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산행기

난해 2021. 8. 30. 00:13

 
 
 
 

(윤일란,  산)

 
'당신 품에 안겼다가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 1962-, 산)
 
 
 
 

8/28(토) 9시 반 압구정로데오역을 떠나

성수대교 건너 구리터널을 지나
구리-포천고속도로를 타다
양주나들목을 빠져
 
파주 적성면, 감악산으로.
한시간 1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영우친구가 편집한
60-70 올드 팝송을 들으며
 
Can't help falling in love,
Sad movies,
All for the love of a girl---
 
 
 
 

이날, 둘레길을 걷느다고 하고는

출렁다리를 건너 운계폭포, 범륜사를 걷다보니
중앙 두줄 빨간선으로 해서
정상, 임꺽정봉, 장군봉을 거쳐,
 
청산계곡길로 내려와
18천보의 험한 산길을 걷고말았다.
 소요시간 6시간.
 
 
 

친구를 기다리는라

카페 미테에서 커피 한잔.
예상치도 않게 평택, 아산에서 두 친구 합세.
 
청년의 기개를 가졌고
감악산 까마귀가 친구인 지탄친구.
 
탄탄한 몸을 자랑하며
듬직하기가 산과 같은 4년 후배 정승동.
우리 동기 정승화친구의 아우.
 
카페 밖에는 키다리 해바라기,
꽃이 가냘펐고.
 
 
 
 

아메리카 원산 국화과 한해살이 꽃

태양처럼 뜨거운 감정을 나타내는 영혼의 꽃.
8-9월 개화.
 
어느 연못에 바다의 신의 딸 둘이 살았다.
해진 후 동틀 때까지만 놀 수 있었는데-
 
태양의 신 아폴로가 빛을 밝히자, 자매는 넋을
잃고 서로 아폴로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했고.
 
언니는 동생이 규칙을 어겼다 해서 죄수로
만든 다음 아폴로의 사랑을 원했지만
땅에 뿌리박힌 해바라기꽃이 되었다나.
 
 
 
 

금촌에서 출발한 친구들이 도착

도합 9명이 출렁다리로 출발한 시각은 11:25분.
 
감악산(紺岳山, 675m)은 한북정맥 양주에서
갈라져 적성쪽으로 뻗은 산.
 
파주 적성, 양주 남면, 연천 전곡에 걸쳐있고
경기 5악의 하나.
(송악, 관악, 운학, 화학산과 더불어)
 
검은 빛과 푸른 빛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하여,
까마귀가 많다 하여 감악산.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서쪽자락에 범륜사, 운계폭포가 있고
임꺽정이 숨어있던 임꺽정봉과 굴이 있다. 
 
설마계곡 입구에는 영국군 참전기념비.
치열한 격전지에서 승리를 얻었던 영국군.
 
 
 
 

며느리밥풀꽃이 한창

현삼과 식물로 7-8월 개화.
꽃에 쌀알모양의 흰색 무늬가 두 개.
 
옛날 시집살이하던 며느리가 저녁밥을 짓다
뜸이 들었나 밥알 두 개를 입에 물었는데
시어머니에게 들켜 모진 매를 맞고 절명.
 
무덤가에 밥풀 두 개를 문 꽃이 피었다고.
 
 
 
 

멀리서 본 출렁다리

파주 적성면 설마리 위치.
높이 45m, 길이 150m.
2016년 개통.
 
 
 
 

다리 가기 전에 있는

전망대의 달님.
 
 
 
 

제법 흔들림이 있어

한 할머니는 건느지 못하고 물러섰고.
 
 
 
 

미국에 있는 딸에게

보낼 사진을 찍는 경희친구.
천사표 친구.
 
 
 
 

백호 한 마리가 튀어 나왔고

 
 
 
 

운계폭포

범륜사(옛 운계사) 바로 밑에 있는 설마천의
폭포. 높이 20m. 빙벽훈련 장소.
 
우의정을 지낸 허목(1595-1682),
생육신의 한 사람인 남효원(1454-1492) 등이
이곳을 찾았다.
 
 
 
 

절 인근에 있는 전망대

인적이 드물다.
 
 
 
 

절 입구에는 사천왕문 대신

사천왕상이 서있고.
 
범륜사(梵輪寺)는 옛 운계사터에 1970년 재창건한 절.
진평왕때 의상대사 창건. 태고종 소속.
 
태고종은 고려시대 태고보우가 종조.
사찰의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승려의 결혼문제를 자율에 맡김.
 
서대문구의 봉원사, 순천 선암사 등이
태고종 사찰.
 
