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싶은 섬 못가도 2
9/18(수) 풍랑이 부는 바다소리에
잠못이뤄하다, 다시 흑산도로 가는
7시 40분 배를 타러가는 길.
동네원로에게 마을입구에 서있는
장덕순비에 관해 이야기하다보니,
금새 친해졌다.
람사르습지, 장도도 한 번 가보라는
권유도 받았고, 가거도에 관한
이야기도 하였고.
자주찾는 병원의 담당의사가 그렇게
가거도를 가고싶어 하더라고.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
가보았던 가거도를 잊을 수 없다고.
지금은 틈이 없어 가볼 수 없다나.
링링태풍에 떨어져나간 구조물.
속이 빈 도로의 일부분에 접근하지 말라는
위험표시가 있었다.
29명 정원에 30명이 탔다.
대둔도 주민들의 섬왕래가 주변 섬보다
잦은 것 같다.
한배를 타다보니 주민들은 친해지고
화합이 잘 될 수 밖에.
뒤를 돌아다보는 사람이
오리이장.
그나마나 풍랑주의보 때문에
10:10 가거도배는 결항된다고.
섬주민들은 기상조건에 통달되어 있고.
서해식당에서 갈치조림에 아침식사하고
나오던 중, 장도가는 배 선장을
만나, 배예약을 했다.
여객터미널에 들려 내일은 배가
떠나냐 물었더니, 내일 가봐야 된다고.
이곳 사람들 얘기는 내일도
못떠날 것이라 하고.
내일배를 기대하며, 10시 장도배를 탔다.
오늘 나올 수 있냐고 선장에게 물었더니,
친절한 선장님, 틀림없이 모셔주겠다고.
장도가는 배 정원은 13명.
풍랑 때문인지, 승객은 우리외
3명의 나이들은 여인들 뿐.
그중 한 사람은 동갑인데, 수집어하면서도
그래도 반가워했다.
선객명부에 생년이 적혀있으니-
오후부터 본격적인 풍랑이 시작된다지만
조그만 배는 엄청 흔들렸다.
장도 가는 배는 월, 수, 금, 하루 두 번
운행, 대둔도배는 매일 운항하고.
배삯은 주민 2천원, 외부인 5천원.
대둔도배는 관계없이 3천원.
30분 정도 걸려 장도마을 도착.
장도는 대장도, 소장도로 이루어졌지만
물이 빠지면 연결된다. 두 섬은 면적이
같지만, 대장도에만 사람이 살고,
인구 100명에 면적은 두 섬 모두
다물도와 비슷한 1.57제곱km.
대둔도의 절반 정도.
장도는 홍도, 흑산도 사이에 위치하고,
흑산도 예리항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와
다시 왼쪽으로 한참 돌아간다.
대장도에서 바다를 건너 바로 흑산도
서해안에 닫는 사선을 탈 수도 있고.
(이런 경우 예리항에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입구에서 전교생 두 명과 함께 나오는
흑산초교 장도분교 선생님을 만났다.
1955년에 개교한 학교.
예쁘게 꾸며놓은 학교 모퉁이에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 적힌
하얀 조각상.
오래 되었는지
녹슨 자국도 보였고.
학교 벽 위엔 아이들 작품도 보였다.
길 위엔 무당벌레 한 마리.
무당벌레, 반딧불이, 풍뎅이 등이 속하는
딱정벌레(갑충)는 폭스바겐의
모델이 되기도.
딱딱한 날개를 지닌 이들은 전체 곤충의
1/3. 곤충 진화과정에서 나비, 벌보다
먼저 등장하였고,
바람을 이용 꽃가루받이 하던 풍매화
에서 충매화로 진화하는 계기를 만듬.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익충이지만, 먹이가 부족할 때는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고.
람사르습지를 가려면
긴 계단을 올라야.
장도의 산지습지는 우리나라
3번째 람사르 협약 습지.
