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 예산, 아산의 단풍

난해 2019. 11. 15. 12:24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11/11(월) 6:10 용산역 가려고 집 나서는 길,

은행나무,  옷을 거의 벗어버렸다.


--------------------------------------------


당신이 아 하건 오 하건

발자국 소리며 숨결까지

내게 와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날이 있었네


기억은

어둔 그늘 저켠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떨어져 낡아가고

마른 몸의 은행나무만

홀로 선 모습

(이응인의 '철 지난 은행나무')




세 친구 용산역에서 만나

온양온천역에 내리니 08:56.  마중나온

아산친구는 만난지 삼개월 넘었고.


나무에 올랐다, 죽은 나무가지를 잡는 바람에,

머리를 땅에 헤딩, 땅이 움푹

파일 정도였고, 아직도 완전치 못하다고.


역광장은 아직 단풍이 한창.

서울보다 기온이 2-3도 차이가 있으니.




차를 보령으로 냅다 달려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 있는정암사 오르는 길,

단풍이  옷과 가방으로 옮겨붙은 듯.




우리는 정암사, 억새풀, 오서정,

쉰질바위 옆, 능선삼거리, 쉼터로

이동할 예정.


오서산(烏棲山)은 홍성 광천읍, 장곡면, 청양

화성면, 보령 청소면, 청라면 경계를 이룬다.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구실을 했고.


산 아래 질펀한 해안평야와

서해바다가 펼쳐 있다.


삼족오(三足烏) 민족정기가 서린 산으로

정상은 보령 청소면 성연리 소재.


삼족오는 고대 동아시아지역에서 태양 속에

산다고 여겨졌던 전설의 새.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볼 수 있는.




극락전, 산신각, 종각이 단촐히 자리잡고

시골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절, 정암사.

극락전엔 아미타불을 모셨다.




정성스레 쌓은 담장.

경내엔 키 작은 구상나무 한 그루 있고.


이절엔 옛 금당지터가 있어

확실한 절의 역사를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절임을 추측할 수 있다고.




절 입구의 종각이 일주문,

사천왕문을 대신한다.




1600계단을 오르기 시작.

이른 봄, 꽃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생강나무 노랗게 물들었고.




산이 좀 높아지니 소나무군락.

정암사에서 정상까지는 1.6Km.




오전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였지만

다행히 비는 없었고,

해가 보이기 시작.




내가 좋아하는 서어나무, 매끈한 몸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서어나무는

참나무와 더불어 온대림의 최후 승리자.


서목(西木)이 변해 서어나무. 회색의

매끄러운 몸매에 세로 요철이 있다.

(박상진교수)




전망대에서 보니 사방이 훤하고

천수만도 보였고,


오서산 북동계곡에서 발원한 삽교천은

아산만으로 흐르고.




평탄한 길을 걷는다 싶더니,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또 계단을 오르고.

혼자 계단길을 걷는다면 얼마나 힘들꼬.




혼자 돌을 쌓았다는데--


쉰질바위(바위 아래 복신굴이 있음)에

환인-단군-삼족오-복신장군을 잇는

역사적 형상을 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가 아닐까?




오서산의 가을 억새밭이 유명한데,

이곳 억새는 키가 작고,

시기가 늦었는지 이삭이 앙상했다.


------------------------------------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김용택의 '11월의 노래')



오서정이 있던 자리에 넓다란

쉼터를 만들었는데, 바람도 세고


중식하는 사람들로 붐벼,

(오서정은 2010.9월 태풍에 파손됨)

오서산 정상표지석에서 한 컷.


삼국사기에 기록된 오서악은 민족영산이며

삼족오가 깃든 태양숭배 중심이었는데,

일제하에서 까마귀산으로 폄하되었다고.




하산길, 임도에서 115m 떨어진 곳에

쉰질바위(바위의 높이가 사람 50명의 키),

그 밑에 복신이 은둔했던 복신굴이 있다.


백제부흥군은 불리한 전세 속에 도침, 복신,

풍왕자 간의 불화로 복신은 도침을 죽이고,

풍왕자는 복신을 죽여 결국 자멸 한 셈.


복신은 이 굴에 은둔했다가

풍왕자에게 화를 당했다고.




구불구불 휘어도는 임도길을 걷다,

쉼터에서 아산친구가 준비한

약식과 뜨끈한 자몽차로 점심하고,


오서정(烏棲井)에서 샘물 한 바가지로

산행을 마쳤다.

6Km, 4시간의 산행.




14:30 주차장에서 출발, 광천역 지나 광천

토굴새우젓 시장골목을 한 바퀴 돌았다,


광천읍은 홍성 남부, 보령 북부의 중심지.