 
 
 

문학평론가 박진환(1936-)의 시, 범륜사

감악산 산자락 말아
또아리 튼 절터는 명당인데
산세는 초라.
 
감로수 한 잔
목축여 숨고르고
 
누렇게 울리는 
저녁 늦은 종소리.
 
 
 
 

대웅전과 삼층석탑

1993년 발굴한 석탑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
 
 
 
 

여의주를 물은 용이 좌우에

 
 
 
 

산을 내려올 때

둔탁한 종소리와 녹음된 목탁소리,
그리고 흐르는 내소리를 들었는데
냇물소리가 마음을 울렸다.
 
 
 
 

극락보전 옆의 12지상

 
 
 
 

대웅전 보다 무게가 있어보이는 극락보전

극락전, 무량수전, 아미타전은 서방극락정토를 
축소시켜 묘사한 곳.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시고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또는 지장보살을 모심.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의 지혜문을 상징.
 
현세보다는 내세가 중요하겠지.
 
 
 
 

극락보전 내부

 
 
 
 

동양최초 백옥석관음상이라는데 중국산

12지신상도 마찬가지.
우리의 돌로 우리의 장인들이 만든
불상 등을 세워놓아야지.
 
절들도 중국산을 좋아한다.
싼게 비지떡인 것 보다
우리 장인들을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공양간 야외식탁에서

묵밥+비빔밥, 한 그릇에 4천원.
절에서는 보통 무료공양이지만 불전을 내놓는 것이
상례. 명확한 것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모두 맛있다고.
공양보살도 친절했고.
 
 
 
 

절 입구의 석물들

중국산은 이제 그만.
 
 
 
 

절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평탄.

평탄함을 둘레길에서 정상으로 가는길로 유도.
일부 친구들 사기죄로 고발하겠다고.
 
 
 
 

묵은 밭 지나 숯가마터

험한 등산로에 이런 숯가마터가 네 개.
 
대학시절 치악산 겨울등산때
눈길에 길을 잃고 무거운 배낭과 카메라
숯가마에 던져버리고.
 
의철친구의 말대로 칠흑 어둠 속에 하산하여
상원사인근에서 듣던 어둠 속 풍경소리.
살았구나.
 
숯가마에서 퍼졌더라면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텐데.
 
 
 
 

오를 수 있을까

예전 이산에 오른 기억은 험한 등산로 뿐.
다른 것은 기억에 없다.
 
 
 
 

커다란 바위 옆 벤치

절공양이 없었더라면 더 고생했을 것이다.
 
 
 
 

재춘표 커피도 한 잔

내려오는 젊은 처자들 뱀을 보았다는데-
애기뱀이라 귀여웠다고.
 
 
 
 

정상을 밟기 전

공사중인 강우 레이다 건물.
완성되면 풍수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오랜만에 본 귀여운 이질풀꽃

쥐손이풀과의 다년생초본, 이질풀, 8-9월 개화.
잎이 쥐손 닮았다고. 연한 홍색, 홍자색 또는 
백색의 꽃을 피운다.
 
이질에 효과가 있다는 풀.
꽃말은 새색시.
 
 
 
 

정상, 675m에서

"우리의 청춘을 위하여 손을 들어라"하는 구호를 지르니
젊은 처자들, "부럽습네다", 진심의 말.
 
손을 드는 모습이 각양각색,
안드는 반항아도 있고.
 
뒤에는 감악산비(설인귀비, 빗돌대왕비).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원래 양주시 남면 황방리(초록지기마을)입구,
간파고개 도로변에 있던 것.
 
말탄 사람도 내려서 절했고.
무시했을 때는 화를 입었다고.
 
감악산자락에 있는 제당에서 매년
제를 지낸다고.
 
옛날 당나라 설인귀를 모신 감악사가 있었을 
때의 비라 하기도 하고,
진흥왕순수비라 추정하기도 하고.
 
 
 
 

너른 정상, 사방의 풍치도 일류

 
 
 
 

멀리 세워놓은 성모상

 
 
 
 

임진강은 구비구비 휘돌고

 
 
 
 

변덕 많은 요즈음 일기

우리는 임꺽정봉, 장군봉으로 해서 
감악산둘레길의 하나, 청산계곡길로.
 
 
 
 

외상됩니다

현금이 필요없는 세상.
 
정상부는 썰렁해서 
얼음과자 생각도 안났고.
 
 
 
 

임꺽정봉으로

 
 
 
 

임꺽정봉으로 향하는 우리의 위치

 
 
 
 

드디어 임꺽정봉(676.3m)

정상(675m)보다 높다.
임꺽정이 피난했던 곳.
 
