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근교산행.
인근 천마산, 철마산과 더불어 마음 가는 산, 주금산(鑄錦山)
승용차를 이용했지만, 남양주 수동면에 있는 몽골문화촌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문화촌에 차를 두고, 비금계곡을 오르자니,
웬 버들강아지?
베란다의 동백이 벌써 꽃을 피우더니--
추웠다 풀어진 날씨 탓인가보다.
입구에 '농부일기'를 쓴 이정록의 시가 눈에 띠었다.
한달이 걸려 윙크 한 번 하는 달의 더딘 사랑,
임춘호친구의 사랑은 젊은이 못지않게 불같았나보다.
초겨울 산행이지만, 산길은 봄같이 따사했다.
옛선비들이 놀러왔다, 거문고를 숨겨둔 비금계곡.
여름에 아니 봄에 한번 찾고 싶다.
갈림길에서 왼쪽 제2코스를 오르자니,
천마산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니,
고압선이 윙윙 울었다.
임춘호친구의 장지얘기를 해서 그러나?
소천일 전일, 사랑하는 여인을 평소와 같이 보듬고 갔다는 부드러운 친구.
조금 더 가니, 이산의 명물, 고목이 울고 있고,
가마귀의 울음소리, 속마음을 털어내는 것같았다.
주금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비단 금자를 썼는데,
죽음산이 되었네.
고목 옆에는 긴 팔을 자랑하는 적송 한 그루.
가지 사이로 미세먼지로 흐려진 산등성을 내보였다.
능선에는 여기저기 잔설이 보이고,
드디어 정상 가기 전의 주금산의 포인트, 헬기장과 독바위가 나왔다.
마음이 훤해지는 헬기장과
독바위,
그리고 구름.
풍광이 비단처럼 펼쳐 있어야 하는데,
그놈의 중국산 미세먼지.
813미터 주금산 정상.
정상표지석, 포천 내촌에서 오르는 산행 안내지도 모두 포천산이다.
주금산은 남양주 수동면, 가평 상하면, 포천 내촌면이 닿아있는 곳.
화려한 점심상.
이곳에서 뜻박에 몽골촌의 여인을 만났다.
겨울풍경.
누구는겨울이 산이 가장 초라한 시기라 하지만,
나무에 가려 볼 수 없던 산의 훤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이곳에 군이 주둔했었는지, 큰 지하벙커가 보였다.
하산길, 김용문친구 매화꽃이 폈다고 외쳐댔는데,
빨간 참빗살나무 열매, 주위를 밝게 했다.
굵은 철쭉나무도 보였고,
우리가 쉴만한 곳엔 어김없이 벤취가 놓여져 있었다.
네시 조금 넘었는데, 겨울해는 지려하고,
다시 비금계곡길을 걸어 내려오니.
사위질빵의 씨앗뭉치가 아름다웠다.
장모의 사위에 대한 사랑인지 혹은 어려움을 나타내는지,
사위가 지는 지게끈에 사용했다는 가냘픈 덩굴이름이 사위질빵.
깨끗한 냇물 한 모금 마시려니,
지팡이에 낙엽이 수북히 매달려 있었다.
뼈만 남은 떡갈나무숲은 누구말대로 낙엽의 바다라, 침대위를 걷는 것같았다.
다시 몽골문화촌으로 회귀하였을 때는 다섯시가 다 되었다.
뒷풀이는 봉화산역 '한동길감자탕'집에서.
편도선이 부어있는 천병헌친구도 불러냈고,
음식이 맛있고, 용문네 아지한테 가져다줄만큼 양도 많았다.
다음 봄 여름엔 더 많은 친구들과 다시 찾아야겠다,
부드러운 주금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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