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난해한 시인 김수영(2013.8.11)

난해 2017. 8. 16. 16:55

 

  도봉산을 오를 때마다, 김수영(1921-1968)시인의 시비가 왜 여기 있지 했었는데--

폭염 속에서 산행 대신, 그의 부인 김현경(1927-)의 에세이 '김수영의 연인'(책읽는 오두막, 2013)을 보고,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의 난해한 시도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박인환시인을 별로로 생각하는 시인이었기에

 나도 별로로 생각했었다.

 

  영원한 청년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6.25 때  인민군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비운을 겪었다.

 

  정전후 도봉산기슭에서 부부가 양계도 했고, 번역, 시작으로 생계를 이끌어 갔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사물과 현실을 바로 보려는 그의 정신은 높히 평가받고 있다.

 

  원고료를 타서는 문인들과 술한잔하며 다투기도 하다, 밤늦게 귀가하는 길,

버스에 부딪쳐 교통사고로 타계했다고 한다.

 

  그의 시중 가장 이해하기 쉬운 시 한편 소개하려한다.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내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튿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槪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황홀(恍惚)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김수영의 性)

 

                 *모든 작품들은 부인에게 보여주었는데, 이작품만은 사후에 부인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