임꺽정(-1562)은 조산 중기 의적.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조선 3대 의적.
 
양주에서 백정으로 태어나 황해, 평안,
강원도까지 세를 확장했다.
 
16세기 중반 몰락농민, 백정, 천인들을 규합,
권력층의 수탈정치에 저항.
 
3년간 지속돠었던 이들의 저항은
윤원형 등 외척세력을 축출하는 계기가 되었고.
 
 
 
 

양주 남면 신암저수지가 보였고

 
 
 
 
 

주변 경치에 홀려 신암저수지쪽으로

향하는 선두그룹을 따라가다 보니 잘못된 길.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절경들을 테크길을 놓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산과 저수지들

 
 
 
 

길을 잘못들어, 다시 올라오는 데크길(재춘친구 사진)

'아이구 나죽어'하는 생각이 안드는 것은 웬일.
 
 
 
 

아직도 여름의 한 가운데?

불굴의 의지를 갖고 올라오는
영우친구.
 
 
 
 
 

옹색하지만

한여사표 커피 한 잔 씩.
이날도 한여사, 좋은 리더가 되었고.
 
 
 
 

우리는 장군봉으로

 
 
 
 

드디어 장군봉

험한 산길에 즐거움도 잊고.
 
 
 
 

북한산, 도봉산 쪽 능선

 
 
 
 

하산이라고 안심은 금물

높은 바위에서 내려오다 쓰러졌고.
다행히 외상도 없고
카메라도 무사.
 
 
 
 

청산계곡길로 들어섰다

급경사길, 너덜지대도 지나고.

 

하산도중 승현친구가 영우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백신증명을 어떻게 하냐고?

 

이날 미테카페에서 커피 한 잔할 때

영우친구가 내 핸드폰에 질병관리청 앱을 

불러 8/23 이차접종했다는 사실을 깔았었다.

 

이젠 우리들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무에 가려진 악귀봉

얼마나 험하면 악귀봉일까.
 
 
 
 

길이 편해지고

올랐던 길과 다시 마주쳤다.
 
 
 
 

범륜사를 지나, 흩어졌던 친구들 다시 모여

 
 
 
 

출렁다리를 거꾸로 건너

 
 
 
 

'우리의 청춘을 위하여 손을 들어라' 준비

 
 
 
 

친구들 오늘도 수고했소

 
 
 
 

아침에 주차장이 만차라

자동차를 맡겨놓았던 두부집에서 뒷풀이.
흘린 땀을 씼고 셔츠도 갈아입고.
 
두부전골+굴무침이던가+명태구이+비루+쐬주.
도원친구, 승동친구 술맛이 났다.
음식솜씨는 합격점.
 
나도 후배가 따라주는 맥주 따라주는대로  
마시다보니 엄청 취했고.
 
서빙하는 이쁜 아가씨 고향이 평택.
승동친구도 평택, 내 처가도 평택.
 
처음엔 안주 적게 시켰다고 인상쓰던 사장내외.
요즈음 장사가 안되어서 그러니 
우리가 이해하자는 친구들.
 
안주를 듬뿍시켰고
내외의 얼굴이 온화해지고
미안해 하는 표정.
 
 
 
 

남쪽, 파주친구들과 헤어져 올해의 마지막 여름 속으로

베스트 드라이버, 영우친구 오늘의 과로에도 여전했고.
우리 넷은 새드 무비를 합창했다.
 
Sue Thompson이 부른 Sad Movies-
 
'그가 일을 한다 해서 혼자 영화를 보러갔죠.
밝은 불이 꺼지고 뉴스가 시작되었을 때
사랑하는 이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들어와 바로 앞 자리에서 입맞출 때
나는 거의 죽는 줄 알았어요.
 
집에 와서 왜 그리 눈물이 고였냐고 엄마가
묻길래 나는 Sad Movie라고 답했죠.'
 
 
 
 

8시 넘어 집으로 가는 길

귀뚜라미 소리, 올해 처음 들어보는 소리.
 
 
 
'벌개미취 이웃에 사는 귀뚜라미
귀뚤귀뚤
 
시든 민들레 밑동에 사는 귀뚜라미
귀뚤귀뚤
 
울타리 돌틈에 사는 귀뚜라미
귀뚤귀뚤
 
먹을게 없진 않은지
쓸쓸하진 않은지
귀뚤
귀뚤
귀뚤
귀뚤
 
서로 멀지 않은 곳에서
묻고 또 묻는다'
(이상교, 1949-, 귀뚜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