람사르는 이란, 카스피해에
접한 휴양지. 1971년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체결된 장소,
이습지에 사는 식물은 331종으로
흑산, 가거도보다 2배 이상의 종이 분포.
(동식물 합해서 530종)
습지에는 이탄층이 형성되어
오래전 곤충, 씨앗 등이 나온다고.
가을은 진정 가을인데,
웬 풍랑과 태풍?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정일근의 '쓸쓸한 섬')
섬 여기저기에 해맑은 이질풀꽃.
쥐손이풀과의 다년생 초본.
쥐손이풀은 이질풀보다 꽃이 연한 자주색.
잎이 쥐의 손 같이 생겼다해서.
마을 입구에서 1키로 정도의 거리에
전망대가 있고, 좌측에서
습지가 시작된다.
전망대부터 더 이상의 접근 금지.
들어갈까 했지만, 유혈목이, 쇠살모사
등의 독사도 있다기에.
유혈목이는 붉은 색 무늬가 있는 꽃뱀,
살모사는 어미를 죽인다는 뱀.
전망대에서 간식을 먹으며,
바다를 감상하며-
습지탐사를 아쉬워 하며.
앞에는 소장도가
길게 뻗어 있다.
예쁜 장도마을 풍경은
유럽마을 못지 않고.
공소의 웃는 예수님.
이렇게 밝은 모습을 한 예수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김수환추기경님,
보고싶은 분의 한 분.
잘 어우러진 창과 벽.
우리가 올랐던 습지 상류에서 시작된 물은
반대편 짝짓골로 흘러 폭포도 만들고,
동네의 식수원이 된다.
습지 뿐 아니라 바닷가에는 수달이 서식,
양식업에 피해를 준다고.
습지홍보관을 구경시켜주고
홍보관 사무실에서 찬 한잔 하자는
동갑내기 김창식이장.
자연환경해설가이기도 하고,
딸내미는 육지에서 고교교사생활 한다고.
얘기하다보니 백마부대 용사.
재혁친구는 맹호부대 용사.
오랜만에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
만났다고 얼마나 신나하던지.
다음에 또 놀러오라는 찐한 사나이.
요번 명절에는 풍수해 때문에 대부분의
집에선 아들들이 귀향하여 도움을 주어
주민들이 흐믓했다고.
'나라가 잘 되어야 국민이 잘 살지'
그의 한 마디, 마음에 쏙 들었다.
오후 풍랑이 쎄어질 것이라고 선장의
연락 받고, 1:20 섬을 일찍 떠났다.
과연 풍랑은 올때보다 쎘다.
손님은 우리 둘 뿐,
얼마나 미안하던지.
이배는 우리가 떠나기 전(다음날)까지
흑산도 선착장에 묶여 있었다.
2시반 싱글벙글에서 짜장밥 먹고,
서해식당에서 추천한
숙소타운모텔에 짐 부려놓고
항구 뒷길 산책.
첫 방문지는 진리 지석묘군.
이 지석묘군은 남방식지석묘로 195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최초로 알려졌다.
남방식지석묘는 땅 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굄돌을 세운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형태.
흑산도의 유일한 절, 칠락산(271.8m)
자락에 있는 칠락사 대웅전.
대지스님이 3년 동안 선착장에서 탁발과
기도로 설립한 조그만 절.
3년을 차를 끓여 리어커에 싣고,
아이들을 위한 사탕, 요쿠르트를 준비,
선교활동을 폈고
매일 무심사 선원지에서
팔백배를 드렸다고.
진리 면사무소를 지나 언덕에 있는
박득순미술관 가는 길.
고향이 흑산도인 한국화가 박득순에겐
홍어와 홍어잡이배가 모티브.
화가는 1972년 서라벌예대를 졸업했다니
우리와 비슷한 연대의 작가.
홍어잡이배 형상을 한 미술관.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박강순소장이
친절히 안내하고 설명하고.
42명의 화가가 작품을 기증했다고.
