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추억 되살리기

난해 2019. 7. 15. 14:10


시작이 반이라는 말

딱 맞는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월


눈 깜짝할 새

두툼하던 달력이 얄팍해졌다


하지만 덧없는 세월이라

슬퍼하지 말자


잎새들 더욱 푸르고

꽃들 지천에 널린 아름다운 세상

         (정연복의 7월) 




7월 초하루, 친구 넷이 수원역전 앞

 단골집, 일미옥에서 순대를 들다,


본격적 휴가철 되기 전에 휴양림 가자

한 것이 치악산으로 결정되었고.


7/8(월) 문산, 아산, 수원친구

세류역에 모여 원주로 출발.




세류가는 전철 안에서 강릉출신 이순원

(1958-)의 '소년이 별이 주울 때'를 폈다.

작가의 대표작은 은비령.



소년은 10원 짜리 라면이 먹고싶어

조르고 졸랐는데, 어느날 저녁 어머니는

국수 한 묶음에 라면 하나를 넣고 끓였다.


10원이면 라면 다섯배 분량의 국수를

살 수 있었을 때.


그때의 국물 맛- 첫 키스의 추억도 그만큼

진하고 향기롭지 않았었다고.

젊은 사람들은 이해못하겠지만.




세류역에서 가까운 이마트에 들려

양식거리 사고,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원주맛집, 원주복추어탕에서

추어탕 한 그릇씩.




치악산자연휴양림 황토방에

짐 부려 놓고, 바로 벼락바위(860m)를

향하여 7월의 숲을 뚫고 전진.




숲길에는 산수국이 지천이었지만,

가끔 큰까치수염이 눈에 띄었고.

가뭄에 잎이 축 늘어졌다.




급경사길에 맞닥뜨린 산파굴,

낮은 포복을 해야 지날 수 있는.




쉬운 길이라고 임도를 걷다,

오른 길이지만 1시간 20분 정도 걸려

벼락바위 도착.




사방이 확 트였고.


중앙으로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가고.

길 건너는 치악산 줄기.

비로봉(1,288m)도 보였고.


우리가 서있는 쪽은 백운산(1,087m).

원주 판부면과 제천 백운면 경계이다.


휴양림은 백운산 기슭인데

이름엔 치악산이 붙었고.




원주시내도 내려다 보았고.


원주는 영서지방 중심이고, 인구는

34만(춘천 28만). 성장하는 도시이다.


차령산맥이 시 남동부로 뻗어있고

문막평야를 섬강이 흐르며

부론면에서 남한강과 만난다.




임도를 거치지 않고

산길로 하산하니 40분 걸렸다.

계곡물은 말라 있었고.




황토방 앞에는 이런 탁자들이

여러개 놓여져 있어,

친구들은 샤워, 빨래 후 편한 휴식.




저녁 준비전, 포도주 한 잔에

삼진어묵+참외.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소주 한 잔하고,

랄랄라할머니가 등장하는

우리말겨루기 시청.


답이 용이 못된 이무기였는데,

질문이 무엇이었던지.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




다음날(7/9,화) 어김없이 동이 텄고

까마귀소리에 눈이 떴다.




밖으로 나서니,

영리한 친구들은 푸드득 사라졌고,

깊은 산중의 적막을 깨고.




계곡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계곡소리 없는 휴양림의 아침은 처음.


휴양림 소재지는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아침햇살은

좋은 풍경을 만든다.

맑은 공기와 적연(寂然).




자작나무 새벽 산길도 좋았고.

하루 전 걸었던 길.




 뭉게구름 흐르는 7월 속을 달려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을 지나,

상원사가 있는 남대봉 등산 시작(9시반).


성황림은 성황제가 열리는 음력

4/9, 9/9 빼고는 닫혀있는 온대활엽수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생돼지를 성황신에 바치는 것이

특별하다 할까.




현위치에서 상원사를 거쳐 남대봉 올라

영원사를 거쳐 금대분소로 하산하는

 이날 일정은 대략 10km.



