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눈꽃산행
고교총동문회 주최, 태백산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태백산의 체감온도는 영하 25도.
태백산의 칼날바람에 겁을 먹었지만
다행히 날은 맑은 겨울날씨.
73명의 동문들이 참여.
18회부터 46회 졸업생까지.
옛날 생각에 군고구마 한 봉지 샀고.
태백산을 마지막으로 등정한 것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전대통령이 사망한 날.
그때 일행이었던 한 친구가 노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
둘이 같은 회사를 지망했는데 노대통령은 낙방.
인생의 결과는 어느 편이 나은 것일까.
노대통령의 명연설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힘이 넘치는 명연설.
당시에는 그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갖았었지만
문전대통령을 겪어보고나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노대통령 사후에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옆에 앉은 재춘친구가 한 마디.
일출시간이 많이 빨라졌다.
마침 태백산 눈축제기간 중.
31일까지 축제는 계속된다.
눈꽃전국등반대회, 축하공연, 눈조각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고.
태백이 가까워지자 교통체증이 시작되어
길을 돌아가는 바람에 30분 이상 지연,
11시경 유일사 주차장 도착.
포항에서 개별 출발한 차건동친구는
일찍 도착, 1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에 손은 곱지요,
아이젠, 스팻치 착용, 스틱 뽑는데 행동은 뜨지요,
화장실도 갔다와야죠, 버벅거리다 보니
후배들보다 출발이 상당히 늦어졌다.
보통은 안전산행 기도, 기념촬영 등
간단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들은
먼저 출발하는 게 상례였지만
교통체증으로 이 행사는 생략되었다.
주차장은 만원, 도로에 관광버스차량이 도열해 있고.
경상도에서 온 차량이 많았다.
태백산(1,567m)은 태백시와 경북 봉화군에 걸친 산.
경상도아지매들, 아이젠 착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이리 갈팡, 저리 갈팡.
우리나 아줌마들이나 버벅거리기는 마찬가지.
700m고지에서 출발하는 셈.
태백산은 태백산맥의 종주(宗主)이자 모산(母山).
북한 안변, 통천의 경계에 있는 황룡산(1,268m)에서
비롯한 태백산맥이 금강(1,638m), 설악(1,708m),
오대(1,563m), 두타산(1,357m)를 거쳐
이곳에서 힘껏 솟구쳤고
여기에서 서남쪽으로 소백산맥이 분기,
북쪽엔 함백산(1,573m).
천년(千年) 병화(兵火)가 들지않는 영산이며
단종의 혼령이 깃든 산.
결빙일수가 168일.
유일사, 장군봉(1,567m), 천제단을거쳐
망경사, 반재, 당골로 하산.
반재에서 시작 당골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정코스를 선택.
입을 싸는 두건을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고
핫팩도 미지근. 다른 곳에서는 효과가 있었는데-
그만큼 이곳 날씨가 추웠다는 얘기.
추운 날씨에도 활기차고 웃음이 가득.
부럽기 짝이 없네.
친구 뒤에는 커다란 주목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입김이 서려 친구는 안경을 벗었고.
코로나 이전엔 매년 네팔 등반을 했고
우리들과의 동행도 계획했었다.
이친구와 일년에 한두번 경주 남산답사,
영덕해변트래킹, 포항 내연산 등반 등
여행을 했다.
만날때마다 후배가 하는 빵집의 빵보따리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말이 없고 행동거지가 바른 사나이.
올해에는 다시 히말라야등반을 계획하지만
마나님의 윤허가 있어야 한다고.
부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
움직일 기미도 없고,
당골로 하산시에도 마찬가지라는 소식.
겨우 두 시간(2km정도) 걸었는데.
정상까지 2km 남은 지점.
태백시의 유일한 비구니 사찰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건동친구가 이곳에서 정상으로 가는
다른 길이 있다하여, 그길로 가자고 했으나
뒤에 쳐져있는 친구를 생각하면 아니 된다고.
정선 고한읍에 있는 함백산의 멋진 자태.
태백시 소도동과의 경계에 있다.
포기한 길의 발걸음엔 힘이 없다.
한 번 쉬어가고.
경진친구, 옛날같지가 않다.
그랬더니 너무 노출을 많이 했나?
좀 더 오르면 정체라는 말을 해야되나?
정답게 걷는 산길.
스팻치를 안한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쪽이 망가져 있어 오른쪽만 착용했고
미끄러운 비탈길에서 지팡이 한 개를
건동친구에게 빌려주었더니
웬걸, 미끄러지지 시작.
뒤에서 잡아주는 부드러운 손길을 보니
36회 황태희후배. 말도 부드럽고.
배낭을 걸어놓고 조금 쉬자니
후배님, 어느틈에 커피를 탔고,
차건동친구표 빵을 나누었다.
