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2016.4.16)

난해 2017. 8. 20. 11:46

오늘 도봉산 입구에서 다섯명이 산행을 시작하려니

아산의 친구가 온다하여 10분 정도 기다렸나요?


친구가 고픈 지탄군 싱글벙글 나타났죠.

집에서 3시간 10분 걸리는 여정--


출발하여 보문능선 입구에 다달으니

친구가 고픈 또 하나의 친구가 온다하여  십분을 더 기달렸습니다.

윤성식친구 반가운 얼굴로 나타나, 힘찬 악수.


진달래와 철쭉이 조화를 이룬 보문능선,

우리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 큰 두 사나이의 목소리가 가득했죠.


초장에는 철쭉이 만발했는데

바람부는 언덕엔 아직 진달래 천지였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젊은이들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반소매 차림의 젊은 처자들이 우이암에서 뛰는 모습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모처럼 우이암에 오른 우리의 젊음을 한 장 박았습니다.


바위문을 지나 급경사를 내려와 점심.

회장 사모님의 사제 빵과 딸기쨈, 건식이 부쳐온 녹두전.

또 무어가 있겠습니까?

경진군의 밤양갱 등.


빗방울 떨어지자

신속히 하산하여,



아무리 급해도 원통사에 들려

모든 일이 원통히 잘 되도록 빌고,


그 옛날 무수리가 살던 무수골로 내려오는 길,

올해 처음으로 실개천에 발을 담갔습니다.


성신여대 생활관 길은 잘 다듬어져 있고

주말농장은 봄준비로 바빠져 있었습니다.

작은 농장이 8백개가 넘으니 재벌농장이 아닌지?



도봉역 건너편의 뒷골목에서 족발과 김치전+소맥막

맥주 3병에 오천원.


선거얘기는 능선에서 했으니,

성식군 부친깨서 경영하셨던 예천 양조장의 옛 이야기를 했죠.


술찌개미 먹고 자란 아이들,

술찌개미 먹고 키운 돼지새끼들.

아이들, 돼지들은 잘 자라서는 좋은 사람도 되고, 맛 있는 족발도 되고.


막걸리에 물 타는 일은 다반사,

물을 안타면 술이 취해 논두랑에 쳐박히기도 했거든요.


다섯시가 너머 세친구는 당구장으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복잡한 1호선 전철로.



오늘 밤 바람은 쎄고, 봄비는 제법 굵지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감미롭군요.

또 꽃은 떨어지고,

우리는 봄을 잃은 설움에 잠길테죠.


모두에겐 또 하나의 봄이겠지만,

우리에겐 그의미가 더 크겠죠. 칠순의 봄.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은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의 '바람의 말')



*마종기씨는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의 자제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