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양평 흑천길 걷기

난해 2020. 3. 13. 18:43


그렇게 나 홀로

숲속으로 걸어갔네

아무것도 찾으려 하지 않았지

그것이 내 생각이었어


그늘 속에서 나는

한 떨기 작은 꽃송이를 보았어

별처럼 빛나며

작은 눈동자처럼 아름다운


나는 그 꽃을 꺽으려 했지

그러자 꽃은 속삭였어

난 꺽여

시들어져야 할까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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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베란다의 군자란꽃,

웬만한 야생화보다 일찍 피워 오래 가죠.)



우한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우려 속에

집에 갇히는 날이 많아졌고,


괴테(1749-1832)의 이탈리아 기행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읽게 되었고요.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기 전, 베르테르의

우울은 요즈음 우리사회 분위기라고 할까요.





3.11(수), 친구 일곱은 상봉역에서 용문가는

10.14분발 중앙선 전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원덕역에서 출발, 흑천을 따라 용문역까지

걷는 흑천길은 7.2km. 물소리길의 5번째 코스,



용문은 우리친구 도사, 김용문의 고향이죠.

권용문은 코로나가 두려워 안나왔고요.





아침햇살 속, 흑천의 반짝임은

한여름 오후의 작열하는 바다보다 한수 위.


괴테가 이곳을 거닐었다면 잠간

걸음을 멈추고 스케치를 하였을 거예요.


그는 행정가로 국정에 참여하였고,

작가 외에 철학자, 과학자로도 활동했으며

스케치하는 취미도 가졌습니다.




우리는 도사들처럼

 흑천을 거슬러 올라,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고두현의 '초행')




추읍산(583m, 용문면 삼성리소재)

입구를 지났습니다.





길 한편에는 벗나무가 심어져있어

좀 있으면 화사한 길이 되겠죠.





하루 전 봄비가 내려 흙길은 촉촉했고,

날씨는 쾌청.


이런 곳에 우한바이러스가 살겠습니까?





삼성리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위의

솟대, 얼마나 자연스럽습니까.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

정월 대보름 동제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

풍농을 위해 마을 입구에 세웁니다.


오리, 까마귀, 갈매기, 기러기, 따오기

 등을 나타내고요.


기원은 청동기시대로 올라가고,

만주, 몽골, 시베리아,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샤머니즘 문화.





뜻을 같이 했던 일곱 친구.


기온이 차고, 봄바람 매서웠던 날이라

두꺼운 옷차림에도 움츠렸고요.




도중에 헤어졌던 철교,

흑천 위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다리 건너 동네에서 만난 교회,

사랑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의 교회가 생각이 나는군요.

가족 같았던 조그만 교회.


우한사태가 끝나면

대규모 교회들은 한 물 가겠죠.

몇 사람의 욕심 때문에 생긴 괴물교회.


동조하였던 사람들도

잘못이 있겠죠.




한쪽 구석에 밀려나 있는 교회종.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에서의 서양의

종소리와 세밑에 울리는 에밀레종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모양이죠.





지난 주 볼 수 없었던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 집동네에도 피었고.





발래줄을 보니, 이번 겨울에 입던 옷을

몽땅 빤 모양입니다. 농장일은 바쁘고.





지나는 길, 무인카페에 들렸습니다.

호기심도 나고, 간식 먹을 때도 되고.





무말랭이 목걸이도 걸려있었고.





입구에서도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요.






봄볕이 찬란한 카페.


뱅쇼(포도주에 과일, 향료를 넣고 데운)에

이재춘친구표 고구마, 호도과자, 비스켓,

커피 등 등.


왕고구마가 역시 인기.





요즈음 농촌 재배인기품목도 알 수 있고요.

페루원산 슈퍼후드, 아마란스.


서양에선 밀가루 대신 주식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글루텐 프리 식품.


볶아서 시리얼로, 삶아서 샐러드토핑으로.

또는 쌀과 섞어 밥을 짓는다든가.


단백질함량이 높고 리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슘, 인, 철분도 들어있고요.





가게이름은 '茶나 마시고가게'.

그리고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





요즈음 읽는 책들은 우연히 우울한 내용의 것.


스웨덴작가, 톰 말름퀴스트가 지은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In every moment we are still alive)'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 카린을 급성백혈병으로

잃고 딸, 리비아를 홀로 키루고 있는 그의

 가장 슬프고 고통스럽던 시간을 기록한 소설.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즐거워하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게 아닌가요.





