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만 가는 겨울
비가 내리네
눈보라에 쫓기듯
서두르며 내리네
부르지도 않았는데
겨우내 얼어버린
냉가슴 녹일 듯
그리움을 안고 내리네
안겨준 그리움 베개 삼아
뜬눈으로 밤새우면
말없이 가버린 겨울비
임과 함께 다시 보려나
(박만엽의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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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내린 비,
하루 종일 쉬지않고 내렸다.
겨울비의 차가움보다는
따듯함 서린 비.
1/7(화) 아침 잠실종합운동장 가는 길,
겨울비답지 않게 궂은 비가 내렸고.
지난해 송년회모임에서 강릉으로 가려던
여행은 인원 부족으로 취소되고,
여행사에서 권한 제부도, 화성 여행,
그나마 제대로 즐길 수 있으려나.
장마비 못지 않았다.
드로잉학습팀, 7명
앞자리를 배정받아 좋은 듯했으나,
고선생님은 밥을 푸고, 나는 전달책.
버스에서 나눠주는 아침 찰밥,
더 달라는 사람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
8:30 출발, 두 시간만에 도착한
제부도 겨울바다 위, 배 한척,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고.
다행히 비바람은 불지 않았다.
해수욕장 끝엔
매바위가 보였고.
오래 전에 부부모임에서 간 제부도,
그때 먹었던 조개구이의 짠맛이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
제부도(濟扶島)는 화성시 서신면 소재.
1제곱키로미터 면적, 인구는 6백명.
바다가 열리는 곳의 하나.
서신면 송교리와의 거리는 2.3km.
20여년 전에는 허벅지까지 빠지는
뻘길을 건넜다고. 지금은 시멘트
포장된 물 속의 찻길이지만.
제부의 손을 잡고 건너는 섬이 아니라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건넜던 섬.
비오는 날은 고기잡이가
잘 되겠지.
이섬에는 제법 농지도 있고
굴, 김양식을 한다고.
우산쓰고 가는 산책길,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둘이 손잡고 가기에는 좁다.
쉼터의 의자, 보조장식물 등은 제법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고.
요즈음은 거의 무인등대가 대세.
고선생님과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사연이 깃들은
등대는 아니고.
등대지기부부는 두번이나 유산을 하고
상심하던 차에, 죽은 아버지와
살아있는 아이가 있는 배가 떠나려오고.
부부는 그 아이를 기르게 되고,
어느 날, 친엄마가 등장하게 되고,
남편은 아이를 돌려주려 하는데서
부부 간의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영화.
이날 산책길은 둘이 있었는데
우리는 등대 밑에서 대화를 즐기며
한 코스만 걸었다.
나이 먹은 팀들은 기를 쓰고
두 코스를 돌았지만.
이섬의 북쪽에는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소재 누에섬이 있다.
다른쪽에서 보면, 꼭 누에같이 생긴 섬.
정감있는 제비꼬리길.
같이 간 남자친구는 제비전문가.
해마다 서울의 제비집을 조사한다.
4명의 50대초 여인들은 여행전날도 겨울비가
오면 더욱 운치가 있을거라 했었는데,
과연 그랬고.
파스텔톤의 우산행렬은 흐르고,
파도는 잔잔하고.
잠실에서 버스타자마자 우산을 어쨌지
하며 멘붕상태였는데, 우산 받쳐들고
사진 찍다보니, 작동 이상,
또 멘붕(멘탈붕괴, Mental Collpsing).
비가 와서 그런가.
우리는 행궁 앞에서 4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을 얻었다, 식사와 차, 공방거리
거닐기, 행궁관람 포함.
보통 당일 여행사 상품은 대부분
식당은 지정되는 것이 보통인데.
친구들과 여러번 갔던 '수원만두(중국집)'
위치를 수원친구에게 확인하고,
이곳에서 만두+굴탕+우육탕+엔타이 배갈.
배갈은 고량주, 바이깐얼의 한국식 발음.
15세기 산동성동부에서는 일본 해적을
막기 위해 봉화체제를 갖추었는데,
여기서 엔타이(煙台)란 지명이 왔다고.
음식점을 나와 여민각(與民閣)에서.
