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요스러웠던 소요산행이 뇌리에 지워지지 않아,
올 단풍산행지를 망월사로 정했었다.
결과는 대만족.
10시반 지나 원도봉길 따라 걸으니 웬 산행인파가 그리 긴지,
공원사무소 앞에서 원효사길로 접어들었다.
좀 한적한 것같드니, 곧 산행객들이 이곳에도 몰려들었다.
그래서 지장암길로 행로를 바꾸니 우리만의 호젓한 길이 되었다.
지장암 보전안엔 지긋한 비구니승과 독실한 신자 하나 열공 중이었다.
뒷길로 올라서니 소슬한 가을바람에 단풍이 불붙기 시작했다.
쉬엄쉬엄 가는 길, 우리만의 길.
이곳에서 망월사 가는 길, 갈 때마다 헤매는 길이었다.
하산하는 20대의 이쁜 비구니 스님 만나 합장하고, 길을 물었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
범연치 않았고, 근심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어느 절에 계시는 스님일꼬하며 아쉬움 갖고 가는 길,
한무리의 비구니스님들을 또 조우했다. 단풍산책 나온 그들 역시 쾌활했다.
길 한번 다시 묻고 어느 절에 계시냐 물었더니,
아까의 그 스님과 같이 원효사에서 수행 중이라고.
한번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태욱군 엣날 절에서 휴식할 때 여러날 같이 있었던
7년 연상의 비구니 후보 얘기를 꺼내놓았다.
이대출신이었고 실연을 이기지 못했던 여인이었다고.
망월사 뒷쪽 마당은 점심 즐기는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라,
우리는 가을이면 찾곤했던 오솔길로 향해
단풍나무 아래 자리를 폈다.
단풍은 절정은 아니었지만 불붙고 있었다.
감탄과 휴식, 떠나기 싫은 자리였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드는 날, 도종환)
우리는 생의 절정에 서기에는 너무 젊지?
그러나 단풍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천천히 준비해야겠지.
희미한 길자국을 따라 단풍나무 숲속을 헤매어 내려오는 길.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이었다.
망월사 오르는 중간, 화장실 앞에서 원도봉길로 다시 들어섰다.
환속한 기분일까?
족발공장 아래서 천병헌, 김용문, 미국에서 온 김도원친구와 합세,
한우등심을 사갖고 숯불에 구웠다.
우리 나이에 걸맞는 음식도 즐겨야지.
600그람에 3만오천원이었던가?
천병헌친구 회비로 모자란 뒷풀이 비용을 지불했다.
그리고 김도원친구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노래방에서 노래+맥주.
이비용도 병헌친구 지불.
지난 봄 도원친구 만났을 때 떡이 되도록 술을 먹어 친구를 헤매게 하였었는데-
본인도 술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망월사역 앞에서 또 한잔,
그리고 창동 마포나루에서 또 한잔.
배삯도 또 병헌친구가.
잘 먹었네, 병헌친구.
출국하기 전까지 좋은 시간 갖게. 도원친구.
우리의 얼굴, 마음이 온통 단풍들은 하루였다.
(참석한 친구들)
김도원 김용문 김현직 유오갑 이상갑 이윤희
임춘호 천병헌 하태욱 9명외 준회원 2명.
(회비내역)
회비입금 140천원(20천원*6, 10만원*2)
한우등심 114천원, 청송 24천원 소계138천원
회비잔액 1206천원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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