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곳 동네에선 마를 많이 심었다지.
독일 병정, 조경진친구의 제의대로 김포 문수산 가는 길.
산행을 주로 수락산, 북한산, 도봉산 등으로 하니
목동에 사는 친구가 서쪽의 산을 가자고.
문수산 입구까지 가려면 집에서 3시간 가량 소요.
김포에 사는 류재명친구도 같이 가기로.
친구를 마지막 본 것이 재작년 9월.
열명의 친구들이 성균관을 방문,
문화해설사로 봉사하는 재명친구의 해설을 들었었다.
이날이 낮과 밤이 똑같은 춘분.
고교, 대학이 중복된 동문모임에서 통지가 왔다.
대학교수로 퇴직한 후배가 폐암으로 생이 몇 주
안남았다고 선후배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만물의 소생을 위한 봄비가 오시는데-
대학복학해서 만난 후배의 한 사람이고.
같은 모임의 1년 후배가 제주대학에서 재직하다
같은 병으로 일찍 타계했던
일이 떠올랐고.
그친구는 어떤 마음일까?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하고.
강화 가는 3000번 버스를 타고
김포대학에서 하차, 재명친구를 만나 문수산으로.
봄비가 그칠 기운도 없고
친구의 차로 강화로 가서
단호박꽃게탕, 주꾸미, 밴댕이회나 먹을까?
오늘 산행을 주도한 독일병정은
단연코 NO.
독일병정은 말을 안해도 누군지 아시겄지.
문수산(376m)은 김포에서 가장 높은 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비아산.
월곳면 성동리 소재.
산에 오르며 영우친구, 재명친구와 한 동네 사는
서홍덕친구에게 전화하는 말투가 정다웠다.
점심때 보자고 하며.
알고보니 대학의 같은과에서
6개월 공부를 같이 했다고,
영우친구는 의과대학으로 재입학하였지만.
같은 동창이라도 나름대로
공동의 기억을 더 갖은 친구가 있게 마련.
춘추시대 촉나라가 망하자 망제의 정혼이 두견새 되어
봄이 되면 귀촉 귀촉(歸蜀)하며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밤낮으로 슬피울었고
두견새가 울어 토한 피가 떨어져
붉게 물든 진달래(두견화)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봄비는 따뜻했고
우중충한 빗속에 진달래 빛갈은 화사했다.
강화만으로 둘러싸인 김포반도.
김포평야에서 나는 김포쌀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47만의 인구에 제조업체가 늘어나는 도시.
한강을 경계로 이북은 북한 개풍군.
예로부터 한양의 관문.
조선 인조의 생부 원종의 능, 장릉이 풍무동에 있다.
패션아울렛 부근 중심에 김포한강신도시
(장기동, 운양동, 구래동, 마산동)가 있고.
김포에는 여우고개 이야기와 투금포전설이 있다.
조헌(1544-1592)은 김포출신 임진왜란
사충신의 하나이고 유학자이며 경제사상가.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인물.
임진왜란때 승군과 같이 청주성을 회복했고
금산전투때 7백여명의 의병과 분투했으나 전사.
그가 어렸을 때 여우고개를 넘어 공부를 하러 다녔다.
이곳에서 여우가 미녀로 둔갑 그를 유혹했고 그는
미녀의 입 속의 구슬을 뺏어삼켜 큰 인물이 되었다고.
투금포에선 의좋은 형제가 금덩어리를 얻자
동생이 형제의 의가 나빠질까봐 금덩어리를
물 속에 던졌고 형도 이에 따랐다는 얘기.
거쳐 정상에 올랐다.
문수산 정상에 있는 장대(將臺, 장수의 지휘소)가
보이고.
봄비 속의 산행은 말로 표현 못할 멋진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오른쪽 보이는 마을은 월곳면 고막리.
고막리에는 선조와 안빈김씨 소생
신성군(1579-1592)의 태실이 있다고.
신성군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의주 피신시
병사했다 한다.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숨어 들을제
뜬시름 못내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장 위에 지네
봄비는 보슬보슬 찬바람 숨어들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을 기대서니
담장 위에 살구꽃 지며 갈 길 몰라 하더라'
봉건시대의 굴레에 한 맺힌 허난설헌에겐
봄비는 그녀의 시름을 더욱 깊게 했나 보다.
결혼은 했지만 서방은 아내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툭 하면 기생방에서 밤을 세우고- 그녀는
규방에서 한숨을 토하며 한에 젖어 살았다고.
(이이화의 인물한국사)
문수산성은 숙종 20년(1694)에 축조.
1636년 병자호란때 청군이 문수산에 올라
강화성의 허실을 살핀 뒤 강화성을 함락했고
1866년 병인양요때는 프랑스 함대가 강화성을
함락하고 서울로 진격할 때 문수산성을 공략했으나
우리군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패퇴하고 말았다고.
