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3(목), 유쾌한 발상에서 그림 두 시간 그리고,
종각에서 점심먹고, 서울역에서 14:30분 발
KTX 타고 아산으로.
2월 중순 남당항 새조개, 반나절 여행이
괜찮다 하여 다시 반나절 여행을 떠났습니다.
전철로는 2시간, 일반열차로는 1시간 반 걸리는
시간을 KTX 또는 SRT로는 40분 정도로
단축할 수 있으니 편리한 세상이죠.
그러나 일반열차는 띠엄 띠엄 떠나고,
KTX 등은 자주 있다보니
돈 없으면 불편한 세상이 아닌가요.
흐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맑고 뭉게구름 떠가고 기분은 째졌죠.
봄철 쭈꾸미 맛보자고 계획한 여행이지만,
바닷가라도 들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
아산 친구 만나 목적지를 정하려고 했고요.
어쩌면 마음 편한 여행, 마스크 쓰는 도시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만이라도 좋은 것 아닐까요.
하루 다르게 도로가 건설됩니다.
덕분에 신도시도 생기고,
농촌지역에도 아파트가 올라가고.
신도로가 생기므로 경제권이 틀려지면,
손해보는 지역, 사람들도 있겠죠.
가평도 제2경춘국도가 생긴다 해서
시끄러워요. 너무 도로가 많이 건설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탄 KTX는 광명, 아산으로 연결되는데
터널도 많이 지나고, 강도 지나고.
잘 정지가 된 땅, 무척 넓군요.
무엇이 들어오는지.
우리처럼 빨리 변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아산, 천안, 당진, 서산은 최근 발전된
도시들이죠. 그 인구가 각각 30만, 61만,
17만, 17만 명입니다.
KTX 4월호 여행지는 영월,
'영월에서 단종 영원하다'
단종애사는 우리역사에서 잊혀지지 않겠죠.
단종이 유배되는 해, 홍수로 청룡포가 범람하자
그는 영월객사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겨,
객사의 자규루에서 한양땅을 바라보며 시 한
수 읊었습니다. 자규루 원래 이름은 매죽루인데
이 시로 자규루가 되었죠.
'원통한 새가 되어서 제궁을 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야 이 한 다 할꼬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피눈물 흘러서 봄꽃은 붉다
하늘도 저 애끓는 소리 듣지 못하는데
어찌하여 시름에 찬 내귀에는 잘도 들리는고'
두견새는 뻐꾸기과에 속한 새로 겨울은 동남아에서
보내는 철새.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는 얌채 새.
한자어로는 자규.
이새의 울음소리는 '홀딱 자빠졌다' 또는
'쪽박 바꿔주우'하는 듯 들리는데, 서글픈 소리는
아니죠. 옛사람들이 잘 착오하듯이
소쩍새를 두견새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두견새의 전설은 슬프기는 하지만.
촉나라 망제가 패망 후 죽어서 두견새가 되어
피눈물을 흘렸는데 떨어진 자리에
피어난 것이 두견화(진달래)라고 하죠.
소쩍새(올빼미과)는 야행성이고, 소쩍소쩍
하는 울음소리가 처량하기 짝이 없죠.
두견새는 주행성이고.
역에 마중나온 아산친구와 목적지를
정하다보니, 바다구경도 하고, 회도 먹고
한 시간 거리 밖에 안되는 삼길포로 정했지요.
아산을 벗어나 당진을 달리다 보니
멀리 서해대교가 보이는군요.
대호방조제로 생긴 넓은
평야지대도 지났고요.
대호방조제는 1984년 준공되어 서산
대산읍 화곡리와 당진 석문면 교로리를
연결하며 1, 2방조제를 합하면 길이가 7.8km.
서산에 들어서서 대산읍 화곡리에 있는
삼길포에 도착, 삼길포를 보듬고 있는 삼길산
(166m)을 오르니, 연산홍이 불타는근요.
삼길산은 낮은 산이지만 일출, 일몰이 볼 만하고
예로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백제시절 창건된 해월사(海月寺)가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보니 북동쪽으로는 당진
석문면에 있는 당진화력발전소가 보였고.
북쪽에는 난지도, 우무도, 소조도, 대조도 등.
당진시 석문면에 속하는 섬이지요.
.
전망대 입구에는
장승이 서있습니다.
삼길산 봉화대 오르는 길,
벚꽃은 이미 다 졌군요.
