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월) 봉화회 가을나들이를 위해
잠실운동장 가는 길,
사람들은 고달픈 하루를 시작하지만
붉은 해는 변함없이 떠오르고.
이날 일출시각은 7시.
'Love yourself'
요즈음 같이 나라걱정에 머리가 아플수록
나 자신을 사랑해야겠지.
봉화산쪽에 살았던 직장동료들의 모임,
봉화회가 결성된지도 20년이 훨씬 지났다.
모두들 퇴직도 했고,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게 되었지만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는다.
( 죽도가는 배안 )
네 부부와 세 싱글 참석.
마나님이 갑자기 동행을 거부, 팀 전체가
홀수가 되는 바람에, 일행에서 떨어져
관광버스 뒷구석에 앉게 되었다.
우리팀 남자 일곱명 외에 두 남자 빼고는
모두 여자.
옆에 앉은 아줌씨, 내가 여자 틈에 끼어
앉은 것에 불만인듯 하더니,
여행 도중 먹을 것도 쉴새없이 주고
일행에게서 커피도 얻어줬다.
좌측, 맨 뒷칸의 여자들도
봉사대열에 합류했고.
우리 일행 남자들, 부러운 눈치.
행담도휴게소에 잠시 정차하고, 2시간
40분 걸려 예산의 예당호 출렁다리 도착.
예당호는 예산군 4개면에 걸친 저수지.
저수면적이 1,088ha로 국내최대라는데.
용수를 공급받는 예산, 당진의 첫 글짜를
따와 예당, 예당평야의 젖줄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 자료)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에 있는
길이 402m, 국내 최장의 예당호 출렁다리.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가 완성되면
2위로 밀리지만. 그나마나 지자체간의
출렁다리 경쟁은 언제 끝나려나.
나로선 두번째 방문으로
감흥은 별로이다.
다리가 길고 출렁이는 느낌으로
조심스레 건너는 사람들 모습도 보였고.
예산의 인구는 8.3만 명.
서쪽은 가야산맥, 동쪽은 차령산맥
이들 사이로 삽교천, 무한천이 흘러
넓고 기름진 예당평야를 이룬다. 한서의
차가커서 맛있는 사과도 생산되고.
올여름보다 녹조현상은 덜했다.
예산 봉수산(484m) 마루의 임존성은
흑치상지의 백제부흥 근거지이며,
왕건과 견훤의 격전지.
조선초기의 문신 서거정, 추사 김정희,
윤봉길의사가 이 고장 출신.
가야산 남연군묘 도굴이 대원군 쇄국정책의
발단이 되었고, 덕숭산 자락의 수덕사는
많은 고승을 배출했다.
짝이 맞긴 맞네.
오늘 출석한 네 부부는 찰떡궁합. 낭군들은
부인 사진 찍어주기에 정신 없었고.
다리를 왕복하고 언덕에 올라서니
넓은 호수는 끝이 없고.
조각공원의 야외공연장을 통해본
잔잔한 호수.
이진자(1959-)의 '화합으로'
시간에 쫓겨 다른 조각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단풍잎들은 벌써 말라가고.
올 단풍은 대체로 별로라고.
12시 홍성 남당항에 도착,
신일횟집에서 점심.
남당항은 홍성 서부면 남당리 소재.
미식가들에겐 이른 봄 새조개요리로
이름이 나있고.
남당항 대화축제기간(8/24-9/15)이
끝난 썰렁한 축제마당의 새우 모형.
음식점 창밖은 남당항.
남당은 남당(南塘) 한원진(1682-1751)에서
유래한 지명. 그는 송시열, 권상하의
학맥을 이은 성리학자이다.
당쟁에 밀려 이곳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
홍성, 예산지역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탄생하는데 이론적 배경을 만들었다고.
여성 만세!
이에 질세라, 남성 만세!
옆자리의 여성들,
"남편 없이 온 여자들, 기죽이네."
나도 한 마디,
"아내 없이 온 남자 미치겄네."
축제가 썰렁한 마당은 쓸쓸한 법.
허지만 대화, 우럭매운탕은 값도 헐하고
맛도 끝내주었다.
주당들의 들이킴은 여전했고.
남당항의 오후는 가을의 쓸쓸함을
내보이기도 했고.
홍성군은 홍주목과 결성현이 합쳐진 곳.
인구는 9.5만. 지방법원 검찰청이
있는만큼 사람들이 꽤 깐깐하다고.
홍천읍에 홍주성이 있고,
광천읍은 김이 생산되지 않지만
광천김 하면 알아준다.
남쪽에 오서산(791m)이 위치,
보령, 청양과 경계를 이룬다.
최영, 성삼문, 한용운, 김좌진장군이
태어난 충절의 고장.
무언가 모르게 빽빽한 항구 풍경,
사람이 살만한 곳인가보다.
천수만 건너는 안면도.
가고파호를 타고 죽도 가고파유-
2018. 5월부터 이배가 남당항, 죽도 사이를
오감으로 죽도에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하고,
죽도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
남당항에는 꽤 많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남당항에서 3.7km, 20분도 안걸리는
죽도(竹島), 뭔가 기지개를 키는 모습.