산성에는 문루 3개와 아문 4개가 있었고.
아문은 암문이라기도 했는데 성곽의 깊은 곳,
후미진 곳에 설치, 적의 눈을 피해 사람, 물자가
드나들게 했다.
이곳에서 애기봉까지는 6km.
길이 세개. 성곽길, 성 안길, 성밖의 길.
영우친구는 재명친구의 역사이야기를 듣다보니
힘이 든줄 몰랐다고.
임금이 재야에 있는 신하를 위해 고령자고시를 열었고
신하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는 등.
'사랑이라면 하지 말 것을
처음 그 순간 만나던 날부터
괴로운 시련 그칠줄 몰라
가슴 깊은 곳에 참았던 눈물이
야윈 두 빰에 흘러내릴 때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
1968-71년 군시절 우리들이 얼마나 흥얼댔던가.
젊은 훈련소 소대장이 좋아했던 노래이고
배호(1942-1971)가 부른 노래.
살찐 고양이 봄비를 즐기는지.
문수산 앞 뒤로 흐르는 한강, 강화 사이의 염하강 때문에
이런 멋진 안개가 끼나보다.
통일신라때 창건된 조그만 절, 문수사가 있다.
비로전과 요사채뿐인 절.
풍담대사 의심(1592-1665)의 부도와 탑비가 있고.
대사는 서산대사의 제자, 편양언기의 수제자라고.
뒤의 건물은 장수가 지휘를 하던 장대(將臺).
고려문화재연구원의 발굴조사에 의하면
삼국시대에에 이미 성이 존재했다고.
토기조각, 기와조각 등의 7-9세기 유물로 보면
주위의 계양산성, 동성산성, 수안산성, 강화외성
등과 같은 시기의 성들과 같은 기능을 가졌다고.
물론 안개로 볼 수 없었지만.
애기봉(99m, 愛妓峰)은 하성면 가금리와
월곳면 조강리 사이에 있는 봉우리.
북한까지는 3km.
X-mas트리를 장식했던 곳.
병자호란때 끌려간 평양감사를 그리다
죽은 기생의 한이 서린 곳.
류재명친구와 서홍덕친구는 하성면 시암리에서
퇴직후 사이좋게 농사를 짓고 있다.
받은 경진친구가 쏘기로 했으나
김포의 두 친구가 사기로 확정됨에 따라
함박웃음을 짓는 친구.
봄비엔
감미로운 삶의 진실과
사랑의 언어를 품고 있다
음지의 잔설을 녹여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고
산 너울 계곡마다 봄 안개를 피우며
침묵의 겨울강을 건너온
나목들의 애틋한 잎눈을 보듬는다
새 삶의 봄 노래를 들려주며
움추린 가슴에 희망을 안기는
봄비는
예외 없이 인간의 가슴에도
싹을 틔어준다
(박광호, 봄비의 언어)
서홍덕친구를 만나려 허둥지둥 내려오다 보니
청룡회관(해병대 2사단 복지시설, 월곳면 고막리).
친구를 만났는데 코로나 덕에 운동을 못해
살이 쪘다고.
이날 걸은 거리는 12천보.
맛집, 명태덕장으로 이동.
김포대학에서 20km.
신도시에 이주한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게
실내 인테리어도 미적 감각이 있고.
시래기, 감자, 매콤 명태조림.
먹어본 코다리 음식 중에서 단연 제일의 맛.
시래기 껍질을 일일이 벗겨 조리.
김포에 가면 한 번 맛보시죠.
크로와상+얼그레이+아메리카노.
성격이 다른 두 친구가 최전방 해병대주둔지에서
사이좋게 농사를 지으며 환경해설가, 문화해설사로
봉사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두 부부가 다음날부터 2박 3일의 섬여행을 한다고.
점심은 김포 두 친구가,
차값은 경진친구가.
영우친구의 말대로 친구 덕에 시외버스비만 내고
하루를 멋지게 보냈다.
봄비와 짙은 안개의 풍광도 맛보고.
식당에서 운양역까지는 홍덕친구의 차로.
역할 분담이 정확하다.
두 친구가 서로 추켜세우는 모습도 좋았다.
욕심없는 홍덕친구가 부럽다는 재명친구의 말.
재명친구의 아들(서울법대에서 미학과로,
다시 작곡과로 전공을 변경)의 소식이 궁금했는데
지금은 오페라작곡가로 정신없이 바쁘다는
홍덕친구의 말.
코로나의 영향도 없다고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2019년 개통되었다는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을
운양역에서 김포공항까지 처음으로 타보았다.
두 량 밖에 안되어 전철은 만원이었고
시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올때와 같이 공항철도, 6호선으로 갈아타고
집에 오니 6시.
비 때문에 걱정했던 하루 일정이
비 때문에 더 좋은 하루가 되었다.
봄비 때문이기도 하고
친구들 덕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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