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따라 빗속 산행(2017.7.18)

난해 2017. 8. 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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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강물 불은 한강을 건너고)

 

7/18 아침 7시 반포를 떠나

덕유산을 향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병중이고

애보러 미국가고, 산행성원이 어려운 요즈음,

 

'잃어버린 풍경'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1900년대 해방전 선인들의 국내여행기이다.

 

국문학자 이병기(1891-1968)선생의

'경성 근처에 이만한 산이 또 있을까'하는

기행문이 흥미롭다.

 

청량리역에서 열차타고 의정부에서 하차,

걸어서 회룡사 들리고, 망월사에서

날이 저물자 떼를 써 망월사에서 유숙하고,

 

천축사에 들렸다 만장봉 밑의

만월보전을 들리니, 개불알꽃이 피어있고.

그리고 도봉서원을 지나

쌍문동을 통해 창동역으로 하산.

 

우리도 한번 해봄직한 산행.

 

 

(덕유평전은 요즈음 노란 원추리 군락이 물결치고)

 

더운 철 책읽기에도 싫증난 차에

덕유평전에서 여름야생화에 흠뻑 빠져보라는

'인생길따라 도보여행'의 유혹에 넘어갔다.

 

 

10시 넘어 리조트 곤도라 탑승.

곤도라이용료는 편도가 11천원.

 

한눈 팔다가 경로우대를 못받아

3,300원 손실을 입히고.

 

 

버스안에선 개일 듯하더니만

계속 이슬비가 내렸다.

 

 

고산지대는 더욱 일기불순하고.

 

 

같이 곤도라를 타고간 총무 김티나님.

밝은 티가 난다.

 

산행이 끝나고 가는 버스에서

경비가 남았다고 5천원씩 돌려주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리무중.

 

 

오늘의 산행이 평탄치 않음을 예고.

이곳 설천봉의 높이는 1,520미터.

정말 힘 안들이고 오른  봉우리.

 

 

의례 이곳에 오면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1,614미터)에서 한컷.

덕유산은 한라, 지리, 설악에 이어

남한의 네번째 산.  

 

우중에도 44명이 참석, 만차를 이뤘다.

아마 야생화에 빠진 회원들이 많을 것이다.

 

여름에 피는 꽃들이 많지 않지만,

덕유평전, 곰배령의 야생화는 볼 만하다.

 

 

원추리와 함께 이곳의

대표적인 꽃의 하나, 말나리. 둘다 백합과 식물.

 

원추리는 가까이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득남초,

아들을 낳으면 근심이 없어진다고 망우초라고 한다.

남의 어머니를 높히 부를때 훤당(萱堂)이라

하는데, 원추리훤자다.

 

 

쥐손이풀 꽃이 비에 늘어져 있다.

잎이 쥐손처럼 생겼다고.

 

 

큰까치수염 꽃.

작은 꽃들이 모여 수염을 이룬다.

까치숫놈은 수염이 나나?

 

 

옛날 겨울철 심산유곡의 동자승이

노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었는데,

그의 혼이 붉은 꽃이 되었다는 동자꽃.

 

 

궁궁이. 천궁, 구릿대와 같이

우산형 꽃을 피우는데, 한약재로 쓰인다.

궁궁이를 말린 것이 천궁이라 하기도 하고.

 

 

양지에 자라는 장미과의 뱀무.

꽃이 귀에 들어가면 귀가 먹는다고

귀머거리풀.

 

 

꿩의 다리의 일종, 산꿩의 다리.

꿩의 다리보다 키가 작다.

줄기가 꿩의 다리 같다고 꿩의 다리.

 

비는 오고 카메라는 배낭 속에 넣고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폰의 눈물로 인해 사진이 명확치가 않다.

 

 

빗속의 고사목, 처량맞기는 한데

주목의 고사목인지, 구상나무의 고사목인지.

주목은 주목과 ,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구상나무는 덕유산, 한라산, 지리산

높은 곳에서만 사는 우리나라

몇개 안되는 특산종, 학명은 Abies Koreana.

 

줄기 위의 솔방울이 특징.

멸종 위기의 식물이다.

 

 

정신없이 뒤쳐저 가다보니 중봉(1594미터).

 

 

 

빗줄기는 그칠줄 몰랐다.

