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이마트에서 1박2일 필요한 물품을 사고,
백청우 칼국수집에서 오랜만에 해물칼국수 맛본 후,
청산(옥천군)을 향해 달렸다.
속리산 고속도로를 타고, 보은군 마로면을 지나 청산으로 들어서자,
가로수엔 '향수'라고 쓰여진 리본들이 휘날렸다.
아! 정지용시인의 고향은 이렇게 소담하고 아름답구나.
가로수들이 굵고 싱그러웠다.
보청천(보은과 청산 사이를 흐르는 금강지류, 1급수) 냇가에서 천렵 준비를 했다.
하루 전 구입한 칸투칸 아쿠아슈즈를 신고, 수영팬티 갈아입고.
우리가 1박을 했던 다리 밑, 밤에 내리기 시작한 비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다.
두 시간 천렵 끝의 수확물.
어종이 양양 어성전과는 달리 다양했다.
가장 큰 것이 치리, 그리고 누치, 강준치, 매운탕 끝내주는 모래무지.
피래미, 불거지 외에 납자루, 쉬리 등
아쉽게도 저녁에 너무 많이 준비된 음식 때문에
이들을 자연에 환원할 수 밖에 없었다. 아까운 생명만 빼앗고.
날이 어두워지자 피서객들은 다 가고, 우리들의 텐트 네채 만 남았다.
교각의 그림자는 길어졌고,
서둘러 기념촬영 한 장.
임병흡친구가 끌고 온 수원사냥팀이 별도로 잡은 쏘가리 등.
크기를 나타내려고 담배갑을 넣었다.
왕쏘가리가 용틀임했다.
토종닭 백숙, 목살구이, 병흡친구가 준비한 말린 광어구이, 묵은지에 한 잔 걸치고,
9시 밤사냥길을 나섰다.
양쪽으로 search-light를 비췄다.
한 방의 총소리 들리고, 수색이 시작되었다.
여름숲이 너무 우거져 있어, 숲 속보다는 논이 사냥터로 적격이다.
눈이 곱고 선량하여 슬픈 짐승이여.
야밤에 빛나는 눈동자가 표적이 되니, 얼마나 슬픈 일이런가.
첫 수확 후 소피들을 보고 두런두런.
죽은 산짐승들의 유령이 나타나고.
사냥꾼들의 얘기는 두런두런.
옛날 아버님이 들려주시던 호랑이 사냥얘기가 생각났다.
옛날에는 한 번에 일곱마리 잡았는데.
멧돼지 한 마리 걸렸으면.
잔뜩 흐리고 빗방울 떨어지는 날엔 이놈들이 몰려 오는데.
수확은 빈약했다. 고라니 세 마리, 그곳도 한 마리는 작고.
다음 날 새벽, 비는 이제 그만 오겠지.
밤 한 시에 다리 밑으로 돌아와 밤참과 술 한 잔.
저녁에 남은 안주는 푸짐하고,
마지막 음식은 병흡친구가 준비한 빠리바켓의 곰보빵.
소주에 곰보빵, 궁합이 맞았다.
밤참 후 원터치 텐트를 치니,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은 불어나니, 1단계 병흡친구 텐트 이동하고,
2단계 재혁군 애마 높은 곳으로 이동했는데,
영욱친구 물난리났다고 해도, 코골며 일어나질 않았다.
빗줄기 약해지자, 병흡친구와 둘이 다시 맥주 한 잔.
떠내려갈까봐 병흡친구 한잠 못자고,
나는 발을 텐트 밖에 내놓고 잠에 떨어졌다.
1급수 강물이라 그런지 모기가 없고 하루살이 뿐이었다.
비구름은 이동했고.
텐트 철수. 원터치로 설치는 쉬웠는데, 왜 이리 접기는 힘들지?
두개는 그나마 접었는데 병흡친구가 잔 텐트는 결국 외부의 힘을 빌었다.
텐트주인 병흡군, 머쓱해했다.
다리의 낙수방울은 그칠줄 모르고,
측정용으로 놓은 돌을 재어보니 강물은 얼추 20센티 늘었다.
계속되는 폭우에 천렵을 더 할까 말까 망설이다 상경하는 길,
'쏘가리탕도 안먹고 가는 법도 있나?'하고 사냥팀의 전화가 왔다.
우리는 즉각 차머리를 청산면소재지로 돌려 매운탕양념을 사러 갔다.
정다운 면소재지. 맨 앞 '찐한 건강원'이 보였다.
사냥의 고장다웁다.
사냥팀이 아침에 걷어온 그물 속, 자라가 뾰족한 머리를 내밀었다.
쏘가리회 준비.
열공하는 사냥팀 두목님.
매운탕 준비하시는 최연장자 이회장님.
왕창 큰 가스버너와 들통도 병흡친구가 준비한 작품이다.
인생 최고의 아점, 쏘가리회와 쏘가리매운탕.
우리는 너무 애끼다 예의차리다 쏘가리회를 남겼다.
아점을 들은 위치는 P1교각의 위쪽에 있었다,
사냥팀들의 텐트는 홍수에도 물난리 염려없는 곳에 있었고,
우리들의 텐트위치는 P5교각 밑이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다른 점.
교각 밑, 한쌍의 야생오리 사랑을 하고 있었다.
옛날 청산에 와서, 청산별곡을 부르며 애닲은 삶을 살다, 청산을 떠났던 고려인들과는 달리,
우리는 많은 미련을 두고, 김탁구의 고향 청산을 떠났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애 살어리랏다
교통 체증 없이 집에 돌아온 후, 병흡친구의 전화를 세번이나 받았다.
그날 오후 폭우가 쏟아져 오리가 놀았던 P1교각 밑까지 물이 찼다고,
우리가 1박했던 P5교각 밑은 물에 잠겼다고.
그래서 사냥팀도 철수했다고.
유수종, 석명식친구가 안와서 섭섭하다고.
모래쯤 고라니소주가 도착할테니 착한 마나님 몸보신시키라고.
임병흡친구 고맙다.
이영욱친구 고맙다, 거금을 내주어.
전재혁친구 고맙다, 이틀 동안 운전해줘서.
그리고 수원사냥팀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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