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난 여행길, 섬진강의 끝, 하동포구의 느릿한 물길처럼 서서이 걸었다.
5/3(목) 아침 전철을 타고보니. 아차, 지리산둘레길 여행계획서를 잊고 왔다.
도중 휴게소 관광안내소에서 인터넷으로 뒤져보는 것도 휴식시간의 한계가 있었다.
그래, 요번 여행은 계획없이 해보자꾸나.
하루는 하동에서, 하루는 구례에서.
구례, 화개를 거쳐 하동까지 가는 우등시외버스 분위기는 묘했다.
영호남 손님이 같이 타고가는 버스를 타고부터,
양쪽지방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가 있었다.
구레, 하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화개터미널엔
우리의 친구 안규철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쪽으로 올라, 친구가 안내한 전통순대집에서 점심을 들었다.
'바로물가'집의 주인은 바뀌어 이여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음식점 앞에는 모란이 찬란하게 피어 있었다.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면
우린 비로서 봄을 여인 슬픔에 잠길테지.
우리는 금성면 나팔부락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연어처럼?
섬진강 최서남단에 위치한 마도와 마을사이, 나팔목에서는 썰물 때면 나팔소리가 난다고.
건너편에는 광양제철소가 있다.
길가엔 유채꽃, 보리 물결이 흐르고.
강가에도, 밭에도 아낙네들은 바빴다.
파랑 패랭이도 있나?
우리같은 서민들이 쓰는 패랭이를 닮아 패랭이꽃이라 했는데.
우리는 포장길을 걸으며 고전하다, 고전면에 들어섰다.
섬진강가 갈대숲엔 새 갈대가 돋고 있었다.
오만원 내면, 섬진강 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데,
최근 사고로 동네가 시끌시끌.
바다인지 강인지, 구례 곡성의 섬진강과는 틀리다.
섬진강은 진안 마이산에서 발원한다.
재첩은 안잡히고 벚굴은 먹을 때가 아니고.
이런 좋은 길도 있다.
화사한 길과 벤치
모처럼 섬진강의 느낌이 와닫는다.
우리는 매실떡갈비집에 자리를 잡았다.
규철군이 소주 세 병, 내가 한 병.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친구는 두 병을 더 먹어야겠다고하여 우리는 말렸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배농사를 그만 하겠다고.
부인은 현역 초등학교교장, 아들은 현대아산중앙병원의 총각인턴.
젊은 배나무를 베어내려면, 얼마나 눈물이 날까?
내년부터 같이 여행하자고.
우리의 항로가 어데서 끝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7만원짜리 고궁모텔에 짐을 풀었다.
작년가을 병헌군과 지리산둘레길 돌 때 묵었던 모텔이다.
복층의 고급방이지만--
인터넷에서 내일 갈 둘레길을찾느라 한참 노력했지만 머리엔 들어오지 않고,
'그대 없는 세상은 꽝이요.'하며 옛노래에 젖었다.
아침 일찍 규철군이 찾아와 아침 사준 곰국집. 흰국물만 있는 곰국, 정말 단백하고 맛있었다.
미안해 어제 저녁값을 우리가 냈다고 했더니, 부인에게 벌섰다고,
그리고 밥사라고 쫓겨났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편육, 빵, 커피를 넣은 봉투를 건넸다.
친구야,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
하동터미널에서 서울가는 버스표를 미리 사고, 화엄사가는 버스표를 따로 샀다.
하동터미널과 구례터미널과는 천양지차.
기다리는 시간 하동시장을 찾았는데, 아래 구례시장과 비교, 노후화된
느낌은 있었지만, 정감이 있었다.
우리는 하동시장내 우물에서 목을 축였다.
화엄사 가는 길, 섬진강은 흐르고.
화엄사 입구에서 지리산둘레길 14코스에 들어섰다.
산길을 휘돌아 망자들을 옆에 두고,
그들 하나 하나 사연을 갖고 있겠지.
광의면 당촌마을, 널어놓은 빨래가 정겨웠다.
이산에서 저산으로 송화가루바람이 불었다. 노오란 송화가루 바람은 처음.
잔득 들어마시면, 정력이 세진다는데,
부산의 둘렛군들은 무엇이 저리 비쁜지.
잘 정비된 수로에선 지리산 독사가 빠져나가질 못하고.
한참 길가다 생각해보니, '구해줄 껄, 그러면 보은한다는데.'
친구가 싸준 편육, 빵에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후회했다.
잘 꾸며진 집과 물레방아
우리는 어데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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