 

5년전 똑같은 코스를 갔을 때는

태풍이 지나간 가을이라

남덕유 가는 부드러운 능선이

멋지게 펼쳐졌었는데-

 

중간 중간 맥주로 목을 축였었고.

 

남덕유를 잇는 능선은 전북과 경남의 경계.

 

 

다시 백암봉(1503미터)을 향하여.

 

이 능선길을 죽 가면

삿갓봉, 남덕유산(1507미터)이 된다.

 

'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대라고 부를 사람에게

그 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는 갈 수없는

끝없는 길을'

 

(안도현의 길)

 

 

물래나물꽃.

꽃이 우리 할머니들이 돌렸던

물래같이 생겼다.

 

 

싸리꽃도 한창이고.

 

 

요번 여행시 가장 귀염을 받았던 일월비비추.

꽃피기전 봉오리가 귀엽다.

일월비비추는 꽃이 윗부분에 뭉쳐서 핀다.

꽃이 비녀같이 생겨 비녀비비추라 하기도.

꽃말은 신비한 사랑.

 

백합과 식물로 옥잠화는 희고 큰 꽃인 반면

비비추꽃은 작고 보라색이다.

 

어린 잎나물을 먹을때 거품이 나올 때까지

비벼서 먹는다하여 비비추.

 

 

다행이도 점심을 들 때는 비가 그쳐

빗물에 말아먹는 사태는 없었다.

 

 

점심후 다시 go go!

 

꿀풀과의 속단(續斷).

한약재로는 인대가 나가거나 뼈뿌러진데

효과가 있다고 속단.

 

꽃모양이 털모자 같다.

 

 

꿩의 다리꽃.

 

비가 오다보니 범의 꼬리 등

시간이  없어 못찍은 꽃도 있고,

아직 식견이 적어 발견 못한 꽃도 있고.

 

 

갈림길에 들어서니 바람은 더욱 세졌다.

 

 

능선에서 칠연계곡으로 갈라지는 동엽령.

신동엽이 여기 왔었나?

 

거리로 보면 안성매표소까지 가는

9.2키로의 절반을 온셈.

 

 

칠연계곡으로 들어섰다.

 

곧 급한 돌길이 시작되었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다보니

그나마 스마트폰 사진 찍을 새도 없었고.

 

 

계곡은 전성기를 구가하며

콸!콸!콸!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

 

젊은 대원들의 민첩함은 도저히 따를 수 없었고.

 

 

드디어 폭포입구에 배낭을 내려놓고

칠연폭포를 올라

칠연(七淵)폭포의 충만함을 만끽했다.

 

일곱개의 폭포와 못이 있는데

한눈에 볼 시간도 없었고.

 

3년전 나크리 태풍 당시 우리아이들과 같이

제주도 섭지코지를 방문했을 때의

감흥을 또 한번 느꼈다.

 

인생길에서 이런 여행을 해보지 못한다면

진정한 비경을 보지는 못하리라.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폭포방문을 생략하고

친구들과 칠연폭포식당에서 닭백숙+소주.

 

 

9.2키로의 여정을 5시간 반에 주파하여

안성에 다달으니

어둠의 터널은 끝나고.

 

여회원들은 버스 안에서 새옷으로

갈아입고, 산뜻한 숙녀로 변신.

 

우리는 젖은 옷에 발발 떨고.

 

 

상경할 때는 날씨가 개이더니

휴게소에 머무를 때는 햇볕까지 났다.

따스한 햇볕이 얼마나 좋던지.

 

반포에서 대원들과 헤어지고 이마트에서

온메밀 한 그릇 드니 몸이 풀렸다.

 

 

요번 여행에서의 큰 깨달음.

이제는 자신의 현주소를 알라는 교훈.

 

20년 넘어까지 차이 나는 후배들과 산행에서

뒤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포기하라고.

아직도 젊다는 기분도 이젠 포기하고.

 

밤중에 너무 피곤하였던지 잠이 안와

카페를 열어보니,

갔다온 산행기며, 전문가수준의

야생화 사진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대단하십니다, 인도행 여러분.

 

다음날 난생 처음 방광내시경을 했는데

전립선은 부풀어 올랐고, 방광안에는

황색 돌가루가 사금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검사 전에는 앞의 환자가 검사할 때

죽도록 아프다고 하여

얼마나 쫄았던지.

 

걷지요님, 총무님, 아 술아님을 비롯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여행을 하게 해주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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