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여라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亦自然
已矣哉自然生來人生 將自然自然老
(김인후, 1510-1560, 自然歌)
6/29(월) 용산역에서 세 친구 만나
7:27분차로 온양온천역으로 출발.
2012. 7월말에 찾았던 칠보산과 살구나무골에
숨은 선녀탕, 그리고 능선에서 본 각연사를 못잊어
칠보산과 괴산의 명소를 찾기로 했다.
온양온천역에서 아산친구가 합세,
그의 차로 천안, 증평을 거쳐 떡바위에서 하차,
칠보산 등산 시작.
오랜만에 찾은지라 떡바위를 찾아
헤매다 보니, 11시가 다되었고.
떡바위에서 문수암골로 해서 칠보산정상
(779m)에 올랐다가, 살구나무골계곡, 쌍곡을 거쳐
떡바위(칠성면 쌍곡리)로 회귀하는 코스.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에 소재하며, 쌍곡구곡을
사이에 두고 군자산(948m)과 마주하며, 일곱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하여 칠보산.
문수암골은 심한 가뭄으로 물은 적었고.
칠보산은 속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다.
속리산공원의 북쪽은 괴산, 남서쪽은 보은,
남동쪽은 상주, 동쪽은 문경.
산 곳곳에 산수국이 피어있고.
범의 귀과에 속하는 낙엽관목. 7-8월 개화.
주위의 큰 꽃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무성화.
중심부는 크기가 작은 양성화.
중심부에 흰색꽃이 피고 붉은 열매를 맺는
백당나무는 인동과이며, 부처님 머리
같다는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변종.
계곡을 떠나 본격적인 산행 시작.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는 등
일기예보가 수시로 변하여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 흐린 날씨는 등산에 도움이 되었고.
백합과에 속하는 원추리(훤초)는 6-8월 개화.
어머니가 거처하는 집의 뜰에 심었던 꽃.
훤당은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
여인들이 원추리를 가까이하면 아들을
얻는다 하여 득남초, 망우초.
비뇨기과질환 치료제로 이용.
오를 때 만난 유일한 산벗 둘.
세종시에서 사업을 한다는데-
떡바위에서 2.1km지점에 있는 청석고개를
지나니, 키다리 적송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가파른 나무계단은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니, 천년사찰 각연사가
적막강산에 둘러쌓여 있었고.
마치 연꽃이 피어나듯 보개산(709m),
칠보산(778m), 덕가산(858m)으로 이루어진
분지 중간에 각연사가 있다.
산은 양지 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모두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답답하면 솟아서 높은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가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김광섭, 1905-1977, 산)
버선코바위 지나고.
멀리는 비가 오는지.
백합과의 털중나리, 키 50-100cm, 6-8월 개화.
식물유전자원으로 보호를 요하는 꽃.
둘은 처음, 둘은 두번째 정상 정복.
세종시 젊은 처자, 이곳에서 이별.
스마트폰 속의 산하는 비안개 속으로.
점심은 밤, 호두 넣은 약식.
아산친구 마님께 감사기도 올리고.
하산길은 더 급한 경사길. 옛날 로프잡고
아기자기하게 오르내리던 산길이 그립다.
큰 남근석도 있고.
괴산은 평야 발달이 미약한 산촌. 교통이 불편하여
화양서원 등 유교 전통의식의 모습을 간직했다.
2003년 증평군이 승격, 떨어져 나갔고.
인구 38천. 임꺽정을 지은 홍명희(1888-1968)가
이곳 출신. 그는 숙청을 당하지 않고 북한 초대내각
부수상 등 최고위직을 두루 역임했고.
그의 부친 홍범식(1871-1910)의 고택이 괴산읍
동부리에 있다. 금산군수를 역임했으나
한일합방때 자결.
바위에서 마주친 사나이.
5년전 죽은 사진의 고사목을 찾아 왔다고.
무성한 참나무 숲.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강이 소백산맥 줄기따라
흘러 충주 탄금대에서 남한강과 합쳐지는데
괴산을 지날 때 괴강이 된다.
이곳에서 잡은 민물고기로 끓인
매운탕 맛이 그만이라, 괴산을 찾을 때마다
매운탕집을 찾았었고.
활목고개에서 각연사로 가는 등산로와 만난다.
이길은 출입이 안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길로 올라온 부부를 만났고.
정상에서 이고개까지는 급경사.
비교적 편안한 흙길이 이어지고.
살구나무골에서 때이른 물놀이,
자그만 물고기와 같이 놀며.
가뭄으로 줄어든 물에서 물고기가 떼로 몰려다닌다.
어항 하나 있었으면 좋은 튀김감을
쉽게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번(2012년) 왔을 때 친구들 모습.
소시때는 점잖았는데-
정말 아쉬운 것은 이 친구들 중
두 명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
함박웃음 짓는 친구와 싱긋 웃는 친구.
이런 돌다리를 건널 수있는 것도 큰 행복.
예전 가평 용추계곡, 삼척 응봉산 용추골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연상되고.
