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해가 꽤 길어졌습니다.
몸이 쑤시는 차에 미국에 사는 이종동생이 찾아와 핑계김에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홍성 갈산에 들어서니 눈발이 꽤 세졌습니다..
2월 말일인데 전국적으로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군요.
지난 1월 말 간월암기행의 복습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홍성 결성면사무소 앞 결성칼국수집에서 굴물회+굴칼국수+결성막걸리
맛은 변함이 없었습니다만,
밖은 눈발이 세게 내리고 있었죠.
출발할 때는 차창의 눈을 녹이는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눈내리는 간월암, 우산 속 두 남녀가 부럽지 않습니까?
이날도 썰물 때 간월암을 찾았죠.
간월암은 서산시 부석면에 속합니다.
눈오는 날의 간월암엔 참배객도 별로 없고,
대웅전 댓돌위엔 파란 운동화 한 켤레, 쓸쓸했죠.
젊고 이쁜 비구니스님 홀로 간월암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철모르는 총각 동생은 몇번이고 물었습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스님이 될 수 있어요?"
폭설 내리는 영목항 가는 길, 차 속에서 데이트 약속문자도 대필했습니다.
동생은 한국말은 좀 하지만, 글은 더듬더듬입니다.
고국에 온 김에 한 여자를 소개받아, 귀경해서 만나기로 한 모양입니다.
'여자를 만나면 무조건 딸랑딸랑하고, 최고로 비싸고 맛있는 음식 시켜주고 어쩌구 저쩌구--'
연장자의 훈수도 하고.
눈 오는 날 연애편지 쓰기, 여러분들도 해봤을 것입니다.
꽂지해수욕장도 물이 빠져 있었고,
우리도 눈보라 속을 무작정 헤맸습니다.
할아버지 바위도 눈보라 속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신라 흥덕왕 때 장보고가 승언이란 장수를 이곳 책임자로 정했습니다만,
출전한 후 소식이 없어
그의 아내는 기다리다 못해 돌이 되었습니다.
시신으로 돌아온 장수도 아내 옆에서 돌이 되었고요.
세월이 흘렀어도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는 눈보라 속에서 서로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방황하고 있겠죠, 인생의 의미를 찾아
이렇게 헤매는 인생길에 친구라도 있어 다행이 아닙니까.
꽂지에서 영목항으로 가는 언덕길은 보통 경사가 아닙니다.
앞서 가는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고, 뒤따르는 차량들 비틀거리고.
우리는 꽂지 삼거리에서 커피 한 잔 하며 궁리를 했습니다.
우리의 차는 팽개치고 버스를 타고 영목항으로 가서 하루 있다 오자고.
그런데 봄의 눈은 뒤돌아 앉은 애인의 마음 녹듯이 급방 녹는게 아니겠습니까.
안면도 최남단에 있는 영목항,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항구입니다.
일전에 수종 문수친구와 함께 노랑고구마 사가지고 오던 길에
멋진 일몰을 감상하며 한 고뿌 하던 곳.
영목항에서 보령으로 가는 연륙교가 한창 건설 중입니다.
2018년 준공 예정이라죠.
원산도를 거쳐 대천으로 가는 배는 어떻게 되죠?
이곳 사람들은 다리가 완성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우리의 단골 꽁지머리집을 찾았으나,
업종도 튀김집으로 바꿨고, 오늘은 나오질 않았다는군요.
새단골을 물색, 신진물산으로 낙점을 했습니다.
싱싱하고 쫄깃쫄깃한 우럭 광어회,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던 회였습니다. 네 사람이 실컷 먹었는데도, 가격은 8만원에 낙찰을 했고.
서빙하는 아주머니도 새색시같이 얌전했고요.
미국에서 모처럼 온 동생도 있고 해서
저녁 후에 노래방도 가자고 했으나,
언덕 위 온천 표시 있는 모텔을 숙소로 정하고,
짐 부린 후 옆방을 가보니,
경희친구, 소주 한병에 모텔방에서 대자로 뻗었더군요.
다음날 아침 모텔 밖을 나와보니, 설경 또한 끝내주었습니다.
영목항의 아침풍경,
바다 건너 저쪽은 눈보라 속이었습니다.
금새 개일 것도 같고,
눈이 몰려올 것도 같고.
갈매기들한테 물어볼꺼나.
다시 꽂지로 나오니, 어느 정도 평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시속 40키로의 속도로, 뒤차가 추월하던지 말던지
안면도(安眠島)길을 편안하게 쉬어가면서 북상하여 몽산포를 찾았습니다.
가는 도중 군고구마 생각에 군고구마집을 들렸지만,
게으른 충청도 아줌마들 그제야 불을 붙이고 있었죠.
가슴이 확 트이는 몽산포해수욕장,
물깊이는 얕고, 모래밭은 드넓고, 해송은 우거지고.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
태안에서 다시 서산으로 빠져 서산동부시장엘 들렸죠.
상갑친구 생전에 그와 함께 들렸던 곳입니다.
마나님께 진상할 어리굴젓, 낙지젓, 우럭포를 샀고요.
상경하는 길, 수원에 있는 정조대왕의 행궁을 들렸습니다.
행궁 인근에 있는, 만두로 이름난 중국집 수원(壽園)에 들려,
그런데 오른쪽 아래 흰 것은 무엇이죠?
군만두에,
찐만두로 배를 채웠는데도,
인근에 있는 통닭골목을 지나칠 수가 없어
생맥주 한 잔 에 통닭 한 마리 뚝딱.
날은 점점 길어지는군요.
화초를 밖으로 내놔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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