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140키로가 추가 개통됐다. (총210키로) 개통된 길, 7,8코스로 첫걸음을 떼어보았다. (6/7-6/8)
남부터미날에서 산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앞좌석에 앉으신 촌로. 고향가는 길의 분위기.
빵굽는 마을에서 비상용 식량을 사고, 내리 어천가는 군내버스를 탔다. 택시는 12천원, 버스는 1050원. 대학시절, 버스비 절약하려고, 걸어갔던 일을 생각하며,
경호강가의 논, 모내기가 막바지다. 지리산 칠선계곡, 운봉 등에서 흘러내린 엄천강은 산청 경호강으로 이어져, 진주 진양호에서 덕천강(천왕봉 등 에서 시작되는 덕천강은 서쪽 산청을 지난다.)과 만나 남강이 되고, 창녕 남지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첫날 일정은 어천마을을 휘돌아, 웅석봉(1099미터)헬기장까지 오르다가, 탑동마을 거쳐,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는 청계마을까지다.
팬숀일색인 어천마을엔 정작 문을 연 식당이 없어 난감했다. 택시비 만원 아끼려다, 점심을 빵으로 때우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토종닭집인 정자나무집 아주머니의 배려로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웅석봉은 부드러운 지리산의 한 줄기이며, 백두대간이 지나는 산이다.
산딸나무는 산청의 꽃으로 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하얀 네잎은 꽃잎처럼 보이나, 실은 곤충을 꼬드기는 수단이다. 열매는 딸기같이 생겼고, 식용이 가능하다. 골짜기 흰빛에 눈이 부시면, 영락없이 산딸나무가 무리져 있었다.
포장안된 길은 그래도 양반이다.
아침재를 지나 임도를 좀 지나면, 웅석봉 헬기장까지는 죽음의 오르막이다. 몇 걸음 올라 쉬고, 또 쉬고. 7,8코스의 제일 난코스. 야생화라도 벗이 되어주니, 그래도 견딜만.
웅석봉을 바라보며. 갈수록 동행할 수 있는 친구는 적어지고(작년만해도 같이 했던 친구는 암투병중이다), 분위기에 맞게, 7,8코스 둘레길은 만나는 사람 없는 고행의 길, 사색의 길이었다.
홀로 사는, 홀로 서는 길의 연습이라 할까?
끝이 없는 임도, 포장길은 지리함이 더하다.
사람없는, 외떨어진 팬숀
드디어, 저멀리 마을이 보였다.
탑동마을 입구, 익어가는 보리밭. 물이 있고, 논밭이 있어야 사람사는 집이 있겠지.
탑동에서 만난 할매, 정자나무 아주매이후, 나물캐던 부부 한쌍 말고, 처음 만난 사람.
주민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지리산둘레길 조성이 힘들었다는 얘기.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둘레꾼, 외지인을 꺼리는 주민, 모두 꺼림직한 얘기.
해는 뉘엿뉘엿.
팬숀, 새로 지은 건물만 보다가, 옛집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산골에 웬 고추밭이 그리 넓다냐?
600년 넘은 매화나무, 정당매. 대사헌 벼슬을 지낸 회백선생이 심은 나무.
통일신라시대(9세기), 단속사 절터의 동,서 삼층석탑. 탑동마을의 주인?
청계마을 버스정류장옆, 찐 햇감자를 권하던 주민들. 감자와 맥주 한 캔, 죽여줬죠, 우리를. 하루를 유숙할 '흙 속에 바람 속에'를 소개받았다. 그러고 보니 웅석봉헬기장에 붙어있던 프랑카드를 붙인 민박집.
'흙 속에 바람 속에' 한미나여사의 손길이 여기도, 저기도. 이식탁에서 천하일미의 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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