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10:30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친구들 만났다.
옛날 고교시절 정릉으로 해서 백운대 올랐던
추억을 더듬으며.
북한산보국문역 하니, 친구들
그런역이 있었나 의아해 했을 것이다.
경전철이 무인 운행이니 맨앞이나 맨뒷자리에
서면 단조롭긴 하지만 지나는 터널을 볼 수 있다.
역에서 북한산공원 입구까지는
정릉천길로 가면 지루하지 않고.
정릉천 끝나는 길, 바위에서
류흥구친구가 준비해온 달콤한 포도
두송이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지나는 산보객들은 저친구들 입구에서
벌써 퍼졌나 의아해하고.
국립공원여직원은 아동들에게
자연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들도 할일을 찾아가는 것 같다.
올 충분한 비로 청수폭포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고교시절부터 입대 전까지 우리집이
정릉에 있었으니 나에겐 정이 넘치는 곳.
부흥주택 이층에서 자노라면,
봄비내리는 소리와 앞집의 큰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그렇게 좋았었다.
정릉도서관에서 장억근친구와 공부하다보니
동네패거리한테 둘이 몰매맞을 일도 있었는데
친구는 뭐 잘못이 있냐고 뻗대고.
다행히 무리중 한친구 안면이 있었다.
정작 산길을 오르니 맑은 개천은 콸콸 소리를
내고, 설악동 같았다.
보국문까지는 계속 오르막.
산행이 적었던 두친구는 숨이 가빴다.
중간에 있는 영천(靈泉)에서
샘물 한 모금.
불합격이라 써있었지만,
뭐 대수인가.
보국문 급경사 아래 또 하나의 샘터에서
또 한 모금.
약수터 쉼터에서 묘령의 여인
아로니아(Chokeberry)쥬스를 권했다.
우리는 염치없이 한 잔 더 달라하고.
수풀이 우거져 나무들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좀 더 햇볕을 많이 받으려고 몸매가 날씬.
아카시아도 그대열에 끼어 있고.
드디어 보국문에 올랐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다 겪고
숙종때 축성.
실제 써먹지도 못하고.
어쩌면 백성들만 고역을 치루었다.
요즘 국가에서 하는 일도 마찬가지지만.
산성에는 3개 지휘소와 6개 성문이 있다.
보국문 앞의 산사나무, 빨간 열매를 맺었다.
5월 태양이 눈부신 날, 청초한 잎 사이로
하얀 꽃구름을 피우는 나무.
아테네여인들이 결혼식날 머리를
장식하는 산사나무꽃.
열매는 귀여운 아기사과 모습과 맛.
옛이름은 아가위나무.
우리가 점심을 했던 자리에선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이 보이고.
칼바위에서 오는 여인들을 만났는데,
요즈음은 오줌을 찔끔하진 않는다고.
계단 등을 설치해서.
등산객도 많지않았는데 독일인 청년을
비롯, 홀로 온 세명의 서양인도 만났다.
서울산행이 인기관광코스에 들었나보다.
성벽너머에는 온통 아파트숲.
서울은 정말 좋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고교 수학여행 동기.
좌 재춘, 우 흥구.
대동문 앞에서
마음같아선 백운대로 달리고 싶었지만,
아카데미하우스쪽으로 길을 잡았다.
나무도 멋있고
바위도 멋있고
친구도 멋있고.
멀리 수락산줄기도 보이고.
구름 한 점이 없었다.
가을이라 땀은 많이 안흘렸지만
등목도 하고
날은 벌써 짧아져 그림자는 길어지고.
누리장나무꽃 벌써
자주색 보석을 반짝였다.
4.19묘지앞 소나무집의 두 여인.
이여인들의 꼬리를 짤라 만든
꼬리곰탕에다 왕만두.
꼬리곰탕 한 그릇에 18천원.
맛도 그만인데가
붙어있는 그림도 화사.
나는 이런 여인을
며느리로 맞고싶다.
식당을 나서니,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이
우리 앞에 있었다.
거리엔 클레마티스꽃.
서양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꽃이고
우리나라의 으아리가 같은 종류라고.
(누리장나무 꽃)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터키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중에서
흥구친구의 말대로 과거를 얘기하지말고
우리의 앞날을 바라보자.
경전철 개통이 되어 북한산 오르는 기회가
많아졌음에 행복해 하고,
겻들여 김현진친구의 관련 부동산값이
오름을 축하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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