우리친구들 전부, 후배 칭찬.
정상쪽의 칼바람, 견디기 힘들겠지.
하늘과 구름, 정겨운 풍경이지만.
정상으로 간 후배들은 장군봉을 올랐겠고.
이날 36회 친구들, 부인 포함 15명이 참석.
산악회장과 같은 기수라 제일 많이 참석.
옛날 우리동기 변동걸친구가 총동문회 회장시에도
우리기수가 꽤 법석거렸지.
장군봉이 태백산의 정상.
천제단 소재지는 태백시 소노동, 해발 1,560m.
중요민속문화재이다.
신라초기부터 이곳에서 제의를 행하고
지금도 개천절에 제를 지냄.
한배검은 하늘어버이신, 단군을 높여 이르는 말.
망경대에는 단종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단종비가 세워져 있다.
단종이 백마를 타고 태백산에 들어와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고.
은백의 풍경도 있고.
'길다란 동천을 지나 자연에 들어가니
비로서 높은 꼭대기에 오른 줄 알았노라
둥근 해는 머리 위에 낮아진 듯
사방의 여러 산이 눈앞에 떨어졌네
몸이 나는 구름을 따르니 학을 탔는가 의심되고
길은 높은 비탈에 달려 하늘에 오르는 듯하구나
비온 뒤 일만 골짜기에 물이 넘쳐 흐르는데
구불구불한 오십천을 건널 일이 근심된다'
(고려말 문신 안축, 1287-1348,
태백산을 소재로 한 시)
그 사이에 주차장은 썰렁해져 있다.
이날 14천보를 걸었다.
결국 쉬운 B코스를 걸은 셈.
시간이 좀 걸렸고.
황태희 등 36회 후배들과 잠시 이별을 고하고
토속신앙의 기도처가 있는 당골을 향해 출발.
우회전하여 당골로 가야했으나 많은 차량과
인파로 안내요원들이 태백호텔 뒤편 주차장으로
차량들을 유도하여 주차시킨 후,
대신 시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당골 눈꽃축제장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있었음.
마침 당골로 들어가는 우리가 타고온 버스를 만나
바로 당골광장으로.
광장 근처에 단군성전, 석탄박물관, 눈썰매장
등이 있고.
지방행사가 그런 것 아니겠나.
여인들 흔들어대고.
춤추던 여인네들 두 친구를 바라만 본다.
눈조각전시에도 갔다온 모양.
정상까지 오른 동문들이 도착 안했는지
아직 썰렁.
이곳의 맛집으로 음식도 괜찮았고
종업원들도 친절했고.
노고가 많았던 이현구회장과 함께.
이날 참석인원의 절반은 정상을 밟은 것 같고.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
지난 계절은 돌아오고
시든 청춘은 다시 피지 않아도
시든 꽃은 다시 피고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아도
빈 술잔은 채워지고'
(주병권, 1962-, 봄)
(이재춘친구 사진)
참석동문 기수별 인사, 마지막 모교찬가
합창도 기운차고 재미있었고.
여러 후배들과 잔도 권하고 받고.
운전을 해야했던 건동친구도 몇 잔 마셨고
나머지 친구들도 평상시와는 틀리게
많이 마신 편. 특히 소순영친구는 기분 만땅.
나도 꽤 마신 편.
뒷자리에는 오늘 안전산행 기도도 못한
인효진목사님(37회)도 있었고.
하산시 만났던 황태희친구와도 환담.
후배는 교도관으로 근무중인데
박근혜전대통령, 이재용회장도 호송,
사진도 많이 찍혔다고.
두 사람 모두 처신이 신중한 훌륭한 인물 같다고.
업무수행상 할 수 없이 그들에게 결례를
한 일도 있는 것 같고.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귀경한 것은 복받은 일.
귀경버스에서 임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앞으로도 선배님들이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 하여
우리들이 참여하면 후배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대답했다.
이날만해도 우리 다섯명 특히 걸음걸이가 불편해진
경진친구를 위해 황태희후배가 우리와 하산을
같이 했었다.
우리도 머지않아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다. 막이 내리면 우리의 역할은 끝나는 것.
동문과 같이 하는 산행의 장에서도
조용히 내려와야 할 때가 안되었는가. 순리대로.
'내가 겨울 산을 좋아하는 까닭은
숨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낙엽으로 흙으로 돌아가
먼저 흙이 된 꽃과 다시 만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겨울 산
내가 겨울 산을 사랑하는 까닭은
낙엽이 꽃이 되고 꽃이
낙엽이 되는 꿈을 꾸는
따뜻한 어둠이 있어서다.
겨우내 눈물 언 별들이 함께
봄을 기다려주어서다'
(안상학, 1962-, 겨울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