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양평 벚꽃길 걷기

난해 2020. 4. 10. 15:28





때가 묻었으면 묻은 대로

죄를 지었으면 지은 대로

사람은 아름답고 그리운 존재

천국도 지옥도 닮은 이 세상에서

천사도 마귀도 닮은 사람들이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것이

눈물겨운 것만이 아니라

정답고 행복한 모습이기도 하다

더 즐거운 세상이 어디에 있는가


(1949년생 최일화의 '아름다운 세상') 





4. 8(수) 상봉역에서 아홉 친구 만나,

양평가는 도중, 연기가 솟아 산불인가 했더니

철로 옆, 인근 창고 건물에서 난 불.


15분 정도 전철이 정차했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기관사가 불구경하고 가려했는지.





이날의 계획은 양평읍 남한강변에서

시작되는 벗꽃길을 걸어 원덕역까지 가는 것.

대략 11km의 길이죠.


버드나무나루께길과 같은 코스지만, 나루터를

 따라 걷는 길보다는 언덕 위 자전거길에 조성된

벗꽃길을 걷는 부분이 상당히 됩니다.


2/26(수)일에는 가지만 앙상했던 버드나무가

이제는 연록색의 제법 풍성한 나무가 되었군요.

한 달하고 열흘 이상이 지난 사이의 변화죠.


국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1/20일.





세차게 부는  봄바람에 강물도 출렁거렸지만

버드나무도 긴 머리칼을 휘날렸습니다.

긴머리의 여인을 연상시키는군요.


최일화시인은 엄마는 일찌기 산에 묻히고

아버진 낯선 곳에서 남하고 살고


바람부는 들판에서 꽃, 구름을 동무삼아

혼자 놀았다네요.





양평교 지나니 만개한 복사꽃, 벚꽃이

신록의 버드나무와 어우러지고요.





우리는 나무길을 통과하여

갈산 산책로로.

갈산은 양평읍의 옛 지명입니다.





강 건너 동네도 버드나무와

벚꽃이 잘 어울리죠?





노랑의 개나리가 있어

금상첨화.





꽃구경이라 하니 동심이 발동,

아홉 명이나 참석.

마나님 말씀을 좇아 마스크 쓴 사람은 한 명.


사실, 마스크를 쓰니

보온도 되었구요.





길게 늘어진 벗꽃길, 쌍계사 벚꽃

구경하면 차량에서 뿜어 나오는 그 시커먼 매연-

이곳에는 그런 것 전연 없습니다.


이곳의 벚꽃터널을 보니

대만 아리산 벚꽃열차 등이 그립군요.

'Ride on the cherry blossom

express'라는 연주곡도 있죠.


서양에선 벗꽃보다 열매인 체리가 우선.

꽃 위주인 우리나라에선 버찌가 시원찮죠.





일부의 나무는 벌써 꽃이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났습니다.


벚꽃축제, 요란스럽기 짝이 없죠. 순식간에

피었다가 비, 바람에 쉽게 떨어지고 마는,

벚꽃은 우리의 삶이 덧없다는 교훈을 주죠.


한때는 일본원산이라 벚나무를 베어내더니,

언제부터인가 왕벚나무가 우리나라 원산이라고,

 지방자치단체가 가로수로 심기 시작하여,

어느 곳에서나 쉽게 벚꽃을 볼 수 있죠.





나루께길을 걷는 사람은 별로 없군요.


88년, 벚꽃 한창이고 봄비 내리던 날

중국여인 란차이와 한 우산 쓰고, 도쿄 전몰자 공원

(국립묘지)을 걸었던 기억이 남니다.


당시는 중국과 외교관계가 없을 때이고,

그녀의 한국 입국을 돕기 위해

한국영사관을 들렸다, 쉽게 일 끝낸 후에

강의실로 돌아가긴 싫었고. 


세상일이란 묘해서 앞집 기환이 고모의

눈에 띄어 마나님한테 보고되어

몇 달간의 냉전이 계속되었었고요.


하여튼 비오는 날의 벗꽃

애잔하죠.





코로나 어쩌구 했지만,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요.





앞에 있는 여인들 놀라는 소리 있어 가보니,

뱀 한 마리 겨울잠깨고 벚꽃놀이 나왔더군요.


그 중 한 여인 막대기를 구해와선

뱀을 막대기에 올려놨는데

그후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독사 같지는 않은데-





봄날의 해도 눈부셨고요.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품어내는 빛갈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 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55년생 최두석의 시)





다리 아프니 쉬어가자는

손짓인가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간식도 즐기고.





양평읍 창대리 꽃동산 지나

다시 언덕을 오르고,





이쪽에서 보면

저쪽이 꽃동네입니다.





유난히 신록이 돋보이는

버드나무 한 그루.





양평읍 중심지에서 멀어지자

길은 적막에 싸이고

우리만의 벚꽃길이 열립니다.





팬션 은강의 가슴 큰 여인

봄의 기지개 피고요.





산벚인가요,

아니면 나온 잎색 때문에 색이 변했나요?

산벚나무는 꽃과 잎이 같이 나온다 하네요.





충주댐까지 100km라는 표지판 지나니,

조그만 섬의 어린 버드나무 한 그루.

올 홍수에 잘 견딜까요?





담장위 조팝나무, 분홍색과 어울리네요.


