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날의 문산, 파주 여행
10시반 문산역에서 세 친구를 만나기로.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정호승, 1950-, 여행)
3월초 미국의 딸가족을 찾아가는 친구를
만나려 두세 시간 걸려 찾아가는 세 친구.
추운 겨울날씨에도.
68년 논산훈련소 입대를 위해 찾았던 수색역도
지났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된 수색.
고양시, 대곡역에서 우르르 손님들이 타니
한산했던 열차는 북적거렸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GTX-A가
대곡역을 거쳐간다.
서해선은 생소한 이름. 서해선은 현재 일산에서
안산시 원시동까지 운행.
앞으로는 홍성역까지 운행될 예정.
이책에서 김은정씨가 쓴 '콤플렉스의 시대,
신화와 비극에서 위로를 찾다'를 읽었고,
'오쟁이 지다'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자기 계집이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하다 라는 뜻.
오쟁이는 물건을 담아두기 위하여 짚을
엮어서 만든 작은 바구니.
이말의 유래. 오쟁이를 짊어진 남자가 일하고
있는 부부를 보고 부인과 정을 통하고 싶어,
"별일 다보겠다. 일하다 말고 사랑을 하고 있네"
라고 거짓말을 했고.
남편이 쫓아와 따지니, "오쟁이를 지고 보면
다 그렇게 보인다."라고 능청을 떨었고.
속은 남편은 오쟁이를 졌다.
남자는 여인에게 다가가 여인과 정을 통했다.
오쟁이를 지고보니 과연 그렇게 보이는군.
남편의 말.
저자는 벨기에 극작가 페르나르 크롬멜린크가
발표한 오쟁이 진 남편도 소개했다.
아름다운 아내를 둔 남자는 아내가 외도를
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상상을 멈추지 못하고
급기야는 아내를 다른 남자와의 잠자리를
권하는 지경에 이른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는 질투에서
시작했다고 역설.
그리고 김은정씨는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을 소개.
3, 4년 전 광명의 구름산을 올랐을 때
시인이 살았던 광명시 소하동에
기형도문학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문산역에서 내려 인솔을 하는 여선생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보니
다시 전철을 타고 원점 회귀한다고.
전철을 타는 것도 교육이고
아이들이 좋아도 하니.
6.25당시 미군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대원으로
활약한 첩보부대와 유격부대 총칭.
첩보를 수집하여 도쿄의 맥아더사령부로 타전.
예하에 10여개 유격부대가 있었다고.
1953년 정전 체결후 국방부 8250부대로
재편 육군으로 편입.
파주읍 봉서리 통일공원으로.
처음 가보는 곳.
흰 연기 나는 곳은 파주천연가스발전소.
엘지디스플레이에 전력 공급.
실내족구장도 처음 보았고.
해방후 함남풍산군에 반공청년서북광복동지회가
결성되었고 개마고원일대에서 반공투쟁.
공산당의 소탕전으로 200명가량 희생됨.
이들은 항쟁을 하다 1.4후퇴때 일부는 남하했고
일부는 형장 이슬로.
개마고원은 태백산맥 형성, 백두산 화산 폭발로
형성된 준평원과 용암대지. 한반도의 지붕.
높이는 700-2.500m로 평균 1,200m.
한라산(1,947m)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으로 알기 쉬우나 59위. 상당수의 높은 산이
개마고원에 있고 겨울철 기온이 낮아
사람 살기 어려운 곳.
넓이는 40천 제곱km. 한반도 면적의 20%.
자강도, 양강도, 함북, 함남 일대에 걸쳐있음.
개마고원 자유의병.
1949년 5.4일 조선인민군이 기습 공격,
송악산에서 1사단 11연대, 육군소위 서부덕 등
열 명이 자폭 공격을 했다.
당시는 6.25전쟁 전이었고 38도선상에서
일어난 충돌 중 가장 큰 규모.
2000. 6.27. 1사단 수색작전중 두 다리가 절단된
상황에서 부하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한 이종명중령, 설동섭중령의
군인정신을 기리고져 만든 탑.
요즈음 증언하는 최고위급의 장성들을
군인이라할 수 있을까.
나라의 안위가 걱정이 된다.
서울신문 한규호, 미 어니필러기자 등
18명의 추념비.
박영규친구 아버님(1920-2005)은 6.25동란
중인 51년에 9사단장이셨다.
지대장 육군소령 김동석 등의 전공비.
6.25전쟁 1.4후퇴시 서울이 함락된 불리한 전세.
중공군 63군, 64군 작전계획을 탐지, 보고하여
3월 대반격작전이 성공토록 하였음.
김동석(1923-2009)은 가수 진미령(1958-) 부친.