광천천이 천수만으로 흐르고, 연안은

넓은 평야로 인구 만명(홍성인구 9.7만)


옛날에는 옹암포구, 철로개설, 금광개발로

광천은 충남의 주요 경제중심지였는데,

보령방조제로 옹암포구는 기능을 잃었고,


금광도 그렇지만, 광산의 굴은 토굴새우젓

 생산에 이용되어 새우젓생산 점유율이 60%.

시장에서 팔리는 가공된 광천김은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다.





육젓상회에서 최고급 육젓을

현금조건으로 1kg에 5만원 씩 구입.

(1kg에 6만원짜리를)


아산친구가 밥반찬으로 산다고

발동을 걸어, 마나님들의 윤허를 얻어.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육젓, 오젓, 추젓 등으로 나누는데


유월 땡볕에 잡아 발효시킨 육젓이

크기도 하고 품질이 제일 좋고,


다음이 5월에 잡은 오젓이 두번째 등급.

가을에 잡은 추젓이 그 다음 등급이지만,

부드럽고 덜 짜다.


종업원아가씨 얼마나 여우인지

생글거리고, 사진 한 장 찍자니

선듯 나섰고.




광천을 떠나 서산동부시장 가는 길,

해미읍성을 지나,





우리의 단골 '맛있게 먹는 날'에서

붕장어볶음+당진면천 샘물 생막걸리.


자산어보에서는 붕장어는 해대려(海大鱺).

 맛이 좋다고했지만,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먹기 시작했고.


일본 남부에서 4-5월 산란하여 유생으로

우리나라 연안으로 이동한다고.


면천막걸리는 탄산성분이 있어

톡 쏘는 맛이 일품.

송승현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술.




얼근해져 옛날 빵집, 할머니 가게 들려

가마솥 호떡(기름에 굽지않고 솥뚜껑으로

 덮어 속까지 익힌) 하나씩 사먹고


윤희수산에서 밤참용 살은 새우 1kg에

25천원 주고 샀다.


알고보니 승현친구는 서부시장통. 생선회 등

수산물을 좋아하다보니 자주 들리는 모양.





온양제일호텔에서 오늘 흘린 땀 씻어내고.

역시 온양온천물이 제일 뜨겁다.





아산친구집으로 와선 새우 몇 마리는

오도리로 먹고 나머지는 익혀서-

면천 생막걸리와 함께.


오도리는 일본말 춤춘다에서 온 말로

살아있는 새우를 말한다.


오도리용으로는 보리새우가 최고.

크기는 20cm 조금 넘고, 머리, 가슴에서

꼬리마디까지 진한 줄무늬가 있는 새우.


---------------------------------------------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 주소서

(이임영의 '11월의 시')




11/12(화) 꿀잠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산 아래는 안개가 깔려있고.

신선들이 사는 곳?


친구가 정성들여 키울리 없건만

게발선인장은 탐스럽게 자라고

부겐베리아꽃 이쁘게 폈다.





구운 고구마, 김치, 감, 그리고 자몽차,

이보다 더 좋은 아침식사가 있을까.





첫 방문지는 아산 염치읍 송곡리에

 있는 은행나무거리.


좌측엔 곡교천이 흐르고.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2,2km.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의 하나.


천안 광덕면 국사봉(403m)에서 발원한

곡교천(曲橋川)은 아산을 흘러

인주면에서 삽교천과 합류, 아산만으로.


염치읍일대 하천의 굽은 다리(고분다리)

에서 곡교천이란 이름이 왔고.





지나가는 빨간옷 입은 여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더니, 좌우로 흔들어 12장을 찍었는데,

네명이 다 나온 사진은 겨우 한 장.


한달마다 오는 손님이 왔나,

아니면 소녀처럼 부끄럼을 타서?

이런 일은 처음.


화려한 은행나무거리에서

멋진 사진 한 장 못건진 것이 아쉽고.




계몽사 대표 김원대(1921-2000)씨가

설립한 온양민속박물관 방문.

아산시 권곡동에 있다.


지난번엔 민속박물관 내부를 보았으니

이번엔 외부를 한 바퀴 돌기로.





이곳도 가을이 절정.


-----------------------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안도현의 '단풍')





석물들도 가을 속에 상념 중.





고려시대 석조여래입상,

온화한 모습이 친근감을 주고,





세월의 회환을 묵묵히 삭히는 석물.


헌종때 중신 김수근일가의 가묘, 고인돌,

오래된 천하대장군과 여장군, 해태상,

정자와 연못, 대나무 숲,


김근배(1847-1910)의 적선불망비

(積善不忘碑) 등을 돌아보고.




