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은 정말 지루하다.
외씨버선길 간다고, 홍천 살둔마을 간다고 친구를 불러 놓아도,
다 꽝이다. 가려면 비가 오니까.
그래서 비가 오든 말든 길을 나섰다.
동해안으로 떠나는 길, 횡성 강림면에 있는 백학천친구네 집을 들려
그를 데리고 강림순대집을 찾았다.
순대는 별로지만 순대국 맛은 구수했다.
손수 갈아 끓여주는 커피 한 잔 마시려 학천친구의 별장을 다시 들렸다.
친구는 건강을 회복했고, 잔디가 눈부셨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거실에는 조각전공 부인께서 만들어논 인어공주
진고개 넘으니 하늘이 파랗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 투성이.
강릉시 연곡면 송천약수 마시고 차의식친구가 기다리는 그의 별장을 향해 달렸다.
그를 만난 후, 한재샘에서 샘물 길어오고,
토종닭 백숙+녹두죽 먹고는,
하조대로 산보를 나섰다.
칠팔년전 우리친구들 몰려와서 심호흡 하던 곳.
새신발 신고가다, 뒷굼치 까진 재혁군.
하도 엄살하여, 우리 모두 신발을 벗었다.
노년의 바다----
칠팔년 전 정성익군 핸드폰 빠뜨리고 유리엄마한테 얼마나 혼났던지,
핸드폰을 비닐봉지에 꽁꽁 묶었다.
개복숭아도 따고, 달빛에 박꽃도 보았던 오솔길 따라 오니,
맨윗층과 아래아래층 끝방은 불이 훤한데,
지형군의 방은 불이 꺼져 있다.
작년 소천하여 잘 있겠지, 친구.
11시 까지 고스톱을 했다.
눈 잘 안보이는 의식군에게 쓰리고우에 피박 씌운 친구가 있었다.
다음 날 다섯시반 눈을 뜨니, 태양은 너무 눈부셨다.
백곰은 아직도 여름잠을 자고 있었다.
여유를 실컷 부리고, 강릉시 연곡면 가마소를 찾아 약수를 마셨다.
가마소는 얼마나 오지인지 육이오 때도 전쟁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한다.
약수터 입구에서 곤드레 만드레를 실컷 먹었는데,
맘좋은 주인 아줌마, 밥을 고봉으로 주는 것은 물론
오디쥬스, 골이수도 대접했다.
가마소 가는 길 여름은 우거지고,
가마소의 시커먼 물은 두렵기까지 했다.
가마소에서 돌아와, 먼저 간다는 성익군을 보내려고 하조대버스정류장에 가서.
딸네미가 발간하는 신문 돌리려 가는 그가 기특도 했지만,
회비를 반값 낸다고 뭐라 했더니,
그가 산 아이스크림을 너나 먹어라 하는 윤건군.
하륜 조준대감이 말년에 찾았던 하조대에서 내려다보니,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꿈적도 않는데.
하조대해수욕장은 손님맞을 준비가 되어 있고,
저녘을 든 송월막국수집은 여전히 운치가 있었다.
숙소로 오는 길에 들린 수산항엔 요트들이 폼을 잡고 있었고,.
동호해수욕장 가는 길, 거센 파도는 우리의 앞날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의 애마는 고장이 났고.
레카차를 타고 정비소를 갔더니,
2주전에 갈아끼웠던 등속쪼인트가 고장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등속쪼인트가 나갔나면, 우리는?
하나님에 감사했지만, 수리비가 30만원이라니 금새 넋이 나갔다.
숙소에 돌아와, 심각해져 있는 차주 재혁군을 내버려 두고,
어제 찾았던 맥주집을 다시 찾았다.
땅콩안주와 수박을 그냥 주었던 아줌마의 마음씨에 반해서.
다음날 차를 찾으러 가는 길, 양양장 단양면옥에서 회냉면 먹고,
남대천에서 은어낚시 구경했다.
구경꾼 많으니 고기가 잡힐리가 있겠어?
30만원 수리비에 허옇게 뜬 재혁군.
돌아오는 길, 구룡령 옛길로 해서 주주리재를 넘어
홍천 내촌면 물걸리 동창마을에 있는 동창물리시술소를 찾았다.
재혁군이 당초부터 계획에 넣었던 일정이다.
알려진 침구원이라 하루에 250명이 방문할 때도 있다고.
원장은 74세 맹인 장로.
시술소 내에는 보기 힘든 제비집이 여기저기 있고, 제비들이 강남 갈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개인명세서도 쓰지않고, 어수룩한 아줌마한테 만원 한 장 내면 번호표를 준다.
맨처음 진료받은 환자는 의식군, 밤이 되면 무릎 아래 통증 때문에 잠을 못잔단다.
환자를 뒤로 껴안고 진찰을 하고는, 무릎 아래를 대침으로 찔러대니,
의식군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난해군 아줌마한테 슬그머니 번호표를 돌려주며, 만원 환불해달라고 사정하니,
이 먼데까지 와서 고명한 의원을 회피하냐고, 들은척도 안했다.
다음 환자는 재혁군.
몸을 껴안아보더니, 옆에 있는 아줌마보고 "아줌마 이친구 고추 좀 만져보소."한다.
사람들 폭소, 50대 건강체라고.
30만원에 쩔었던 재혁군, 기분이 째졌다.
변비가 심하다고 하니,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더니, 항문부근에 대침을 놓았다.
다음은 난해군 허리가 아프다고.
만원 돌려달라는 소리를 들었던지 대침을 살살 놓았다.
재혁군과 찜질팩 깔고 누워 있는데,
침맞는 여인 소리를 질렀다.
원장은 때때거리지 말라고 이죽거렸다.
그러더니, 다음 여인은 연속 죽는 소리.
원장은 지*한다고 한 마디.
대침을 깊숙히 찔러 넣으니 괴성 안지르는 여인이 있을꼬.
어 떤 여인은 일부러 괴성을 낸다 하는데.
옆에 있던 재혁군 방귀를 뀌어댔다.
벌써 효과가 나나?
돌아오는 길, 둔내 막국수집에서 세수대야 만두국과 막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침 안 맞고, 침 맞는 사람들의 비명을 즐겼던 윤건군이 저녘값을 치렀다.
그만 아니라, 옆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히히덕거렸다고.
그나마나 떠날 때도, 집에 올 때도 여름비가 추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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