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하루 종일, 임은 오락가락
도봉산 매표소에 셋이 모였을 때는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소강상태. 그래도 등산객은 끼리끼리 모여가고 있었다.
수박 먹고, 냉커피 마시고, 만월암 앞에서 삼배할 때는 노스님 반갑게 끄덕이고, 절하는 보살님의 육감적인 뒷모습.
비는 오고 Y계곡 조심조심, 앞서가는 여인의 다리는 한없이 늘어나는지. 자운봉 앞두고 감자 네 알, 인절미, 동그란 술 빵, 그리고 이슬 한 방울.
능선은 자욱한 안개, 부드러움. 내려가는 길, 비는 줄기차지고, 안개는 어느새 걷혔다. 바로 삼일 전, 하조대에 친구들 모여, 송사리 튀김 남기도록 먹고 조개 긁어모으고, 그 다음날 누구누구 세종대왕 열심히 모았다. 누구는 혼자 잘 놀게 해놓고. 달은 초승달이 살찌고. 어두워 가는 여름 저녁, 미인들의 실루엣.
계곡에서 발 담그니, 뻣뻣해지는 다리. 주왕산에서 취하고, 용인, 하조대에서 또 취하고, 무리는 무리지. 내려가는 길 등산로가 활기를 띠웠다.
그냥 갈 수 없어 먹는 순대, 술맛을 당긴다. 경희 전화, 취했다고, 재혁도 취했다고. 성무군 혼사는 그렇고, 빗속에 마음들 한없이 떠도는가보았다.
도봉산 건널목에서 우산 속에 있는데, 앞에 있는 꺽다리 서양 여인 우산 받쳐주니, 돌아보는 모습 고마워하는 것 같다. "You are the Tallest women in the rain." 두 친구 배웅하고, 7호선에 휩쓸려가는 그녀를 1호선으로 안내했다.
전철 안에서 예쁜 꼬마 여자애한테 웰타임 한 개 주고 집에 오니, 아직도 비. 오늘을 정리하는 이 시간,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다.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주요한의 빗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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