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친구가 허리 때문에 일도 못하고,
곧 여름휴가가 시작되면, 백수들 갈 곳도 마땅치 않고,
하여 갑자기 떠났다.
영월로 갈까, 하조대로, 삼척 무건리 이끼계곡으로,
규철친구가 오라고 하는 하동으로?
하다가 세류역에서 만난 세친구, 서해쪽으로 차를 몰았다. (6. 19. 10:00)
서해고속도를 타고는 대천으로 빠지자니,
지형친구와 두번이나 대천 한화콘도에서 지냈던 생각이 났다.
배를 타기로 했다.
대천 여객선터미널에서 원산도로 갈까, 좀 더 먼 외연도로 갈까?
안개 때문에 좀 기달려보아야 한다고 했다.
터미널 이층에서 짜장면 곱배기 한 그릇씩 먹고보니,
외연도가는 배는 못떠난다 하여, 원산도가는 배를 탔다.
아스라히 보이는 섬들--
그리움이 아니냐.
차도 몇대 안 싣고 가는 배,
지형친구 없는 여행길, 우리 마음도 텅 빈 것같고.
배 타기전, 섬엔 물가가 비싸다하여,
소주 두병, 배불뚜기 히테맥주 하나, 라면과 새우깡 등 샀는데,
녀석들, 아까운 안주를 갈매기에게 주다니.
허긴 새우깡 주는 인간들도 없었다.
저두항에 내려보니, 레지들의 애환이 때묻어 있는 금정다방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소주방인지, 휴게음식점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저두(猪頭)항에 내렸는데,
섬형태가 멧도야지 머리같이 생겼는감?
원산도는 묏산자 같다하여 이름이 원산도라 하기도 하고.
보령시 오천면에 속하는, 인구 1,300명, 넓이 7평방제곱키로의 적지 않은 섬.
해수욕장도 네 곳. 인구 1/3 이 논 밭 농사를 짓는다.
2018년이면 이섬에 해저터널이 완공된다고.
섬을 이리저리 돌다, 오봉산해수욕장으로 갔는데,
뒤집어 놓은 배가 눈에 들었다.
오봉산부둣가에서 애인을 보내고 오는지,
친구를 이별하고 오는지.
슬픔을 잊고 안무를 하는지.
이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70대 낭만어부를 만났다.
그는 그물을 쳐놓고 물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5시까지 기다리면 회대접하겠다고.
맛조개, 괴불, 물고기도 요즈음은 안잡힌다는 말에,
우리는 이미 안면도 영목항으로 뜨기로 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소주 한 병 드리고, 미련을 갖고 이곳을 떠났다.
더운 여름날, 쉬고 있는 갈매기 세 마리처럼
우리는 선촌항에서 맥주 한 캔 나누어 마시며, 영목가는 배를 기다렸다.
한가롭고 인적 드문 원산도의 여유에 벌써 지쳤다는듯이.
영목항에 도착하니, 벌써 물이 빠져 있었다.
육지와의 끈은 그리 길고 질긴 것인지.
영목항, 꽁지머리가 운영하고 있는 우리의 단골집, 도희네수산에 7시 예약해놓고,
안면도 자연휴양림으로 떠났다.
휴양림은 왼쪽 윗부분에 있다.
지도에는 안나오지만, 흰길로 더가면 꽂지해수욕장.
운 좋게도, 즉석 예약한 휴양림에 짐풀고 샤워하고 도희네 오니,
꽁지머리 반가운 친구도 있었고,
싱싱한 산낙지+멍게+괴불+멍게가 서비스로 나왔다.
가을노을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하늘과 바다 그리고 섬이 불그스름 물들기 시작하자,
우리의 얼굴도 물들기 시작했다.
몇 년 전인가 수종 문수친구와 영목항을 찾았을 땐 가을이었다.
지나는 길에 꽁지머리네서 맥주 한잔 시켰더니, 서비스로 오징어 한 마리.
노을 구경하고, 한참 캐고 있는 고구마밭에서 거저 얻다시피 고구마를 샀었다.
농부들왈 동네에 잔치집이 있으니, 저녁들고 가시라고.
이를 사양하고, 꽁지머리네 또 들려 해물칼국수를 들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숙소에 왔을 땐 빙글빙글 돌고, 솔밭향기에 취했나?
숲도 취하고,
반달만 푸르렀다.
기사질하느라 술 못먹은 재혁친구를 위해, 히테맥주 비웠다.
다음날 아침 숲에도 아침볕이 들어오고,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381ha나 되고, 100년 내외 적송이 들어찬 천연림이다.
그 향기는 말해 무엇하리.
우리는 모시조개, 바지락, 새조개봉을 거쳐 927미터 탕건봉에 올랐다.
사방의 시야가 확 터졌다.
벗고하는 아침 솔밭산책을 끝내고,
아침으로 생선매운탕라면을 들었다.
어제 저녁 꽁지머리한테 미안해, 해물칼국수 따로 시켰더니,
이친구, 양념한 매운탕거리를 싸줬었다.
식사후 찾은 수목원 병꽃나무 앞에서.
향기 진하고 꽃송이가 큰 이곳 병꽃은 도봉산 병꽃과는 질이 틀렸다.
에머랄드골드꽃이라는데, 왜 파랗치 않지?
백발과 어울리는 산딸나무꽃.
산청과 마찬가지로 안면도 곳곳에 산딸나무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여름의 꽃, 수련도 피어 있었다.
귀경길, 지금은 농부가 된 직장후배집에 들려, 부부와 당진 면천에서 콩국수를 들었다.
부부는 우리를 기다리다 2시 지난 시간에,
서산목장 근처에 있는 집에서, 당진에 있는 소문난 콩국수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사오년 전인가 그가 서산목장장 재직시,
지형친구를 비롯 우리에게 맛있는 쭈꾸미점심을 대접했었다.
그래서 은혜를 갚으려다 그들을 고역에 빠트리고 말았다.
여행 내내 차 속에서 페티페이지의 노래를 들었다.
'I went to your wedding' '테네시월츠' 등을,
6.25종전후 한 미군병사가 집에 돌아와보니, 애인은 그가 전사한 줄 알고,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그도 울고 그녀도 울고, 모두 울었겠지.
페테페이지도 금년 1월 1일 타계했다.
우리도 언젠가 가겠지.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가지?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내내 국수류를 들었다.
그래서 만사가 술술 잘 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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