정조때 수원 종로에 있었던 종각은
6.25때 사라졌고, 2008년 새로 탄생.
수원시에서 제공하는 커피서비스는
공방거리 끝에 있는 '리원'에서.
공방거리, 저자거리를 돌아보라고
거리 끝에 있는 카페를 지정했나보다,
'리원'에 걸려있는 작품들.
'리원'은 천연염색공방+패션아카데미
+갤러리 카페.
이번 여행사의 1인 요금은 15천원.
지자체광고를 하는 행정기관의
보조가 있는 덕에 실비여행을 하는 셈.
공방거리에서 행궁쪽으로 오다 마주친
후소(後素,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호).
백병원원장의 사택을 수원시가 매입,
문화공간으로 사용 중.
수원출신 오주석(1956-2005)은 문화유산,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힘썼던 작가.
옛그림을 읽는 방법, 우리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한국의 미 특강', '단원 김홍도',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등의 저서가 있고.
윤두서(1668-1715)의 채애도(採艾圖).
아낙내들의 쑥 캐는 그림.
윤두서의 짚신삼기.
윤용(1708-1740, 윤두서손자)의
협롱채춘(俠籠採春).
봄을 캔다고.
김홍도(1708-1740?)의 훔쳐보기.
그림에 따라 오주석선생의
그림설명이 있다.
김홍도의 빨래터
김준근의 박물장사.
19세기말 부산, 원산 등 개항장에서
풍속화를 그려 주로 서양인들에게 판매.
전세계 20여곳에 15백여점이 있다고.
고희동(1886-1965)의 청계표백.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의
원산학사와 그 제자들(목판화).
그녀는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의 풍속을
소재로 다양한 목판화를 남긴
영국 여성 판화작가.
폴 자쿨레(1896-1960)의 떡 만드는 사람(판화).
프랑스 출신 화가로 생애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냄.
독일화가, 윌리 세일러(1903-1997)의
악착같은 장사(동판화).
벽의 카페광고.
옛날에 있었던 카페인가보다.
행궁으로 돌아왔으나
돌아 볼 시간은 없고 또
대부분 한번 이상 와봤다 하고.
행궁 옆 수원시립미술관에선
차세대 신진작가를 발굴 중.
미술관 로비.
수원시립미술관은 현대산업개발이
건립하여 시에 기증한 건물.
로비에 있는 정조대왕의 초상.
대왕과 정약용선생이
장수하셨다면, 근대화가 빨라졌고,
일본의 침략도 없었을 텐데.
미술관에선 게리 힐의 '찰나의 흔적,전.
시간도 없고, 입장료 내고 금새
나오기엔 돈이 아까웠고, 아쉬웠다.
게리 힐(1951-)은 미국의 아티스트.
조각가였으나 1970년 초 비디오아트로 전향.
언어, 신체를 주요 테마로 작업.
그의 작품, '손으로 말하기'
마지막 일정, 동장대로 이동.
창룡문(화성 동문)이 보인다.
장대란 성곽일대를 한 눈에 바라보며
군사를 지휘하던 곳. 화성에는 동장대,
서장대가 있고.
동장대(사진엔 안보이지만)는 1795년
(정조 19) 완공되었고, 무예를 수련하던
곳이었기에 연무대라고도 함.
비는 여전히 내렸고.
깃발과 우산,
동북공심돈으로.
공심돈은 적의 동정을 살피기 위한 망루.
화성에는 서북, 동북, 남공신돈이 있고.
내부에서 소라처럼 생긴 나선형
벽돌계단을 통해 꼭대기로 오르므로
소라각이라 불리기도.
국궁장 앞 사무실에서 받은 인인화락,
수원문화재단에서 발행한.
큰 목차 제목들이 마음에 들었고.
겨울의 시선, 겨울의 사람, 누군가의 겨울,
그곳의 겨울 등
큰 목차 제목들이 마음에 들고.
우리의 겨울의 여행은?
귀경하여 잠실새내역 곤드레집에서
곤드레밥+코다리+메밀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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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슴에 떠 다니던
눈물은 흩어지고
비거리에
그대와 내가 흩어집니다
(이채의 '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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