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겨울나그네의 간월암기행(2016.1.28)

난해 2017. 8. 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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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열차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여인,  겨울 나그네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어디를 가고 있지만,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고--



열차는 앙상한 나무로 둘러싸인 서호를 지나, 진흥청의 논밭을 지났다.

멀리, 젊음의 허송세월을 보냈던 옛 캠퍼스가 보였다.



수원역에서 신창가는 누리로 열차로 갈아탔다.

누리로? 열차이름도 낯설다. 그냥 통일호 급행이 나은데.


앞좌석엔 월남참전 해병대 용사를 만났는데, 그 용사는  관통상 당한 일, 참전용사 연금 등 신나서 말했다.

같이 가는 육군출신 참전용사들은 별로 말이 없었고.



충청도는 눈이 엄청 왔는 모양.

옛 농촌설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농촌도 아파트가 대세인가 보다. 불을 훤히 켜놓은 대규모의 비닐하우스도 보였고.



아산시 신창에서 기차를 내려, 자동차를 바꿔 타고 순천향대학 , 

예산을 거쳐 홍성 결성면사무소 앞에 있는 맛집 결성칼국수집을 찾았다.



결성면은 역사가 있는 곳이다.


옛날 마한 때에는 고비리국, 고려 태조 때에는 결성군이었으나,

1914년 이웃 홍주군과 합쳐 홍성군이 되었다.


면사무소 안의 화장실을 찾았는데, 비싼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고,

앉는 엉덩이 뜨끈뜨끈하게 호사를 누렸다.


볼일 보고 나오려니 예쁜 면사무소 아가씨 인사를 하는데,

'안녕히 가세유'가 아니고 서울 표준말이었다.


객장에는 방문객이 들 수 있는 뜨끈한 쌍화탕이 준비되어 있었고.

친구가 충청도로 이사온 이유를 알겠다.



토종 굴물회가 25천원, 굴칼국수가 6천원.

손님들이 줄서 있어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굴물회는  정말 별미였다.

굴칼국수 국물맛은 끝내주었고.


옛날 먼데서 벗들이 찾아오면 부인은 머리를 잘라 팔아서라도 주안상 차렸었는데,

친구 마나님은 손자보러 도시 가셨고--



암만 보아도 자율결성방범대를 잘못 써놓았나보다, 결성자율방범대라니-



입맛 다시며 나오니 썰매타는 어린이 둘, 신이 덜 나는 것 같았다.


서산에 있는 간월암 가는 길, 내비따라 갔더니,

뒤에 있는 인간내비가 자꾸 잘못 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옛날 인간내비는 쓸모 없는 것'이라며 갔더니, 홍성읍에 있는 요리집 이었다.


내비에 목적지를 넣을 때 보지도 않고 간월암을 누른 모양이었다.



간월암 옆 간월항 앞바다의 모습, 충청도 특유의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

하루 종일 눈이 올 것만 같았었는데.



마침 썰물이라 운 좋게도 간월암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밀물 때의 간월암 모습이다. 오른쪽은 간월항.



입구에 있는 장승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절입구에 있는 무시무시한 사천대왕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



암자의 입구 염궁문(念弓門)

한국선불교의 중흥조 경허대사(1849-1912)가 서산 천장사 법당에 써놓았었던 현판을 복제한 것이다.


                 화살은 처음 시위를 떠나면

                 과녁을 맞힐 때까지

                 쉼 없이 날아가듯이

                 망상과 잡념이 없이

                 수행에 정진할 지어다.


라는 경계의 뜻이 담겨 있다.

경허대사는 주색잡기 등 불교 세속의 그늘이 드리워진  기행의 스님이었으나

근현대 불교를 개창하신 분이다.


우리 세월의 화살은 되도록 쉬엄쉬엄 가야되겠지.



간월암(看月庵)은 밀물시 물위에 떠있는 연꽃 같다고 하여 연화대로 불리기도 했지만,

고려말 무학대사(1327-1405)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달을 보고 깨우쳤다하여 간월암이라고 이름지어졌다.


이곳은 유명한 스님들 얘기가 많이 전해진다.

1941년 경허를 계사로 모셨던 만공선사(1871-1946)가 폐사된 절을 중건하였으며,

조계종 7대 종정이었던 성철스님(1912-1993)이 1년 정진하셨던 곳이다.



어여쁜 비구니스님이 뜨끈한 연차와 떡을 계속 준비해주어

방문객들이 흡족해했다. 떡값을 시주하려 해도 주위에 시주함이 없었다.



물이 빠진 앞바다의 절경


서산 9경중에 3경이 간월암이다.

1경은 해미읍성, 2경은 마애여래삼존상, 4경은 개심사.


그러고 보니 상갑이 친구 덕으로 그의 생전에,

 개심사 등을 부부동반하여 찾았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절 건물에 반영된 군상들, 바닷가의 철새떼를 보고 있었다.



절 앞에 있는 독살.

스님들이 생선을 잡술까?



배회하는 남정네 둘과 열공 중인 여신도의 신발



바닷가를 산보하는 한 가족 그리고



바닷가의 외로운 노인들



간월암은 안면도와 육지 사이 천수만 북쪽, 간월도 선착장 옆에 있다.



간월암에 작별을 고한 후, 우리는 해미읍성 앞에 있는 콩알카페에서 커피원두를 갈았다.

커피값은 서울 번화가나 마찬가지.



해미읍성은 이곳에서 순교한 신도들 때문인지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



당초 집으로 돌아가려던 지탄친구 마나님이 보고 싶었던지,

우리를 태우고 북쪽으로 달렸다.

작년 12월, 사고가 있었던 서해대교를 지나가며, 다리가 가라앉는 것 아니냐 하며.


군포역에 도착, 인근에 있는 맛집, 박대통령도 찾았던 군포식당에서 그 유명한 설렁탕 한 그릇씩.

정말 말아놓은 국밥은 오랜만이었고, 그 구수한 국산 한우 설렁탕 국물 끝내주었다.

인근에 집이 있다고 백학천 친구가 쏘았다. 

언제나 여유가 있는 친구이다.


늘그막에 멀리 떠나 사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자주 못 마나 항상 아쉽지만,

이날 처럼 사는 곳을 찾아 명소와 맛집을 들리고, 못했던 농도 지껄이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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