백합나무(튤립나무) 잎도 곱게 물들고.


목련과의 키다리나무, 높이 30m나 자란다.

5-6월, 가지끝에 녹황색 튜울립 같은

꽃 한 송이를 피우고.


1895년(고종32) 가로수를 심기 시작할 때

플라타너스, 미루나무 등과 같이 들어와

우리나라 풍토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데-


자주 보는 나무가 아니 것 같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통나무배 재료로

애용되어 canoe wood라 불린다고.

(박상진 교수)




평생 일본귀화를 거부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아미타 준(1937-2011)이 한국에

최초로 지은 건물, 구정아트센타.


이순신의 고향 아산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형상화했다.


마침 임경순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고.




설레임 그대에게

(미국 아치스국립공원)


임경순씨는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

이지역에서 이웃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고,

맛집 북한강쭈꾸미 대표.





여행을 떠나요, 과거 속으로-

(호주 Conner산)


50여점 작품은 은하수 스토리를 담고 있다.





50대의 작가와 함께.


남의 도움을 받고 자라

남을 돕는 일에 앞장 서고 있다고.




예산으로 달려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200살 넘은 백송을 구경하고,

추사고택으로.


백송은 김정희(1786-1856)가 25세때 청나라

 연경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앗을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은 것.


시간이 없어 화순옹주 정려문은 지나쳤다.

화순옹주는 정조의 차녀로 추사의 증조모.

남편이 죽자 단식하여 세상을 하직했다.





59세 제주도 유배시 이상적(1804-1865)이

보내온 책을 받고 그 정성에 감격, 그려준

그림. 발문에 완당의 심경이 나타나 있다.


이상적은 역관으로 중국의 명사 16인에게

보이고 그들의 글을 발문에 이어 붙였고,

문하생들의 글도 첨가되었고.





추사고택, 주련과 추사 글씨를 둘러보고

영당(影堂)에 계신 추사선생을 뵙고.


영당은 오죽(烏竹)으로 둘러쌓여 있다.





선생의 묘소도 둘러보고.

묘비는 완당선생경주김공휘정희묘.

(阮堂先生慶州金公諱正喜墓)


휘(諱)는 죽은 사람의 생전 이름.





묘 입구의 감국.

감국도 발갛게 단풍이 드나?





다시 아산으로 복귀, 광덕산(699m)북쪽

강당계곡에 있는 절, 강당사의 관선재

(觀善齋)를 눈도장 찍고.


관선재는 외암 이간선생(1677-1737)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외암집목판이

보전되어 있다고.


관선재는 세상을 선하게 보라는 선생의

철학이 깃든 이름으로 현판은

추사의 글씨.


외암마을 입구의 우렁쌈밥집, '산야들'에서

막걸리 겻들여 맛있는 점심들고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외암마을 입장.




건재 이상익(1848-97) 저택 옆의 초가집.


저택은 선생이 영암군수를 지내서 택호가

영암댁이라고.  사랑채 앞 넓은 마당에 연못,

 정자 등 자연경관 위주로 정원을 꾸몄다.


쪼그려 앉은 여인과 친구의 옷색이

노란 은행잎과 어울렸다.




건재고택, 외암선생 사당 등

동네 한 바퀴 돌고, 마을 앞 주막집에서

파전+수수부꾸미+막걸리.



그리고 아산 송악면 유곡리에 있는

봉수산자락에 있는 봉곡사 방문.

일전에 찾았을 때는 스님과 마음 좋은

개 한 마리 계셨는데--


봉수산(鳳首山, 535m)의 산세는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봉곡사는 887년 진성여왕 원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세종때만해도 여섯암자가

 있었는데, 임진왜란때 전소했다고.


일제강점기때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공선사(1871-1946)가 이곳에서

오도송(悟道頌)을 읊은 곳.




절에서 주차장까지 700m 길에는

천년의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큰 소나무에는 일제때 송진 채취시

입은 상처들이 아직 남아있고.





다시 올 수 없는

좋은 가을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온양온천역에서 15:50분 열차로 귀경.


1박2일 동안 재워주고, 점심, 아침해주고

단풍구경 시켜준 김지탄친구,


맛있게 먹는 날, 산야들에서

좋은 음식 먹게해준 송승현친구,


같이 하면, 음식이 맛있어지고

여행이 재밌어지는 천병헌친구,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 전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첫산행, 함백산  (0) 2020.01.20
동작동국립묘지, 서달산 산책  (0) 2019.11.17
치악산 추억 되살리기  (0) 2019.07.15
5월의 남산 산책  (0) 2019.05.19
바래봉, 팔랑치의 산철쭉  (0) 201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