전국에 죽도란 이름의 섬이 59개.
이 중 9개가 유인도.
구수한 충청사투리의 군밤장수,
버스가 남당항에 도착했을 때, 식사후
축제 마당에서, 버스 떠날 때 세 번 등장.
"아빠보다 오빠를 데리고 다녀야
군밤 사쥬쥬-" "한 봉지 사주면 안되나유-
어짜피 갈 인생인데"
밤은 조그마한 산밤이지만, 따끈따끈했고,
구수한 말투에 아줌마들 꽤 많이 샀다.
아줌마한테 얻은 군밤을 배 안에서
옆에 있는 홍성아가씨한테 나누어
주었더니, 얼마나 재잘대던지.
죽도에 내려보니 조그만 섬들이 깔려있고.
홍성 서부면 죽도리 소재 죽도는
천수만 내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섬.
봄엔 쭈꾸미, 갑오징어, 가을은 대하, 꽃게,
바지락 철. 해돋이, 해넘이를 볼 수 있다.
갯벌체험도 할 수 있고.
올망졸망한 섬, 8개가 달라붙어 있는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 죽도.
1989년 태안에서 홍성으로 소속이
바뀌었다는데, 이유가 궁금.
섬 한 바퀴 도는데 4km, 두 시간이면 족하고.
20여 가구 40여명이 산다. 어선은 23척.
안면도와 육지 사이 바다는 천수만(淺水灣).
수심이 10m내외라 큰선박의 출입이 어렵고,
고급어종의 산란장이며 철새도래지.
배에서 내리자 가이드 인솔하에 단체사진.
이 사진을 제출해야, 홍성군에서
배삯을 보조받는다고.
(정종현회원 사진)
배에서 내려, 섬 해안길 걷기.
세차게 부는 바람, 우리 기분을 돋구웠고.
'가을은 쓸쓸하나
시월은 슬프잖고
가을은 외로우나
시월은 고독찮네
풍성한 시월
노래하며 보낼래'
(오정방의 '시월')
제1전망대에서.
스님은 홍성출신 한용운선생.
2,3전망대엔 최영장군, 김좌진장군의
캐릭터를 배치해 놓았다.
바닷가를 쓸쓸히 바라보는 조용현회원,
이날 싱글이었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먼 훗날
그저 바람처럼 스쳐가는 꿈이 되겠죠.
(정종현회원 사진)
이날 날씨는 끝내주었다.
김상환회장의 세심한 계획과 실행,
그리고 기원 덕분에.
센 바닷바람에 정신 없는 노란 들국화,
감국. 단맛이 난다는.
국화의 조상이랄까.
섬의 감국은 거치른 환경 때문에
더욱 왜소하고, 애처럽고.
산이나 들에서 흔히 보는 흰색 내지
분홍색의 구절초, 자주색의 개미취,
연한 자주색의 쑥부쟁이와는 다른 모습.
해가 기울어 가면,
섬은 더욱 외로워진다.
(김재윤회원 사진)
가다보면 쉴만한 곳이 나오고,
섬바람 매력이 있고.
마침 이날 밤 EBS에서는 섬마을 밥집 1부
'가을맛이 펄떡이는 섬, 죽도'를 방영했다.
바람에 부대끼는 해장죽(海藏竹).
키가 6-7미터 되며, 지름이 1-3cm.
왕대(참대나무)와 키가 1-2m인 산죽
(조릿대, 신우대)와는 다른 대나무 종류.
삼별초군이 이곳의 해장죽으로
화살을 만들어 썼다고도 하고(한국일보),
이섬 주민들은 과거 이 대나무로 복조리를
만들었는데, 주수입원이었다고.
아담하고 정겨운 섬마을.
마을 앞의 독살은 밀물로 보이지 읺고.
독살 근처에는 용이 꿈틀거리는 모양의
용난둠벙이 있다. 용승천 전설이 있는.
마을의 맛갈나는 벽화.
쎈 바람에도 낚시.
프로는 아닌 것 같았고.
마을 앞의 백일홍.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
멕시코 잡초를 개량 보급한 것이라고.
말린 갯장어를 구워파는 집이 있었는데
시간은 없고, 침은 넘어가고.
지붕 위 아이들 우리를 보는지
낙시를 하는지.
외부에서 놀러온 농악대,
일부 회원, 같이 어깨를 들썩이고.
쉼터에서 손짓하는 우리 회장님. 줄기가
매끄러운 나무는 서어나무 같기도 하고.
바닷바람에 시달린 은행 열매,
쪼글 쪼글.
섬주민의 평온한 바다에 대한
열망이 표현되어 있고.
섬에서 다시 버스로 출발,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6시즈음의 러시아워.
하루동안 짝궁을 했던 아줌마와의 이별.
아들 둘다 결혼했는데, 장남은 해군 중령으로
UDT에 근무하고 있다고.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는
수중폭파대.
아들 잘 두어 자랑스럽겠다고 하니,
고된 훈련에 충원이 어려워 난관에 처해있어
아들의 걱정이 태산이라고.
이나라의 국방이 걱정된다.
새내역 봉평메밀집에서
저녁 먹고 해산.
회장님내외 수고 많으셨고
회원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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