대학시절, 민경희, 설의철친구와 치악역

에서 내려, 금대계곡, 영원사를 거쳐 눈

쌓인 산길을 올라 상원사가는 중,

 거의 다가서 길을 잃었다.


몸은 얼어오고 잠은 쏟아지고

숯굽는 가마에서 퍼지려 했는데-

의철친구의 독려로 짐은 팽겨쳐 두고




엉덩이 스키 타고 어둠 속에 급경사길을

 하산하다보니 어디선가 풍경소리 들렸고.


영원사 근처였다. 주지스님 방 뜨겁게

불때고, 밥지어 고봉으로 우리를 대접,

목숨을 건졌었다.


다음날 상원사에 다시 올랐고

신림역에서 기차타고 상경.


그후 스님에게 고맙다고 편지 띄운

사람은 하나, 의철친구.




이런 다리를 여섯개 건느고.




원주에 사는 두 아줌마도 조우했고,

용인신협 등산팀을 만나

고향이야기도 했다.




앵초과의 큰까치수염.

까치가 수염이 있던가.




범의 귀과의 노루오줌.

오줌색깔치고 색이 곱다.




숨을 헐떡거리고 오르는 이쁜

용인처자에게 부탁하여 사진 한 장.


오른쪽에 그 유명한 상원사의

종각이 보인다.

상원사의 해발고도는 1.100m.




이 높은 곳에 서양 출신,

황금낮달맞이꽃이 피어있다,

달맞이 꽃과는 달리 낮에 꽃이 피는.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는 들국화, 구절초.


중양절은 9가 겹친 날로 설날, 삼짓날,

 단오, 칠석과 함께 명절의 하나였음.


백일장도 열고, 국화꽃잎을 따

술을 담그거나 화전을 부치기도.


꽃색이 보라인 들국화는 쑥부쟁이와

벌개미취. 쑥부쟁이는 잎에 톱니가

있고, 벌개미취는 잎과 줄기가 가는 편.




한 나그네가 과거길 가는 중, 꿩을

 구렁이한테서 구해주었고. 길을

헤매던 중에 불빛을 보고 찾았더니


여인이 숙소를 안내했고. 잠에 깨어보니

여인이 구렁이가 되어 몸을 칭칭 감고.

꿩들이 종을 세번 쳐 목숨을 구했다고.


치악산 이름의 유래가 된

상원사 종이야기.




종각 앞에는 신라양식의 석탑이 둘.

상륜부의 연꽃조각이 특이하다.


절은 신라문무왕 또는 경순왕때 창건.

원주 신림면 성남리 소재.


11:30분 이곳에 도착했으니

3km를 2시간 걸은 셈.




종탑 아래 설명문.


종소리가 중생들이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법계에 두루 퍼진다는 내용.




남대봉 오르는 길에

마주친 딱총나무.


줄기 속이 스폰지처럼 되어있어

수수깡처럼 장난감을 만들 수 있고,

분지르면 딱하고 딱총소리가 난다.


접골시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어

접골목이라고도 불리고.


서양에서는 붉은 열매로

elderberry wine을 제조하기도.

(박상진 박사)




남대봉(1,181m)에서는 전망이 별로.




남대봉 옆 바위에서 본 원주.


이곳에서 안양친구가 요리한

유부초밥으로 배를 불리고.




근처에서 본 노박덩굴과의

미역줄나무.




아직 피지못한 하늘말나리가 여기저기.

더 있으면 꽃들이 장관일텐데.


이꽃의 잎은 윤생엽이기도 하고

어긋나기 잎이기도 하고.



옛날 이곳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맸을

텐데. 상원사의 풍경소리를 듣기엔 좀

멀었나?  아니면 타종이 있었으면-


조난 당한 다음날 상원사 찾았을 때

거의 다와서 길을 잃었다.


점심때 라면을 먹었으니 얼마나 힘이

빠졌었을까. 그리고 겨울철이라 등산을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


한마디로 겁없고 무모한 산행.




두친구는 왔던 길로 내려가고

경희친구와 영원사가는 길로 들어섰다.

처음 부터 급경사.




계속 급경사의 너덜길.


