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반나절 여행(남당항 새조개를 찾아)

난해 2020. 2. 14. 18:58


언제나 다정했던 그대는

내 곁을 떠나가고

돌아올 줄 모르네


허전한 마음에 정처없이 걸어도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네


아 내 마음은 어디로 갈까

(주현미의 쓸쓸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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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인가 뭔가 때문에

모임은 줄줄이 취소되고,

정치꾼들은 국민의 안전보다


권력 굳히기에 정신이 없고.

중국에 비굴하게 굽신굽신 하고. 


혹간 지하철 타고, 시내를 나가도

마스크 마스크 행렬.


집에 돌아오면 내몸 전신에

소독약 뿌려대는 마나님,


친구가 보내온 노래도

쓸쓸한 계절의 노래.


그나마 세계테마여행이 마음을

다독거리는 요즈음이다.





2/13(목) 아침 일찍 카스토리를 열어보니

라오니스의 대한민국여행기가 떠있었다.


기차타고 홍성에 내려 버스타고

남당항, 새조개를 즐기러 갔더니

거리는 썰렁하고 쓸쓸함 뿐이라고.


그날 모이기로 예정되있던 드로잉팀에

남당항 새조개 먹으러 가자 했더니

즉각 ㅇㅋ.


오전 11시부터 2시간 그림 그리고,

종각 근처 장혁민의 부대찌개에서

맛있는 점심하고, 냅다 용산역으로.





기다리지 않고 바로 14:22분발 익산 가는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도 역시 썰렁했고 마스크한 승객들.





좌석 앞에는

'함께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말은 쉽게 하고-





한강철교를 지나

우울한 서울을 떠났다.





지나가는 겨울의 흔적 속에

봄기운의 초록색이 보였고.


옆줄 중국인의 스마트폰 볼륨이 높길래

파파고에서 볼륨을 낮춰달라는 중국말을

찾아 보여줬더니, 순순히 수긍하는 모습.


옆에 낮은 한국인 애인인지 처인지

웬 참견이냐고 쫑알댔고.

요즈음 중국, 중국인과 부딪치면

알레르기 반응이 나온다.





기차는 넓은 예당평야를 지났다.


백석(1912-96)은 '조선인과 요설

(饒舌, 수다스럽게 지껄임)'

이란 수필을 썼다. 글 중에


'그 무슨 요설인고 허툰 수작인고. 실 없는

웃음인고. 그것은 코춤이요 구역(嘔逆)이다.

나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그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는 게으르고 꾀를 피우고 무실행하며

비굴하고 아첨에 능한 만주조선인을

비판했다.


말을 삼가고 생각을 하면 고통, 비애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데-


요즈음 게으른 사람은 없겠지만,

말만 많고 허툰 수작하며 무실행하며

비굴하고 아첨에 능한 권력층과

주위 사람들, 역겹지 않은가.





왕명을 받은 관원의 숙소가 있었던 신례원,

예산을 지나 삽교역에 이르니

콘테이너가 잔득 실려있다.


장항선은 충남 남서부 중요 교통축.

삽교역에는 컨테이너 야드가 있어 인근에서

올라온 콘테이너 화물을 취급한다.





푸른 하늘이 보이더니,

금새 꾸물꾸물했고.





4시 반, 홍성역에서 내리니, 손님은 없는

가운데 긴 택시의 행렬.


시간의 여유도 없었고, 또 버스

정류장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하고.


춘천역에서 내리면 관광지로 연결되는

버스가 바로 있는데.


남당항까지는 30km.

택시요금이 35천원이 훨씬 넘었다.


남당항의 썰렁한 새조개축제장.

택시기사 말과 같이 경기가 위축된 것이

아니라 경기가 아예 없다고. 





남당항은 물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남당항은 홍성 서부면 남당리 소재.

지명은 남당 한원진(1682-1751)에서 유래.

송시열, 권상하의 학맥을 이은 성리학자.


당쟁에 밀려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

홍성, 예산지역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탄생하는데 이론적 배경을 만들었다고.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 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

(백창우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외로운 어선 한 척,

길을 또 떠나겠지.