놓여있는 그림도 수준이 있고요.





차를 안먹었으니 장소사용료라도 놓고 오려고

카페 여주인에게 전화하였더니

입구의 빈 프라스틱통에 넣으라고 하고.


카페 앞 크고 청결한 축사에는  젓소들이

편히 쉬고 있었고요.

겨울이어서 그렇겠지만 냄새가 전연 없구요.


삼성리는 수준있는 동네였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지난주와 달리 버드나무에

 푸른 빛이 느껴지구요.





넓직한 수진원(修眞園).

이곳에서 농사수련을 하면

참농군이 되겠네요.





큰 느티나무 줄기,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겠지요.





우리의 봄길은 이어집니다.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 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게 했다

봄은 이렇게

작은 약속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어 놓았다.'

(노원호의 '작은 약속')



옳지 않은 사람들, 특히 나랏님을 비롯

정치인들에겐 약속은 거짓말에 불과한 것이지요.




물푸레나무줄기.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파란 물이 나오는

나무(水精목). 서민들 안약으로 쓰였다고.


서당의 회초리, 도리깨, 설피로 쓰였고,

단단한 물푸레나무 곤장에는 견디는

죄인이 없었다구요. 줄기에 흰 무늬가 특징.

(박상진교수)


류흥구친구는 나무박사,

줄기만 보고도 나무종류를 알 정도로.





봄날 물소리 들으면

여인들 물이 오른다고요?





물소리길 인증대에도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흉물이 된 호텔이 옆에 있는 백산교를 지나

우리는 냇가길로 들어섰구요.





오리떼, 물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흑천에서 천렵하는 장인과 사위.


우리가 걷고 있는 길옆 찻속에는

모녀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요.





징검다리도 건너고요.





음지 아래도

푸른 기운이 뻗치고 있습니다.





흑천과의 이별도

얼마 안남았구요.





봄날 산보나온 강아지.





용문역 근처의 나의 살던 고향마을,

옛날보다 가까워졌지만

아직도 분양 중.





꼬부랑길은 다음으로 미루고요.





용문오일장(5,10일장)은

우한사태로 당분간 휴무.





큰 라일락이 있는 집의 다양한 소장품.





인공볏짚으로 만든 초가집?





김현직친구가 안내한 맛집, 능이 칼국수의

푸짐한 버섯요리(2시 15분 도착).

버섯스프, 버섯볶음, 전골에 칼국수까지.


사장님, 전골을 맛있게 치우고 나니

 또 한 냄비씩을 서비스.

술 다섯병도 서비스하였고요.





이집의 차림표.


주인공 능이버섯은 아주 쪼금이었지만

배부르고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바쁜 의사생활 중에도 출석율이 좋은

신영우친구 맛에 대한 특강.


'쓴맛이 최고의 맛이며

고통이 최고의 쾌락이다.'


맛은 써도 식욕을 돋구고 몸에도 좋고.

어떤 사람의 쾌락은 다른 사람에겐 고통?


김현직친구 겻들어 angostra bitters소개.


마약성으로 분류되어 수입금지되어 있지만

쓴맛이 나는 알콜성 고미제를 다른 음료나 술에

넣으면 최고의 맛이 된다고.





이음식점은 능이버섯국밥집에서

시작했다 합니다.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음식점,

보기 힘들죠.


그나마나 용문 5일장은 역을 중심으로

많이 현대화되고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항아리.


고궁의 굴뚝을 덮는 도기입니다.

업자가 납품하고 남은 것을 능이칼국수

사장님에게 주었다고요.





귀로에 올랐습니다.

전철을 타면 자동으로 마스크를 쓰게 되고요.






여러가지 마스크가 등장하는군요.


오토바이 헬멧, 치과의사가 사용하는

face shiield 등도 좋다는 사람도 있고요.





하태욱친구는 계속 전철을 타고 가고,

도사는 훌라장으로, 두 셋은 당구장으로,

나머지는 귀가.


또 하나의 좋은 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인물화 하나 그리고

삼각지 탕수육 맛집, 명화원에서

탕수육+만두+이과두주.


그리고 얼근해져서 커피 한 잔.

커피집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니

날이 따뜻해지면 친구들과 양평에서

자전거를 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