산수국 무리.
생식능력 없는 불두화, 수국은 이렇게
자연적인 무리 형성이 어려울 게다.
신선폭포,
가뭄에도 물을 쏟고 있었고.
장성봉(915m, 문경 가은읍 완장리)가는
삼거리를 지난 살구나무골, 물이 거의 없다.
목다리를 건너,
쌍곡폭포, 가뭄으로 그 위용이
형편 없고.
마지막 흙길을 지나고,
다온길펜숀 지나 큰 길로 나와
절말교를 지나고 떡바위로 가는 아스팔트길,
계곡도 같이 흐르고, 바위도 멋있고.
여름을 보내기 좋은 곳, 괴산.
길가에 있는 정다운 옛집.
16:00 드디어 떡바위(병암) 도착.
8km넘는 산길을 5시간에 걸었다.
떡바위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 하고
소금강(칠성면 쌍곡리)으로 이동.
이곳에서 군자산 오르는 등산로가 있고.
소금강은 떡바위, 쌍곡폭포와 함께 쌍곡구곡
(쌍곡계곡을 따라 만나는 9개 절경)의 하나.
괴산의 3대 구곡은 쌍곡구곡,
화양구곡 그리고 선유동구곡.
모두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한다.
소금강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각연사
일주문을 지날 때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
당초 계획은 다음날 연풍성지, 연풍동헌,
마애불좌상, 홍범식고택, 고산정과 함께 볼
계획이었으나 쏟아지는 비가 심상치 않아,
일단 각연사를 보고 아산으로 철수하여 다음날,
논산 은진미륵과 공주 일대를 돌기로 하였다.
보개산(寶蓋山)각연사 일주문 별화.
단청한 다음 문 중간 부분에 꽃, 새, 짐승 따위의
장식화를 그려넣은 그림.
반선생님 덕분에 절에 오면 절의 무늬, 그림,
단청 등을 유심히 보게되었다.
절 입구에 있는 오래된 석물들.
페사지 등에서 보는 이러한 옛절의 흔적들은
내 일생의 흔적들과 같이 큰 감흥을 주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요.
여름비 쏟아지는 늦은 오후
넓은 절마당의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주는 이 감흥, 무슨 까닭인지요.
절 한구석에 있는 자그마한 장독대,
그리고 자귀꽃 또한 감흥을 주네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 일깨워
주기 위한 종(중생), 북(축생), 운판(새),
목어(물고기)의 사물(四物).
종이 있는 밑바닥엔 울림통이 있는데
아산친구는 지하의 생, 영혼들을 위한 것이라 하고.
대웅전 앞과 같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절마당이 또 있고.
비로전 옆 350년 된 18m 키의 보리자나무
(피나무). 6월 연노랑꽃이 피고, 열매는
염주로 쓴다.
우리가 열매를 즐기는 3m크기의 보리수나무,
석가와 관련된 30m크기의 인도보리수(보오나무),
슈베르트의 린덴바움, 유럽피나무가 있고.
비로전 안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통일신라시대후기 불상양식을 계승한
고려초불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
단아하고, 옷주름 표현이 간결.
금붕어와 수련도
오랜만의 충족한 비를 즐기는 듯.
칠성면 태성리의 각연사는
삼국시대 신라법흥왕시절(6세기) 유일대사가
연못의 비로자나불을 보고 지었다는 절.
비로전이 연못이 있던 자리.
신라 법흥왕은 불교를 공인했고
신라의 국가체제를 정비한 왕.
이런 작은 당간지주로 법회 중임을 표시하는
불화를 그린 큰 기를 달 수 있을까?
빗줄기를 뚫고 절에서 오륙백 미터쯤
칠보산 가는 산길을 오르니, 고려 광종때
(958-960) 건립한 통일대사탑비(보물)가 있었고.
여의주를 문 거북의 머리조각이 인상적.
대사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니 고려태조가
기뻐하며 왕실에 초청, 불법을 강론하니
명망이 자자하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대사가 입적하자(906년) 임금이 통일대사라는
시호를 내렸다는 것이 비문의 내용.
통일대사 부도(보물)는 이곳에서 1km 이상
떨어져 포기했고.
저녁은 괴산읍 변두리에 있는 괴산매운탕에서
빠가사리(동자개)매운탕+시원소주.
매운탕은 맛있었지만, 소주는 싱거웠고.
빠가사리(동자개)는 메기목 동자개과에 속하는
25cm정도 물고기. 가슴지느러미에 단단한
가시가 있어 관절과 마찰하는 소리가 빠각빠각.
아산으로 돌아오는 길, 비는 억수로 내리고,
가로등은 없어 아산친구 고생이 많았다.
친구의 아파트에서 고생했다고
맥주 한 캔씩.
다음날까지 내린 비, 가뭄을 해소한 적시타.
우리여행에 지장을 준 것도 아니었고.
비내리는 소리는 귀와 마음을 즐겁게 했던 음악,
꿀잠을 불렀고.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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