김상준의 작품,
black beauty hammage.
무슨 뜻?
박득순의 '섬'
박득순의 '홍어잡이 배'
흑산도에는 홍어잡이 배가
6척이라고.
홍어는 겨울에 맛이 좋아
옛날에는 겨울에 주로 잡았다고.
박득순의 '배'
조강훈의 '성난 소'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바다는 저리 잔잔한데
오가는 배는 없고.
이날 오후 신안 송공항으로 가는
한진해운 뉴드림호 카페리여객선은
평시와 마찬가지로 출항했다.
뉴드림호는 2.1천톤으로 승객 250명,
소형차 56대를 실을 수 있는 배로
자동차 여행객을 위한 차량.
신안 송공까지 소요시간은 3시간 반,
쾌속선에 비해 많이 느리다.
저녁을 먹으려니, 서해식당을 비롯,
식당가 거의 문 닫고 싱긍벙글만 싱글벙글.
발길 끊긴 나그네들로 꽉 찼다.
건너편 식당을 빌려
장어탕+막걸리
수심에 잠긴 두 나그네,
얼근해져 이얘기 저 얘기.
우리를 잘 보았던지, 사장님,
삼치회를 서비스로 내온다 하더니
부시리 회를 내왔다.
예리항 뒤 전망대에서 본 항구.
다음날(9/19,목) 선박회사에 전화하니
가거도 가는 배는 또 결항하고
오후에 목포가는 배는 뜰 거라고.
금요일에 가거도 가는 배는 뜨겠지만, 다음은
새로운 태풍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누가 내마음에 불을 질러
풍랑을 일으키게 하는지.
아무래도 가거도는 포기해야 할 모양.
아침산책을 나서, 경로당 뒤
예리전망대에 올랐다.
숙소에 돌아와 '비비고 전복죽'으로
아침 때우고 여객선터미널에 가니
매표소 직원도 안나오고
나그네 서너명 기웃거렸다.
그 썰렁함, 섬사람들은 자주 맛보겠지.
올 사람 안오고, 갈 사람 갈 수 없고.
아침바다는 잔잔한 것 같은데.
오후 4시 20분에 목포로 가는배가
뜬다고 하니, 그동안 관내 버스 타고
섬 한 바퀴 돌기로 하였다.
버스는 하루에 네번씩
동,서편으로 각기 돌아간다.
우리는 10:40분에 떠나는 동면방면
(시계방향으로 도는)버스를 탔다.
버스정류장은 마치 대궐 같다.
버스는 꼬불꼬불 만만치 않은
해안길을 오르내렸다.
차안에서 사진찍기가 여간 어렵지 않고.
흑산도의 동쪽에는 영산도가 있다.
(사진에 보이는 섬)
대둔도보다 적고 인구 100명.
영산화(철쭉)가 많이 피어 영산도.
석주대문이 유명.
첫 정거장 소사리 이전, 천촌(여티미)에
최익현선생(1833-1907)유허비가 있다.
여행을 하다보니 곳곳에서 선생을 만나고.
순국지 쓰시마에서, 의병활동지 청양,
유배지 흑산도에서.
1876년 강화도 조약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려 이곳에 유배되었고, 일신당이라는
서당을 세워 후학을 양성했다.
일제가 싫어했던 안강최의 한 사람.
안중근, 강우규와 더불어.
섬의 남쪽 사리에 있는 유배문화공원.
정약전선생의 유배지로 사촌서당이 있고.
고려때 정두개라는 선비로부터
최익현선생까지 130여명이 유배당함.
평민, 나인으로부터 군수, 판서,
좌의정까지.
꼬불꼬불 한다령 지나, 서쪽 해안의
심리(지푸미), 곤촌(곤듸미)지나니,
하루 전 방문했던 대장도가 보였고.
동갑내기 김창식이장의
정다운 얼굴이 생각났다.
