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 나가는 날, 때로는 게으름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따로 할 일도 있고, 수확이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나고.
그래도 "새로운 곳이니 새 맛이 있겠지"하며 집을 나섰다.
연두빛으로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써 있다고.
'신은 가장 위대하다, 라는 뜻.
신비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게하는 이슬람사원.
지나는 이슬람교도, 선희씨에게 성전에 들어가려면 차도르를 하고 들어가라고 했다.
이슬람교회가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은 단순하고 검소하기 때문이 아닐까?
촬영시작하기 전 간지선생님의 과제물을 문하생들이 거들고 있는데, 잘 안 풀리는 듯.
나에겐 이쁜 선들일 뿐이었다.
열공하기 시작했고, 아침엔 왜 망설였지하며
몰아지경에 들어갔다.
아침엔 춥더니, 사막의 신기루가 보이는 것 같았다.
잎하나님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선희씨 일지감치 카메라 놓고
선생님과의 대화에 몰입했다.
워킹, 책발간 등 중대사에 대한 토의겠지.
막내가 그러면 혼줄 날텐데.
그말 하니, 막내 등장.
애들 뒷바라지하고 늦어지면 왕짜증도 날 만한데,
낭군님 주신 사랑의 묘약 때문인지, 항상 환-하다.
배도 출출해지고 봄의 이태원거리로 나서자, 아줌마들 중동의 과자점에 눈이 갔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그러나 열중하는 척하는 제빵사, 할렘하고 몇번 말을 건네도 본척도 안하고.
수줍음이 그렇게 많은가?
점심 때 이집에서 산 과자를 맛보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달기만 할 뿐 별로였다.
이어 중동 신발가게. 신발의 색과 구슬들이 이쁘다.
아람블라 이스탐불의 빛갈들.
이것 신어보고 저것 신어보고.
이걸 사려하니 저게 좋아보이고.
점심하기로 낙착을 본 Taj Palace 인도식당.
인도인들이 자랑하는 타지마할에서 따온 식당체인점.
까무잡잡하고 인상 좋고 써빙잘하는 종업원과 중후하고 목소리 깔리는 매니저.
이쁜 아줌마들 메뉴고르는데 한참이 걸렸는데,
아마 정신이 없었을게다.
기다리는 동안 제자들을 놀리지 않는 선생님.
컾 찍기에 정신없는 제자들.
어이 없어하는 인도인들.
난? 넌?
난 넌을 사랑해.
오랜만에 맛보는 인도음식.
빵이야? 부침개야? 떡이야?
넌 두접시에 단두리, 버터치킨, 치킨마살라, 치킨반달루, 양고기
한 접시는 서비스로 받았다.
옛날 생각에 맛이 없으려니 했더니,
옛날 생각에 맛이 더 났다.
옛날 카레냄새가 역겨웁고, 마땅한 음식 없어 단두리만 먹다보니,
질렸던 단두리, 미스터 리의 형제.
출사중 입이 제일 호강한 출사였다.
그 많은 음식 다 해치우고, 중동과자에,
커피시키고 잎하나님이 개인적으로 꺼낸 중동과자(이것은 맛 있었다) 해치우니,
어찌 즐겁지 않았으리, 간지샘만 빼고.
간지샘과 문금씨의 표정을 보라.
서비스받은 죄로 마살라 차이(밀크 많이 탄 홍차), 아메리카노 커피 시켰더니,
커피가 아니고 코코아가 나왔다.
착한 델리친구 미안해하며 커피를 다시 내왔는데,
아줌마들 초이스 내왔다고 설레설레하며,
뜨거운 물 시켜 초예표 커피를 타 마셨다.
구박받은 잔들 설움에 눈물 그득하고.
계산시 보니, 차값은 또 서비스 받았다.
인도가는 잎하나님이 선택한 인도식당,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행 잘하고 오세유.
잘 먹은 후 몇은 중도 귀가 했고, 몇은 거리스케치를 나섰다.
봄바람은 그 사이 훈훈해졌고, 아침에 한산했던 거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문화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수궁에서(2012.5.17) (0) | 2015.09.13 |
---|---|
북서울 꿈의 숲에서(2012.5.2) (0) | 2015.09.13 |
수필반 끝내고, 빗속의 맥주 한 잔 그리고 이원철특강(2012.4.25) (0) | 2015.09.13 |
화이트데이(2012.3.14) (0) | 2015.09.13 |
양떼들의 양떼목장 그리고 안목해변(2012.1.24) (0) | 2015.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