고인돌은 신석기 후기-청동기시대의
무덤 또는 제단.
파주 교하면 다율리에 있던 것을 정비하여
옮긴 것.
흔하게 붙어있는 그림들이지만 정다웠고.
지역특산품을 팔아주어야지.
장단콩은 장단군이라 불리던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래종 콩. 폐지된 파주시 장단출장소지역이나
연천군 장남면(구 장단군)에서 생산되는 콩.
(위키백과)
장단콩마을은 구 장단군지역인 임진강 이북
민통선에 있어 신분증을 맡겨야 들어갈 수 있다.
봉서산(214.5m)을 한시간 가량
오르내렸다.
통일공원 뒤.
포도 설치할 수 있게.
오르는 길,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
봉서산은 파주의 진산.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는
봉황이 깃든 산.
권율장군이 행주산성 승전 후 수비하던
산성이 있고. 미사일봉, 무지개봉이 있다.
흙길은 양지쪽만 조금 질척거렸고.
장마루촌의 맛집, 장단콩두부집에서 점심.
파주에는 파평면 장파리, 금파리, 진동면
동파리가 있다. 이른바 삼파.
파의 우리말이 마루. 파(坡)는 고개 파자.
장마루촌의 이발사로 알려진 장파리는
미군기지촌이 있어 흥청거리던 마을.
1960년대 초 건립되어 미군장교들이 들락거리던
장교클럽, Last Chance의 건물이 남아있다.
1971년 미 2사단이 철수하자 썰렁해진 마을.
철새, 기러기떼가 앉아있고, 날기도 하고.
지역마다 날아오는 철새가 틀리다.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두부집.
4천 원짜리 파주막걸리 맛도 그만.
이얘기 저얘기하며 한참 노닥거렸고.
초상집엘 갔더니 영정이 둘이었다고.
살만치 살다 부부가 같이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락사도 인정되어야겠고.
멀리 파주 적성면의 감악산(674.9m)이 보였다.
양주 남면, 연천군 전곡읍에 걸친 산.
조금 험하지만 우리가 자주 올랐던 산.
장마루촌을 지났다.
장마루촌의 이발소는 헐려 없어졌다 한다.
최무룡(1928-1999), 조미령(1929-2024)이
주연이었던 영화도 있고.
신성일(1937-2018), 김지미(1940-)가 주연한
장마루촌의 이발사도 있었다.
영화 이전에 1958년에 방영된 라디오 드라마로
정부수립 10주년 경축 방송소설 현상모집에
당선된 작품(박서림씨 작).
어렸을적 라디오드라마를 청취했던 기억도 나고.
사랑바위가 있는 마을, 6.25때 공산군에 납치
되었다가 탈출한 이발사는 반가워하는
애인에게 무관심했다.
여주인공은 배신당한 아픔을 경험했지만
알고보니 부상으로 성불구가 되었고.
사실을 안 여주인공은 이발사를 이끌고
더 간절한 사랑을 다짐했다.
장파리에 있는 리비교를 재건하다, 미군 3명이
익사했고 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미국군종 부르노신부에 의해
장파공소가 세워짐.
오른쪽엔 김대건신부.
부드러운 부위기도 그렇고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에 든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재료에 여러가지 물감을 넣어
만든 색유리나 겉면에 색을 칠한 기하학적 형태나
장식적 형태의 색유리 그림.(박현일)
리비교를 건너올 때는 First Chance,
즐기고 갈 때는 Last Chance.
경기도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1960년대 초 건립.
관리가 소홀하고, 내부를 볼 수도 없고.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를 담은 벽화와 조각.
라스트찬스 옆에는 위안부 숙소가 있었다고.
6.25 초기 전투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부대원을 구한 조지 D. 리비중사를 기린 리비교.
1950년대 미군에 의해 건설된 다리 중
유일하게 남은 다리.
파평면 장파리와 진동면 용산리를 잇는 다리.
2023년 11월 재개통.
가시망이 쳐져 있고.
망배단에서 고향을 향해 절하고
날씨도 춥고하여 철수.
친구들의 고향은 모두 이북. 나의 조상도 신라의
삼국통일시 황해도 연안에 자리를 잡았다.
문산읍내포리 소재 후라워즈 갤러리 카페.
외진 곳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힐링 장소.
마나님이며 상현이 엄마인 정여사가 개인전 중.
그림을 그린지 얼마 안되었는데
상당한 수준.
두 점이 팔렸다고.
날이 길어졌다.
금촌을 지나자니
고맙게도 우리에게 파주의 여러 산을 소개했던
금촌여인이 생각났고.
귀가하니 일곱시가 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오지를 잘 여행했나, 친구들.
그림도 감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