옛날엔 가설된 길이나 보조봉도 없었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도 안되어 있었고.


도중엔 심혈관계 질환의 사전 증상,

심폐소생술 순서에 대한

설명문도 붙어 있었다.


요즈음 영원사-상원사 간 등산로는

하도 험해 이길로 등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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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원사 근처 영원산성

갈림길에 도착. 판부면 금대리.


옛날을 회상하며

이길을 어떻게 두 번이나 올랐지 하고

젊음을 그리워하기도.


둘레 4km의 영원산성은 신라 문무왕,

또는 신문왕때 축조되었다고.


양길(궁예의 상관, 궁예의 세력이 커지자

그를 제거하려다 오히려 패배),

궁예의 거처였다고.


고려시대 원종갑장군이 원나라군사를

물리친 곳이며, 임진왜란때 원주목사

김재갑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




영원사(令鳥 原鳥 寺)의 풍경소리

우리를 반겼고. 한문자 영원에

새조자가 붙어 있다?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

영원산성의 수호사찰.


안내문을 보니 우리를 구해준

스님이 김병준스님인 것 같다.


지금은 1990년에 부임한 무이스님이

폐허직전인 절을 중창하여

잘 운영하고 있다고.




대웅전에 들어 감사의 절 올리고

풍경소리를 뒤로 하고 나서는 길,

옛날 계곡길은 대로로 변했고.


도로변엔 '사유재산 무시하는 국립공원

물러가라'하는 구호가 붙어있고.

요즈음 전국이 아수라장.




영원사에서 2.7km 떨어진

국립공원 금대분소에서

시원한 물 한잔 대접받고


숙소에 귀환하니(오후 3:30)

타버린 전기포트.


커피 한 잔 하려고 하다

전기포트를 인덕션에 올려놓았으니.

흰 연기가 자욱하더니, 펑.


그나마 일찍 발견한 것이 다행.

15천원 변상.




다음날(7/10,수) 10시, 귀경길에 영월

무릉도원면을 거쳐 영월 수주면 법흥리에

 있는 사자산 밑 법흥사 방문.


비가 온다더니

하늘엔 뭉게구름 떠가고.


법흥사는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절.

자장스님(원효대사 6촌)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진신사리를 모신 다섯절 중의 하나.


신라말 구산선문의 하나.

인도의 영라수(靈羅樹) 잎에기록된

경전(패엽경)이 큰 볼거리라고.




적멸보궁 가는 소나무 숲길.




사자산 밑 적멸보궁.


석가모니가 설법을 펼친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을 뜻하는 전각.


석가모니 사후에는 그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전각.


적멸(寂滅)은 남김없이 소멸되어

고요해진 열반의 상태.


뒤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이 있고, 진신사리를 모신

탑신이 있다.




절 앞의 한 구석에는 모감주나무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7월의 짙푸른 녹음에도  당당하게

피어오르는 노란 꽃.

영어로는 golden raintree.


씨앗 주머니에는 염주를 만드는

3개의 금강자가 들어있다.

큰스님만이 갖을 수 있는 염주.


절을 바라보고 좌측에는 적멸보궁을

보호하는 우백호, 구봉대산(870m)이

뻗어 있고.


9개 봉우리에 윤회봉 등

불교식 이름이 붙어있다.




다음으로 무릉도원면 무릉리에 있는

요선암 돌개구멍에서 노닐었다.


중생대 쥐라기때 화강암이 소용돌이

물살에 깍여진 천연기념물.




원주로 되돌아 오는 길,

말라버린 엄둔계곡(무릉도원면 도원리)을

휘둘러 보고,


원주 신림면 송계리에 있는

단골집, 황둔막국수에서 점심.

직원들 모두 친절했다.


이곳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와

다슬기를 팔고 있고.


손님이 없는 겨울철 3개월 동안은

문을 닫고 여행을 한다는데-




세류역에서 두 친구 헤어지고

용산역에서 또 한 친구 헤어지고.


친구들, 덕분에 여행 잘했네.

경희친구 8월에 미국가면

의철친구에게 안부 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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