국 도로가에 만발.
영어로는 Snow Flower.
새하얀 꽃을 소복히 뒤집어쓴 모양이
쌀밥을 수북히 담은 사기밥그릇
같다하여 이밥나무라 하기도 하고,
입하때 피는 입하나무에서
이름이 왔다 하기도 하고.
요즈음 쌀밥이 천대받듯이
이팝나무도 별로 좋은지 모르겠다.
983년(고려 성종)에 왕과 왕비가 몸소
모내기도하여 시작된 권농일,
1960년부터 6월10일로 이어지더니
요즈음은 흐지부지.
운봉읍에 도착 11시부터 산행시작.
2,3일이면 바래봉의 철쭉도 활짝일텐데,
축제마당은 한산.
아침부터 소주하는 몇사람,
품바타령하는 엿장수, 온동네를
시끄럽게 했다.
등산로 입구, 싱그러웠고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로 제법 붐볐고.
춘향설화, 흥부전의 발생지, 남원시,
인구는 겨우 8만이 넘는다.
옛날 마한영역의 고랍국이 있었고
지리산이 진한, 변한의 접경지대였고,
이들은 달궁지역에 별궁을 지어
변한의 침략을 막았다.
고도 100미터 내외의 오수, 남원분지를
빼고는 반야봉, 노고단 등
산지로 둘러싸이고.
운봉읍 준향리에는 특성화된 한국경마
축산고가 있고, 용산리에는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타가 있다.
이 센타의 시원은 국립종축장 운봉지장.
1971년 호주 우리나라간의 면양
시범목장계획에 의거 설립되었고,
이목장의 양들이 독성있는 철쭉을 빼고는
모조리 뜯어먹어 이곳 철쭉군락이
유명하게 되었다.
운봉읍의 인구는 4천명. 450-650미터
고원 분지로 쌀농사가 주작물.
1379년 신흥무장 이성계가 운봉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쳤다.
오늘의 일정은 용산마을 주차장에서
바래봉을 올랐다, 팔랑치까지
갔다오는 것.
용산리에서 정령치까지는 걸어서
13키로, 7시간정도의 거리.
가는 길엔 조팝나무가 철쭉과 잘 어우
러졌다. 남산길의 진달래와 개나리같이.
장미과의 조팝나무는 튀긴 좁쌀들을
붙여놓은 모양. 새하얀 꽃들이 수백,
수천 무리지어 핀다.
영어로는 Bridal Wreath, 신부의 화환이다.
이식물은 아스피린의 해열, 진통성분을
갖고있어 약용식물로 더 유명하다고.
쇠물푸레나무꽃도 피어있고.
나무가 질겨 소코뚜레, 도끼, 쟁기자루
등으로 쓰인다.
물푸레나무는 줄기를 꺽어 물에 담그면
푸른색이 돈다.
낙엽송(일본 잎갈나무)도 새싹을
내어 싱그럽고.
깊은 산속에 사는 이 나무는
갱목, 침목재 등으로 많이 쓰였다.
바위와 어우러진 작은 철쭉,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래봉의 철쭉은 산철쭉. 진달래과에
속하지만, 꽃보다 잎이 먼저 돋는다.
산철쭉은 철쭉보다 먼저 피고,
꽃이 진한 분홍색이며 잎이 뾰족하다.
소백산 연화봉, 지리산 노고단의 철쭉은
연분홍이고, 잎끝이 주걱모양.
진달래 처럼 색이 진하고, 크기도 적은
산철쭉이 나는 더 좋다.
산밑의 철쭉은 벌써 시들어간다.
편한 길이 이어지고.
척촉(철쭉躑,머뭇거릴躅)이 변하여
철쭉이 되었다고.
우리 철쭉은 1854년 독일해군제독
슈리펜바흐에 의해 서양에 소개되었고,
학명에 그의 이름이 남아있다.
노란 빛을 띄운 병꽃나무, 앙증맞고.
백자, 청자병을 닮은 인동과의 병꽃은 국외
반출이 승인대상인 우리의 특산꽃나무.
황록색이 적색으로 변해간다.
높은 산에 사는 떡버들꽃도 피어있고.
이나무는 20미터 높이의 큰키나무인데,
어린가보다.
높은 곳으로 오르자
안핀 꽃봉우리들이 많고.
넓은 분지의 운봉읍이
한눈에 보였고.
돌길, 그냥 흙길로 놔두었으면
오르내릴 때 더 편한 것을.
드디어 바래봉 삼거리 도착.
좌로 가면, 바래봉
우로 가면 팔랑치, 정령치.
전나무숲.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이런 맛에 높은 산을 오르지.
로타리클럽에서 치장한 샘,
그 시원한 맛.
'얼마 안남았어요' 아가씨들, 힘을 돋구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 고마워요'했더니
입이 함박만해졌다.
편한 마대길 끝나고, 계단길.
보인다, 바래봉이.
나무줄기엔 옹이가 많다.
낮은 기온, 강한 바람 때문에
키도 안자라고, 밑줄기를 쳐버리니.
내려다보니 팔랑치의
철쭉군락지가 보였고.
뒷능선의 제일 높은 곳이
천왕봉(1,915m).
내가 천왕봉보다 더 좋아하는
반야봉(1,732m).
