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1945-, 멀리서 빈다)
11/9(수) 돼지 4인방, 오랜만의 나들이.
청량리에서 8:22 KTX를 타고 강릉으로-
1시간 39분만에 강릉 도착.
참, 좋은 세상.
시계가 흐리멍덩한 날도 좋지.
원주시 호저면 만종(萬鐘)리에 있는 역.
마을 앞에 있는 치악산 비로봉(1,288m)을
바라본다는 뜻(望宗)이 변하여 만종.
밀레의 만종(晩鐘)을 연상시킨다.
퇴직후 사업한답시고 반년 정도 머물렀던 곳.
형님, 형님하고 따랐던 대화친구, 강구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추수는 끝났고 겨울 느낌.
영동과 영서,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으니
영 딴 세상.
동해산타열차로 갈아 타고 봉화 분천으로-
동해까지는 동해바다를 보며-
철망은 싫어요.
빨간 등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열지는 않았지만 매점도 있고.
맥주 한 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대신 싸온 간식과 차창 밖 동해를 즐기며.
역을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이날따라 바다는 잔잔.
겨울기분이 나나요?
내마음을 싣고,
'누구를 만나로 온 것이 아니다
나도
물처럼
떠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이생진, 1929-, 바다에 오는 이유)
정동쪽에 위치.
들락거리는 조그만 역은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고.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된 시,
동해, 인구 9만 명.
영동지방 관문이며 시멘트 수출항.
묵호항은 어항기능도 있고.
조촐한 단풍.
고진하시인(1953-)은 영월출신.
사랑은 한 아름도 넘는 나무 밑동을
힘껏 끌어안듯 하는 거라고.
가을산 속으로 달리기 시작.
동해 이후 열차는 신기, 도계, 동백산(태백),
철암(태백), 석포, 승부, 양원, 분천으로.
신기, 도계는 삼척시.
석포부터 분천까지 봉화군.
그러고보니 올해는 봉화와 인연이 많은 해이다.
신기역은 삼척시 신기면, 신기리 소재.
여산 송씨가 새로 개척한 터전이라 하여
신기로 불려짐,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환선굴이 있고.
또는 마을 앞산이 험해 이곳을 넘다가 많이 죽어
고살이라는 이름이 붙어 유래했다는 고사리.
삼척시 도계읍내 동네.
고사리역은 역무원도 역을 떠났고
화물도 취급 않는 간이역.
실제 고사리역은 도계읍 늑구리에 있고.
간이역중 가장 작은 하고사리역이
고사리에 있다.
가을이 무르익었고.
도계읍은 인구 11천 명, 삼척시 중부 산지에 있는 읍.
삼척탄광의 중심지대로 연간 백만톤 규모의
무연탄이 생산되었으나 대부분 폐광.
구불구불한 철길이라 잠간이면
터널이 끝나 좋다.
뭔가 모르게 바쁜 모습들.
다음역은 백산이나 쉬지 않는 간이역.
백산의 동쪽이라 동백산이라 했지만
백산이 더 동쪽에 있다고.
동백산역은 영동선, 태백선 간의 환승역 역할,
태백의 관문 역할을 한다. (태백시 통동)
이곳의 가을을 대변하는.
소나무과 낙엽성 침엽교목.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키는 30m. 1914-27년 도입되었으나
60-70년대 많이 심겨졌다.
침목, 갱목, 토목재로 쓰임.
태백시 철암동에 있는 철암역은
태백지역 무연탄을 전국으로 배송하던 곳.
폐광후 위상이 떨어졌고
백두대간 협곡열차 시종착역.
철암역에서 묵호방면으로 4km지점,
쇠돌바위에서 지명이 나왔다고.
탄광역사를 말해주는.
관광객이 있나보다.
기다리던 낭군이 짐을 덥석 받았다.
정겨운 모습.
도시에 있는 자녀를 보고 왔나 보다.
석포역 소재지는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열차가 서지않는 전역 동점역은 태백시.
1971년 영풍제련소 전용선이 신설되면서
산업발전의 중요 거점.
중요한 납, 아연 생산지에 있는.
금강소나무가 뗏목으로 낙동강으로
운반되던 곳이기도.
최근에 놓인 다리.
원래는 울진 소속이었다고.
부자마을이라 불린 곳이라,
또는 전쟁이 나면 바로 승부가 나는 곳이라서
승부라고.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은 20여년 이곳에
근무했던 직원이 역의 담벼락에 썼다는
시에서 나온 말.
왕복 3.2km, 두 시간 코스.
투구봉약수터는 임진왜란때 의병들 병을
치료했다는 곳.
오른쪽에 이승만기념비가 있다.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영암선은
1948년에 착공, 1956. 1월 개통.
86.4km, 영주-철암을 잇는 철도.