봉화대는 다음 기회에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삼길산에서 황금산(130m)까지 17km의
서산 아라메(바다와 산이란 뜻)길이 이어지죠.
삼길포에 내려와 보니
바닷물이 여느 서해와는 달리 새파랗군요.
좌측은 당진 화력발전소, 우측으로
대호방조제가 길게 뻗쳐 있습니다.
방조제가 생김으로 여타 어항은
다 없어졌고, 삼길포가 유일하게 남았죠.
마스크를 쓰고 낚시하네요.
추워서 그렇겠지요.
지은지 얼마 안되는 수산물
직매장인가 봅니다.
시장을 둘러보니 쭈꾸미는 귀하다고요.
최근 풍랑이 심했고, 산란철이라
금어기간이라네요.
삼길포에도 실치도 나오지만 주로 장고항
(당진 석문면)에서 잡힌 것이고, 우럭이
주 어종이라 7월에 우럭축제를 합니다.
수산물직매장에서 회를 떠서
전망이 좋은 집(2층)에서 매운탕이랑
먹었는데, 전망이 좋았구요.
갈매기떼가 엄청나요. 역시 소문대로
삼길포는 물고기가 많은 곳인가 봅니다.
이날 먹은 회는 실치, 갑오징어, 붕장어.
3만원 짜리 갑오징어가 제법 틈실했죠.
모두 오랜만에 맛본 회이기도 하지만
풍광 좋은 어항의 저녁 분위도 있어
회맛도 좋고, 소주맛도 좋고.
실치는 사진의 배도라치(농어목, 길이 30cm)
새끼인데 12월에 부화, 연안에서 성장하다
5, 6월에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는군요.
뱅어포를 만드는 뱅어는 바다빙어목에
속하고 성장하면 10cm정도.
영어로는 glassfish.
이렇든 저렇든 오랜만에 맛있는 회를
포식했습니다. 우럭매운탕도 맛있었구요.
반나절여행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포만감에 얼근해져 밖으로 나오니
아가씨 얼굴처럼 불그레하게
노을이 져오고요.
'선상 횟집들이
총총걸음을 하면
갈매기 날갯짓에
그림자 펄럭인다
철렁거리는 바다 사이로
해거름이 몰려오고
사람들은 바닷물을 퍼서
하늘에 바른다'
(김형은의 '미항 삼길포')
봄날 저녁의 추위도 엄청났구요.
나그네는 항상 외로움을 타는 모양이죠.
유람선 매표소 위 갈매기 네 마리,
고된 하루 일과 끝내고 휴식에 들어간듯.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점은 이곳 근처에서
3-4일 여행거리가 충분히 된다는 것이죠.
장고항과 국화도, 왜목마을, 삼길포항,
난지도 그리고 황금산 등.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섬, 국화도. 석운씨 사진)
장고항에서 국화섬 가는 배가 있습니다.
국화도는 화성시 우정읍에 속하지만
장고항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죠.
국화섬도 수도권 규제를 받고, 생활권이
당진이라, 도민들이 당진에 속하길 바란다 하네요.
천안아산역으로 오는 길
아산 지중해마을(탕정면 명암리)을
차로 한 바퀴 돌고.
아줌씨들이 좋아하는 마을이라는데
저에겐 지중해 냄새가 전연 나지 않네요.
21:28분에 출발, 22:06분 수서에 도착하는
SRT로 귀경. 서울역 출발하는 KTX 보단
찻삯이 조금 쌌죠. 집에 오기도 편하고.
이번달 SRT가 권하는 여행지는 완도.
치유가 필요하다면 오라네요.
11시 넘어 집에 도착.
반나절여행이었지만 좋았습니다.
아산친구 덕에 가능한 여행이었구요.
4/27(월) 흰머리 친구들의 갑작스런 호출로
12:30 문산읍 도착, 오두산식당에서
수육+막국수+돌솥비빔밥+주님.
또 반나절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사학도가 두 사람 끼니 당연히 역사기행.
장어, 황복으로 유명한 임진강나루에서
담장 너머로 본 반구정.
반구정(伴鷗亭)은 황희정승(1363-1452)이
87세에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죠.
파주 문산읍 사목리, 임진강
기슭에 있습니다.
정작 반구정엘 가보니 월요일이라
입장할 수가 없었고
꽃사과꽃만이 우리를 반겼죠.