지리산 멋진자태를 조망할 수 있는
바래봉,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다.
구상나무, 주목, 철쭉 등이
잘 어울어져 있다.
유난히 붉은 철쭉 한 무더기.
삼국유사에는 통일신라 전성기, 성덕왕
(702-737)때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을 따라가던 수로부인,
험한 언덕 위 철쭉을 탐내자, 암소 끌고
지나던 노인이 꽃을 꺽어 바쳤다.
그의 마음이 그렇게 붉었겠지.
한 쌍, 폼을 잡았다.
바래봉은 산내면 내령리, 운봉읍 화수리,
용산리, 인월면 중군리 경계.
바래봉 서쪽의 운봉천, 광천이 합수,
섬진강으로 흐르고, 동쪽의 만수천은
낙동강으로 흐른다.
우리도 폼을 잡고.
세 명의 부르셔츠대.
바래봉(1,165m)은 스님들의 밥그릇,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
남원 산내면 내령리가 주소지.
정상에서 1.5km 떨어진 팔랑치구간이
철쭉의 백미.
정상에서 찍은 파노라마,
좌쪽이 천왕봉, 우측 홀로 솟은
봉우리가 반야봉.
산철쭉 한 송이.
20여년 전, 전주에서 하숙할 때, 집으로
돌아가는 집사람을 잡아채, 전주역에서 표
물리고, 직장의 바래봉 행사에 참여했었다.
술먹고 해롱대던 일만 생각나지만.
당시의 철쭉보다 못한 것 같다.
산딸기, 산죽 등 경쟁력이 센 식물들이
경쟁했고, 나무들도 많이 자란 탓.
남원시에서는 세력이 약해지는 철쭉군락을
복원하자는 등 말이 많은 모양.
로타리 샘터 근처에 되돌아가,
친구들이 싸온 약식, 파김치, 쿠키,
내가 갖고온 사과 등으로 점심.
산내면 내령리의 팔랑치(八郞峙) 가는 길.
'네 가슴에
이름표로
철쭉꽃 하나
달아주고 싶어
봄이면
내가 잠든 사이에도
온 산이
네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철쭉꽃 이름표 하나
달아주고 싶어'
(김상현의 철쭉꽃-연가 13)
뒤돌아본 바래봉
길가의 앉은뱅이 소나무.
사람들이 올라서서 좋은 풍치를 바라보려
하다보니 난쟁이가 되었겠지.
팔랑치 삼거리(989m)도착.
이길로 주욱 가면 정령치.
이곳에서 팔랑마을까지는 2km.
이젠 두 가구만 산다고.
이곳도 남원 산내면 내령리.
팔량치는 팔랑치와 한문으론 똑같지만,
함양읍과 남원 인월면 사이에 있는 고개.
팔랑치(八郞峙) 철쭉 천국.
BC350년 마한의 왕은 산내면 덕동리
만수천계곡에 진한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한의 별궁인 달궁을 지었다.
그리고 서쪽 10리에 정장군(정령치),
동쪽 20리에 황장군(황령치), 남쪽
20리에 3명의 장군(성삼재)을 배치하고
북쪽 30리에 8명의 젊은 장군(팔랑치)을
배치하여 외적의 침공을 막았다고.
이곳에서 삼랑(三郞)이
표시를 냈다.
하늘도 우리를 맞아
개이니, 평화롭고.
삼거리로 다시 돌아오는 길섶의
세 송이 현호색.
씨앗이 검은데서 이름이 유래했지만
어디에서 잘 자란다는 의미도 있다고.
서양에선 꽃모양이 종달새머리를
닮았다 하기도 하고.
갈라진 잎이 독특하다.
붉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은 철쭉도 좋고.
다시 하산 시작,
돌길이 싫다.
곧 여름이 오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겠지.
철쭉제 행사장은 촌스럽지만
프랑카드는 외국물을 먹었고.
공원의 잘 가꾸어 놓은 네모필라.
캘리포니아 원산으로 꽃말은 그리움.
11시에 이곳을 떠나 5시에 되돌아왔다.
총 걸은 거리는 11km.
2만보가 훨씬 넘었다.
공원에는 인공호수, 분수,
산책길도 있고,
영산홍도 피어있고요.
주차장에 되돌아오니
황매화, 칠엽수가 앙상블을 이루고 있고.
칠엽수(Japanese Horse Chestnut)는
일본산 마로니에.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일곱개 잎이 달린다.
노란 단풍이 지고, 좋은 꿀을 생산하며
탁구공만한 독성있는 열매가 달림.
나도밤나무과 서양마로니에는
잎 뒷면에 적갈색 털이 없고,
열매껍질에 가시가 있다.
네델란드공사가 고종에게 마로니에를
선물하였는데, 덕수궁 뒷편에 있다고.
옛 서울문리대자리 마로니에는
말할 것 없고.
천안아산역으로 돌아오는 길,
여산휴게소에서 비싼 커피 한잔씩.
역앞의 큰 건물 2층에 있는 연안식당에서
꼬막비빔밥+해물뚝배기+소주.
'참기름부터 다르다'는 구호와 같이
깔끔하고 맛있었고.
21:13분 KTX로 귀경,
11시 가까이 되어 귀가.
여행을 마련해준 아산친구 고맙고,
동네친구 같이 해서 즐거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