어둠은 밀려들고





새조개 까는 횟집 아낙네들.


9.5cm정도의 조개, 참새빛갈, 무늬를 입었고.

보령, 홍성, 여수 등에서 생산됨.

1kg 10만원 하던 시세가 요즈음 75천원.


새조개축제는 1/18-2/29

12월말에서 3월초까지 먹을 수 있다고.





내용물이 새처럼 생겼고.





요즈음 먹으면 개불도 쫄깃하고.

크기는 10-30cm.  날 것으로 먹는다.

주둥이 속에 뇌가 있고, 암 수 딴몸.





신일횟집 안에서 본 남당항 정취.

작년 10월 28일 이집에 들렸었다.

여사장 조용히 알아서 척척.


딴집은 손님이 없었고, 그나마

이집은 손님이 두 팀.





수줍은 노을,

변덕스런 날씨 중 행운이랄까.





정갈한 서비스 안주.

피조개, 개불, 가리비, 키조개, 전복,

멍게, 굴.


나중에 어리굴젓이 들어왔다.




그중의 하나, 분홍색 피조개.

꼬막조개과에 속한다.


여름에 산란하고, 육질이 연하며

헤모글로빈을 함유하여 붉은 색.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암컷의 생식소는

도홍색 빛을 띠어 암수가 구분된다고.

겨울철에서 이른 봄에 육질이 많아

이때 채취한다.





봄향기의 냉이가 들어간 국물에

잠간 익혔다가 먹는 그 맛,





2시간 가량 담소하며 식도락을 즐긴 후

갈 때 타고 간 택시를 불렀더니

총알처럼 날러왔다.


무경기에

그래도 운이 좋았던 기사님.



20:02분 발 상경열차는 정시에 들어왔고,





드로잉팀 반선생님이 빌려주신

2월호 내쇼날 지오그라픽을 펼쳤다.


90세의 고령이신데도 일본잡지, 패션잡지

등 다양한 책을 정기 구독하시는 멋쟁이.


이번 호의 특종은 아름다움의 재발견.





 할리마 아덴(1997-)은 미국, 소말리아의

 모델. 보그 등의 수영복 특집에서

 히잡을 착용하고 등장.





트란스젠더 모델관리 기획사 '슬레이

모델'의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는

애디사 스틸.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서울의 한 모델학원에서

걸음걸이를 연습하고 있다.


이상적인 미인에 대한 편협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아름답고 늘씬한 외모에서

가냘픈 허리, 볼륨있는 가슴으로.


이제는 이 기준에서 탈피하여


만나본 적이 없는 누군가가 아름답다.

어린아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교감할 수 있는 ,


모든 여성이 아름답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포용적인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다음으로 1860년 미국으로 아프리카

노예를 싣고 온 마지막 노예운반선

클로틸다호와 108명의 노예를 추적.


사진은 그때 노예로 실려왔던

오사키비와 그의 후손 칼리스 힌턴.





더 넓은 시각으로 본 미국의

흑인 발명가들.


미국의 동화책 작가이며 삽화가인

젤리 핑크니(1939-)가 그린 발명가들.





그리고 미국 대초원을 과거와 같은 황야로

 되돌리는 계획(아메리카 들소 복원사업)과

이에 대한 거센 저항을 취재.


이번호엔 인물드로잉에 참고할 만한

인물 소묘와 사진들이 게재되어 있다.





잡지를 보다가 팀원들과 같이 열차카페로

이동, 커피나 맥주 한 잔 하려했지만

자판기만 한 대 놓여있고 썰렁.


이런 와중에 장사가 될 리 없겠고.





차창 밖을 보며 옛 기차여행도 떠올리며

캔커피+홍성군밤+초코렛.


팀원들은 오랜만에 야간열차를 탔다고.






기차는 한강을 건넜고.

 집에 도착하니 11시 좀 넘었다.


답답했던 도시로부터의 반나절 탈출.

돌발여행에 적극 참여해준 드로잉팀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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