황희정승의 본향은 장수쪽이지만, 개경 출생.
고려말 개풍면 광덕산 기슭, 두문동으로
들어간 72명 중의 한사람.
태종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해, 태종의
신하가 되어 육조판서를 두루 거친 후,
세종때 영의정 18년을 포함 24년을 정승으로
지냈죠. 원칙과 소신을 견지하였지만
때로는 관용의 리더십으로 초기 조선을
안정시켰습니다.
세종대왕때 세자책정 반대로 유배도 갔었지만
훈민정음 창제, 궁중 내불당 조성 등에
반대하는 집현전학자들을 달래
세종의 둘도 없는 내조자였지요.
요즈음 난국에 이런 정승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선 지도자가
훌륭한 사람이어야 하겠지만.
다음으로 찾은 곳은 파주 파평면 율곡리에
있는 화석정. 꽃대궐 같죠.
화석정은 율곡선생이 제자들과 즐겨 찾던 곳.
원래 고려말 유학자, 길재가 벼슬을 버리고
향리에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나
폐허가 된 것을 율곡선생의 5대조가
건립한 정자라 하네요.
임진강 8경 중의 하나.
이곳에서 난생 처음 본 상사화의 잎.
수선화과의 상사화(개난초)는 꽃줄기가
올라오기 전 6-7월에 잎이 말라 죽으므로
꽃필 무렵에는 잎을 볼 수 없죠.
그래서 잎과 꽃이 상사병이 걸렸다 하네요.
이곳에서 본 임진강 풍광.
율곡 이이(1536-1584)는 오죽헌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이 파주.
선생이 임종때 어려움이 닥치면
열어보라고 밀봉 편지를 남겼는데,
선조가 피난 당시 임진강을 건널때
폭풍우로 한치 앞도 안보이고 하여
이항복이 밀봉 편지를 열어보니
'화석정에 불을 지르라'.
화석정을 불지르니, 대낮 같이 밝아져
무사히 강을 건넜답니다.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올 때 하늘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구나 하며 신지강(神智江)을
임진강(臨津江)으로 고쳤다네요.
율곡선생은 신사임당, 이황 선배, 학문적
친구 덕에 대학자가 되었지만, 어머니와
사별 후 계모로부터 많은 서러움을 겪었죠.
화석정에는 560살 느티나무 등
오래되고 키가 큰 나무들이 군락을 이룹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연천군 장남면
고량포리에 있는 경순왕릉.
주차장에서 짠한 마음을 갖고
운치있는 고개를 넘습니다.
무고한 백성을 위해 마의태자를 비롯
뭇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려에 나라를 이양하는 경순왕의 마음.
고려식의 담장을 했다고도 하지만
능의 양식은 조선시대 전형적인 묘소.
경주지역을 벗어난 유일한 신라왕릉.
버려진 무덤을 영조때 보수했다고요.
신선 같이 머리가 흰 세 친구.
두 친구는 월남 가서 고엽제를 맞아
그렇다 치고, 한 친구는 왜?
친구따라 강남도 가니까.
사진을 찍어준 친구는 경순왕 후손, 경주김씨.
가족과 같이 왔다하며 경순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죠, 비애감을 갖고.
광주(廣州)김씨도 경주김씨의 분파인데,
그 일원이 지탄친구.
조상 앞에 절도 안합니다.
능의 전경,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언의 비, 오래 되어서일까요,
유구무언일까요.
경주를 가기 위해 시신이 고량포에 이르렀을 때
민심의 동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고려측은 시신의 경주 진출을 막았다 하네요,
왕릉은 개경 100리 밖에 쓸 수 없다고 하며.
당시 고량포는 개성 가는 길목.
능 근처에는 귀룽나무 꽃이
여기저기 피어있었죠.
장미과의 낙엽큰키나무, 귀룽나무는
4-6월, 10-15cm 꽃이삭을 갖습니다.
구름나무라고도 하죠.
파주 적성면 두지리에서 황포돛대를 타면
고량포 여울목까지 갔다, 되돌아오고요.
반나절 여행의 끝맺음은
문산읍 마정리 바람의 언덕에서.
이곳 카페 이층에서 커피 한 잔.
카페 앞의 신나는 어린이 둘.
한 친구는 마스크 쓰고
한 친구는 안쓰고.
헤어질 때는 항상 아쉽죠.
또 만날 것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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