1m정도 키의 장미과의 조팝나무는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 같죠.

토끼전에도 나오는 꽃입니다.


큰키의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는 꽃이 쌀밥을

수북히 담아논 흰 사기그릇 같기도 하고.

입하에 피는 나무라 하기도 하고.

청계천가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길가의 집, 앞뜰의 튜립.





현덕교를 건너기 위해

언덕을 올랐습니다.





버드나무와 벚꽃이 어울리는 곳, 양평.





쉼터에서 간식.


재춘표 떡+영우마님표 토마토+ 병헌표 위티

(발렌타인+홍차)+현직표 커피.





현덕교를 건넜습니다.

양평읍 회현리와 개군면 앙덕리를 연결하죠.


현덕교 아래에서

흑천이 남한강에 합수하고.





흑천을 따라가는 벚꽃길.

이곳의 벗나무는 작고 아담 사이즈.





흑천 따라 촌색시가 걷는 길이죠.





길가의 어린 애기똥풀꽃, 양귀비과 두해살이 풀.

줄기를 자르면 노오란 즙액이 나오는데,

약용으로 이용되나 독성이 있죠.


4월에서 8월까지 꽃이 핍니다.

그래서 여름꽃으로 알고 있읍니다만.


제비가 부화할 때 눈이 잘 뜨이지 않아

아기똥풀액을 발라주어 눈을 뜨게 했다는

신화에서 나온 이름이 celandine.


제비라는 뜻이 있고,

꽃말은 어머니가 몰래 주는 사랑.

(야생화 백과사전)





마음에 평안을 주는 흑천,

색갈이 고왔죠.





전주이씨 안풍대군파 사무실의

붉은 복사꽃을 보고,


돌담체험농장, 김영삼 포도원을 지나,

9명의 봄의 점령군은 행진을 계속했고요.





긴 흑천의 제방,

마음을 확 트이게 했습니다.


좌측 뒤, 백운봉(940m)과 용문산

주봉(1,157m)이 보였구요.





가마우지 무리의 나른한 봄날.


우리나라에선 2003년 처음으로 민물가마우지가

발견되었는데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네요.





개군면 공세리 신내들에 있는 45년 전통,

강호해장국에서 해장국+내장탕+소주+막걸리.


지난번 들렸던 신내서울해장국보다

내장국 기준 2천원이 쌌고, 맛도 좋고.


맥주잔에 소주를 기울이며, 맛좋다를 연발하니,

주인 아줌마 봉삼주를 서비스하네요.

우리는 호두과자 서비스하고.


봉삼주 드셔보셨나요?


운향과 식물, 백선의 길고 굵은 뿌리가 봉삼.

백선은 꽃송이가 많고 향기가 짙어

절화로 개발이 가능하답니다.


애처가 세 친구와 혼자 있는 친구 한 친구는

 한 그릇씩 더 주문하여 포장해 가고,


태욱친구는 장인어른 드린다고

봉삼주 얻어 가고.





커다란 두릅나무 두 그루 지나치고,

세르빌호텔 가기 전에 있는

클래식한 오디오카페, 무사이온카페.


제우스가 고모벌이 되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와 동침 아홉 자매를 낳았는데

이들이 무사이온.


영어로는 뮤즈, 이들이 사는 집이 museum,

music도 여기서 나온 말.

시, 음악을 포함한 학예의 여신들이랄까요.


나에게도 뮤즈가 필요한데,

이곳에 들려 한 여인을 나의 뮤즈로 만들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지요.





세르빌호텔의 조각들도 여전하고요,





봄기운이 물씬 났죠.





대명리조트의 숫놈 칠면조, 우리를 보더니

사납게 울어댔고요.

이들은 거위와 같이 집도 지킨다는군요.





자아도취의 파란 공작 숫놈들,

조용했어요, 번식기가 벌써 지났나.


악마의 목소리, 천사의 깃털, 도둑의 지혜를

가졌다는 공작새. 질투가 심해 , 저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부리로 쫀다네요.






대명리조트 식물원에 들어가 보니

남아프리카 원산, 리빙스톤 데이지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네요.


국화과 꽃과 닮아 데이지라 이름을 붙였지만

다육질 잎을 가진 번행초과 식물.





추읍산도 여전했고





옛날 허름한 집 지나면

아담한 꽃동네.





장미과의 명자꽃도 피었네요.

꽃이 아름다워 아녀자가 이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울타리 안에 심지 못하게 했죠.


가시가 많아 울타리용으로 적합하며

열매도 아름다우며 향기가 좋고요.





박태기꽃도 피었구요.

콩과의 자그마한 나무, 꽃봉오리 모양이

밥알, 밥티기 닮았죠.


꽃대가 없고 몸체 아무데서나

꽃이 피고 꽃에는 독이 있습니다.


서양박태기나무는 키가 커서

유다가 목맨 나무라네요. 그래서 유다나무.

(박상진교수)





마지막 벚꽃 터널을 지나고

흑천을 건너면, 원덕초교.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길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43년생 유응교의 '벚꽃의 꿈')




양평읍 원덕리, 원덕역에 도착한 것이

3시 22분.


이날은 당구장 간 친구가 없었죠.

사갖고 간 내장탕, 해장국

마나님한테 빨리 전달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