비리(전듸미)지나, 마리마을 지나
마리재에 있는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이날은 동백아가씨가 흘렀다.
간혹 자동차가 이곳에 서면
자동적으로 '헤일 수 없이 수 많은 밤을-'
우리는 이곳에서 버스를 내려
숙소까지 걷기로.
마리재에서 상라산(229.8m)에 올라.
반달모양의 상라산성 안내문이 있고.
흑산도 북쪽에는
하루밤을 보냈던 대둔도가 보였고.
우리가 걸어내려갈 열두굽의
길이 한눈에 보였다.
마리재로 다시 내려와 상라정에 가려니
흑산도를 소재로 한 김훈의 '흑산',
김주영의 '홍어' 홍보판이 있고
층꽃나무 한 그루 피어있다.
층꽃나무는 남부 섬지방에 사는
낙엽활엽반관목(반목본성 식물).
햇볕 잘 드는 척박 건조한 절개사면지,
바위 곁에 자란다.
열두 구비를 다 내려오니
좌측엔 무심사선원지.
흑산면 진리에 소재하는
신라말(9세기)-고려말(14세기)까지
운영되었던 사찰.
300여 년 된 보호수, 팽나무와
고려초기 삼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이곳 인근 철새 중간기착지에는
새조각공원이 있고.
이곳에서 상라산 정상까지는 1.7km.
진리방향으로 길을 가다보면 배낭기미
습지. 배낭기미는 배가 닿는 마을이란 뜻.
200여종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는데,
오리 두 마리만 둥둥.
배낭기미해변.
예리항 개발 이전에는
흑산도 어업의 전초기지.
해변을 지나면 바다신을 모셨던 당산(堂山).
정월초 마을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진리당과 어선 무사고와 풍어를
비는 용왕당이 있다.
소나무와 초령목으로 조성된
당숲이 있고.
초령목은 1종 1속의 희귀종으로
흑산도, 제주도에 사는 상록활엽교목.
이곳에 43그루 어린 나무가 있다고.
당각시가 피리부는 당총각에 반해 배를
못나가게 하자, 당총각은 피리 불다 떨어져
죽어 초령목(귀신나무)이 되었다나.
1시 지나서 항구에 돌아와
싱긍벙글에서 볶음밥.
숙소에 돌아와 짐싸고,
목포가는 배표사고.
배표는 출항 1시간 전에 팔기 시작.
카페아일랜드에서 커피 대신
요즈음 잘 나가는 테라 한 병씩.
새우깡도 푸짐하게 주었다.
선착장을 내려다보니, 싱글벙글 총각
낚시배에서 부시리를 옮기는데,
한 발자국 가면 튀어나오고
또 한 발자국 가면 튀어나오고.
16:20분 목포가는 배는 20분 연착된다 하고.
내려가보니 한 마리에 3만원.
둘이 먹기엔 많고.
카페 옆자리에 있는 방학동에서 왔다는
네 처자에게 같이 회쳐먹자 하니, 시큰둥.
목포항에 도착한 것은 18:40분.
우선 기차표 예매가 급하기에, 택시를
잡았더니, 젊은 처자가 합승하자고.
혼자 홍도에서 3박 4일.
홍도가 그렇게 좋다나.
우리와 같은 배로 홍도에 갔었다고.
혼자 무서워서 깃대봉은 못올랐고.
진즉에 만났으면--
20:01분 KTX표 끊고, 다시 택시 타고
꽃게요리전문점, 장터에서
꽃게살비빔밥 후닥닥 해치우고.
집에 오니 11시가 넘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흑산도에서 16:40분
떠나 당일로 집에 왔으니.
섬여행은 10월 이후 하는 것이 좋고
여러 섬을 방문할 때는 먼섬부터 라는
교훈은 얻었지만, 가거도 여행은
10월이라도 가야지.
3박4일 섬여행 빡셌지만, 기억이 날만한
여행이 될 수있게 하여준
재혁친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