6.25와 험한 산악지형을 극복,
우리국민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
미국의 원조도 있었고.
무연탄의 수도권 반입비용이
1/10로 줄어들었다 한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9.9km.
언젠가는 가봐야겠지.
가을분위기에 빠져.
맛볼 수 있는 가을의 정취.
화려하진 않지만.
바람이 쉬어가고.
원래 원곡인데 일제시대 강을 경계로
봉화, 울진으로 나누어진 양원.
낙동강 서쪽은 봉화 소천면 분천리
동쪽은 울진 금강송면 전곡리.
교통오지로 주민들이 염원 끝에 세워진 역.
대합실, 화장실을 주민들이 만들었고.
카페, 민박 광고가 붙어있고.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낙동강의 상류 상주는 해동의 낙양.
강이 상주의 동쪽으로 흐른다 하여
낙동강.
트래킹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고.
'낙동강 짙은 물 위에 구슬픈비 내리는데
미움도 정이련가 울고있는 물새야
찬바람에 흔들리는 저 갈대처럼
떠나는 사람들을 원망을 마라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이별인 것을
너만은 죽지마라 변하지마라
어느 누가 뭐라해도 세월은 간다'
(최백호, 1950-, 낙동강)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소재.
여우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곳.
150여명이 사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동해산타열차의 기착지.
무궁화열차 1일 8회,
협곡열차 1일 4회, 동해산타 1일 2회.
눈도 날리고.
스위스 수교 50주년 맞아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
체르마트역은 스위스 빙하특급열차
출발역.
어디로 가는지.
이곳에서 자유시간 2시간 40분.
부침개+버섯전골+소천상생탁주.
옆에 앉은 삼남매 일행 여섯명.
부산, 울산에서 온.
둘째 언니, 짝들은 먼저 보내고
멋쟁이 우리들하고 같이 놀겠다고.
우리는 부산 남정네들이 멋쟁이라고
추켜세웠고.
어차피 갈 때는 빈 몸으로 가는 것.
나목만 좋아하는 박수근화백이 마음에 든다.
곳감이 어울렸고.
모과열매, 탐스러웠다.
장미과의 木瓜, 木果
나무에 달리는 외와 비슷한 열매.
어물전 망신은 꼴두기가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한다지만
서리 내린 후 모과의 향,
연홍색의 꽃이 나는 좋아.
(박상진교수)
꽃말은 유혹.
'몇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한 출구가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송경동, 1967-,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저리 깨끗할 수가 있을까.
"배추농사 잘 되었네요."하니
묵묵무답.
"약수암은 어떻게 가죠"
길을 따라 가면 표시가 있다고
친절히 대답을 했다.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느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어둠은 벌써 밀려왔나
(조동진, 1947-2017, 나뭇잎 사이로)
미나리아재비과 낙엽덩굴나무.
자기보다 높다고 생각되면 아무것에나
넉살좋게 그냥 올라 걸친다.
사위가 무거운 것을 지려면
쉽게 망가지는 멜빵.
사위 아끼는 마음이 담겨있는 나무.
씨앗은 바람타고 멀리멀리.
(박상진교수)
'가을 가을 내맘 아려나
그대 사랑 가을 사랑
저들길엔 그대 발자욱
그대 사랑 가을 사랑
빗소리는 그대 목소리
가을아 가을 오면 가지말아라'
(신계행, 1960-, 가을 사랑)
역내 한 바퀴.
빨간 기차는 가고
나도 타고 싶어.
불필요한 장식, 형상도 있지만.
배추를 거두는 여인에게 물어보았던
약수암이 보였다.
기차길이 바로 갈 수도 있는
길을 막고 있구먼.
장식품.
강릉으로 갈 예정.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
손님이 많았나 보다.
손님이 문을 열지만
나오면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
맥주+맛동산.
얼마 안 있으면 겨울로 들어서고.
가을정취를 흠뻑 느꼈던 이번 여행.
불황기에도 가동이 되어야겠지.
이곳에서 생산된 비철금속, 화학물질은
석포역을 통해 운송되고.
절대 알 수 없는
동해산타열차.
제법 가을분위기를 돋군다.
나를 찾아 헤매는 여행인지,
밖은 칠흑으로 바뀌고.
동해바다를 지나는 것인지.
광명을 찾아야지.
승무원의 호각소리.
정동진의 밤, 좋지 않은가베.
강릉에서 KTX타고 청량리에 도착한 시간은
20:30분.
늦은 시각에 문을 연 식당이 있어
만두국+구운 돼지고기.
맛도 그런대로.
송대감의 계획, 진행이 완벽했던 여행.
비용도 1인당 8만 원. 감사, 또 감사.
11천보를 걸은 여행이었지만
온몸으로 뛴 감성여행.
같이 한 친구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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