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검단산을 지났고.
김재원친구의 배려로 이루어진 하루 여행.
설경 속 기차여행,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으리라.
지하철, KTX여행보다 한 수 위인.
비록 짧은 거리의 여행이지만.
KTX는 빠르긴 한데 터널 속 여행,
창밖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이날, 아들녀석은 이곳엘 간다 했는데-
잔득 웅크린 여인네 둘,
둘이 있으니 추위가 덜하겠지.
올겨울은 춥기도 하고 눈도 많고
옛날의 겨울을 회상케도 하고.
김재원친구는 '아버지의 눈물', '봄날은 간다' 두 권의
수필집을 내어 친구들 사이에 호평을 받고있다.
그의 글은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재미있고 마음에 와닫는 느낌이 있는 글.
수필로 인연을 맺은 에세이스트 발행인이며
문학평론가인 김종완선생의 초청으로
원주 간현과 양평 양동을 둘러보러 가는 길.
열차는 그 속을 달린다.
'겨울은 위로부터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아래로부터 으쓱으쓱 밀어옵니다
겨울은 얇은 자에게 먼저 몰아쳐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박노해, 1957-, 걷는 독서 중에서)
내친 김에 동해까지 그냥 가고싶었지만.
장날도 아닌데 대여섯명 아줌마 부대,
국민학교 동창모임 가는 참이라고.
양평장과 같이 3, 8일 오일장이 열린다.
양평 양동(楊東)면은 양평의 동쪽에 있는 면.
인구 4,500명,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진 동네.
섬강의 지류, 상산천이 중앙을 흘러 남쪽으로.
원주 지정면 간현리에 인접해 있고.
우리친구 이창수가 살고 있는 곳.
언젠가 강북모임에서 추운 겨울날, 이곳 뜨끈한
황토집에서 몇 부부가 밤을 샌적도 있다.
처음 안내받은 곳이 원주 지정면 판대리에 있는
판대 인공빙벽, 빙벽훈련장소이기도.
처음엔 폭포가 얼었나 하고 생각도 했다.
빙벽과 평지 사이엔 상산천이 얼음판이 되어있고.
언젠가 빙벽 앞에 카페가 생겼다.
스톤크릭카페.
겨울엔 빙벽카페,
다른 계절에는 절벽카페.
길쭉한 빙벽 하단에 한 사람.
오른쪽 빙벽, 상단, 중간 왼쪽
하단 오른쪽에 한 사람 씩.
이곳 사람들은 음지를 좋아한다.
간현(艮峴)은 산세가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고개.
이곳에서 상산천이 섬강과 만난다.
섬강은 길이 103km의 한강 제 1지류.
횡성군 청일면 봉복산(1,022m) 서쪽계곡에서 발원,
태기산에서 발원한 계천, 대관대천과 합류
횡성읍을 흐르다 원주시에서 원주천 등과 합류하고
원주 부론, 여주 점동, 강천면에서 남한강으로.
섬강(蟾江)은 간현유원지 부근,
두꺼비 모양의 바위 때문에 붙여진 이름.
간현에는 중앙선의 조그만 역, 간현역이 있었는데
2011년 폐역이 되어 문화공연장으로 변했고
원주레일파크에 소속되어 있다.
기차로 오려면 동화역이나 서원주역을 이용해야.
50대였을 때는 이승부치과원장과 이역에서 내려
가을풍치를 즐겼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적막강산이었던 시절.
2018년 이곳에는 소금산 출렁다리만 있었는데
올해 길이 200m의 울렁다리가 완공되어,
출렁다리-데크산책로-소금잔도-스카이타워-
울렁다리를 연결하는 순환코스가 생겼다.
2시간 반 코스.
이른바 소금산 그랜드밸리.
잠을 깬 주인어른이 기상하여 밖으로.
겨울기운이 춥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눈내려 쌓인 날 아침
아무도 찾지 않은 순백의 산보로
숱한 소나무 잣나무들의 절명 앞에
사람인 나도 잠시 경건해지다'
(나태주, 1945-, 시간의 쉼표 중에서)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도 녹았다, 얼었다
간현역에 이르는 철길.
레일바이크 뒤에 자동차를 달고 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수고를 덜 수있다.
2017년 마나님들 간현역에서 레일바이크 타고
터널을 지날 때 신나게 외쳤었지,
'못된 남편놈들아'하고.
그리고 소금산(343m) 잔도.
새로 만든 다리를 지나고.
춥긴 추운 날씨.
중공군바지를 입었는데도 추워.
위는 울렁다리.
건설 중이고, 요정들의 숙소도 있고.
간현유원지는 계속 진화 중.
사람들이 간혹 지나간다.
이추운 겨울에도 입장권을 팔고있을까.
그 많은 출렁다리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다리.
출렁다리란 이름에 걸맞게 출렁거림이 좋으니까.
암벽타기 공원.
청년들이 아니다.
우리도 한 번 시도해볼까.
부럼부럼.
강 오른쪽 시설은 야간조명이 있는 분수장치.
여기저기 루트가 개설되어 있고,
루트이름과 개척자 이름도 있고.
비몽사몽, 꽁지, 블루비트, 볼트락, 슬롯머신,
어제보다 좋은 날, 목련이 피는 봄날,
돌림빵, 비오는 날에, 형부 등등.
유원지에서 다양한 취미를 즐기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랄 게 없겠지.
오른쪽엔 잔도.
손님은 우리뿐.
나갈 때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부 입장.
어린아이, 바이바이를 했다.
우리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논문을 잘 쓰는 소현친구, 감성이 없고
공감능력도 없어 글을 쓸 수 없다고.
보기엔 그렇지도 않은데.
이맹희씨(1931-2015)의 자서전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사카린 사건이후 퇴출되었고,
한때 차남 이창희씨(1933-1991)가 3년 삼성을 운영.
이병철씨는 3년이 지나자 이시영씨의 진단서를
붙여 퇴출시켰고. 결국 혈액암으로 사망.
남자에겐 경쟁과 책임이 따르는 일.
김종완선생은 나이가 들면 자서전을 쓸 필요가
있다 하고. 자손들에게 부모를 생각하는
계기도 만들어 주고.
김재원친구의 수필집은 결국은 그의 자서전.
아버님을 중심으로 가족과 친척 그리고
지인에 관한 이야기.
김종완선생의 도움이 아주 컸다고.
한 권을 더 써 막내 외손자에 관한
이야기도 넣을 계획이라고.
두 외손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했으니까.
공감과 연민, 배우자에 대한 얘기도 했다.
늙어서 손잡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이상적이라는.
허기야 요즈음도 집에서 나올 때 부인에게
입맞춤하며 나오는 친구가 둘이나 되니.
돌싱(돌아온 싱글)들이 1박 2일 하는 것?
에세이스트사 별채로.
사무실은 운형궁 맞은편 천도교수운회관에 있다고.
눈쌓인 고향에 온 느낌.
이곳기온은 요즈음 영하 21도 아래로 떨어졌고
재작년엔 영하 32도까지 떨어졌다고.
갓 쑨 도토리묵, 미꾸리튀김, 새우튀김,
도라지튀김에 양동막걸리로 시작.
양동막걸리 맛은 옛날 그대로.
이곳에서 편집진 남녀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에
떡국. 배부른 도자기컵에 배부른 도자기그릇으로
먹었더니 배불뚜기가 되었다.
염치없이 잘 먹었습니다.
에세이스트사는 격월간으로 수필지,
에세이스트를 발간한다.
올가을엔 이곳에서 수십명 회원들이
같이 김장을 하였다고.
전국에 지부가 있고 돈독한 모임을 이어간다고.
김종완선생이 편저하고
2010년 4쇄하고 이후 발간하지 않은 귀한 책,
(을유문화사)
그리고 뽑아낸지 얼마 되지않은 가래떡을
선물로 받았다.
양동역까지 배웅도 받고.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두 분.
녹았던 세상이 다시 얼기 시작.
'착하게 굴지 않아도 아침은 머리맡에
놓인다 엽서는 온 나라를 돌고 돌아 느
리게 도착하고 그즈음엔 모서리가 닳아
모든 말들은 둥글다 행인들은 목적이
없어 난생처음 제 속도로 걷고 너의 찢
어진 주머니에서 굴러 나온 팥알들을
모두가 말 없이 주워 손바닥에 얹어준
다 신발끈은 헐겁고 사람들은 너그러워
마치 한 번쯤 죽어본 것처럼'
(홍인혜, 1982-, 묠란드)
아파트가 들어섰고
하루 정말 행복하였네,
재원친구 고맙네.
길동무되었던 소현친구, 고마웠고.
새해는 느리고 둥글고 헐겁고 너그러운
묠란드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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