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

시월을 보내며

난해 2020. 11. 1. 19:00

 

거리에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이 흐르면

분위기가 썰렁해지지만

 

서울 근교는 아직 김동규의

'어느 시월의 멋진 날에' 분위기,

녹색, 노랑, 빨강, 갈색이 어울리는.

 

 

 

 

11월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남양주 와부읍 율석리에

있는 카페 여여(如如)를 찾았다.

 

남양주에 연고를 두고 있는 회원들

여럿이 추천한 장소.

 

 

 

 

주차장을 쉽게 우리 말로 표시.

 

벌써 은행잎이 잔득 떨어져 있었고

붉어지기 시작한 단풍나무의 잎과 어울렸다.

 

카페 여주인의 말로는

낙엽을 일부러 쓸지 않는다고.

 

사람 사는 동네의 가을은

은행나무 잎이 물들면 그때서야 시작된다.

 

 

 

 

2008년 사진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초보. 얻은 것은 동호회 회원들과의 인연.

 

위기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분위기 있는 모임.

막내와는 20년 훨씬 넘는 연령 차이가 있고.

 

 

 

 

젊은 회원들은 사업, 직장에 매달리고,

나는 조그만 소니 카메라에 의지하다보니,

나 뿐 아니라 모처럼의 출사에 당황한 모양.

 

본체와 렌즈 접속 부분에 녹이 슬고

카메라 작동법을 잃어버려 애먹었다.

 

 

 

 

단풍잎들도 단풍 드는 모습이 제각기.

이러한 모습이 빨간색 일색의 모습보다 좋다.

 

가장 좋을 때의 단풍 구경이랄까.

우리의 늙어가는 모습도 제각기겠지.

 

 

 

 

붉지는 낳지만 이런 모습도

마음에 들고.

 

 

 

 

 

카페 주위를 맴돌다

인근에 있는 백천사로.

 

통일신라 왕자, 김교각스님(697-794)을 받든 사찰.

성덕왕의 첫째 아들이었던 그는 당나라에

출가, 그곳에서 명성을 얻었다고.

 

 

 

 

국화도 단풍이 들었나.

여자 주지스님의 세심한 손길이 이곳저곳에.

 

이절에는 찜질방도 있다고.

 

 

 

 

단풍에 물들어가는 동자승,

 

 

 

 

그리고 고운 소녀의 미소.

 

 

 

 

돌확에 던져놓은 국화 한 송이,

누구의 작품일까.

 

 

 

 

그 누가 산에 불을 질렀을까.

 

 

 

 

소나무는 더 싱그러워지고.

 

 

 

 

주위의 황홀함에도

세상의 고뇌를 홀로 지고있는 여인.

 

그리스신화 중,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과 같다 할까..

 

신에 대한 최선의 반항은

그 삶을 끝까지 이어 나가는 것.

 

 

 

 

고난 끝에 득도를 한 모습.

 

 

 

 

익어가는 가을 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왕벌을 위해 분투하는 일벌.

 

 

 

 

프로기질을 보이는 여회원.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안도현, 1961-, 단풍)

 

 

 

 

철 모르고

피어있는 철쭉.

 

 

 

단풍 대열에 참여한 담장이 넝쿨.

앞서가는 선두는 추위에 기가 꺽였다.

 

 

 

 

이날 들은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라비앙 로즈(장비빛 인생)는 왜 그리 애잔한지.

 

'그가 나를 품에 안고 가만히 내게 속삭일 때

나에게는 장미빛으로 보이지요.'그녀가 이브 몽땅

(1921-1991)과 사랑에 빠졌을 때 부른 노래인데-

 

147cm의 키, 그녀의 불행한 어린 시절과 말년,

치열했던 삶, 고뇌에 찬 목소리 때문일까.

 

여인들이 그녀의 이노래를 들으면

왜 눈물을 머금는지.

여인들도 불행한 처지이니까?

 

 

이브 몽땅의 노래, '고엽'은 대히트를 쳤었다.

 

 

 

 

연못의 수련도

곧 닥칠 겨울을 예고하는 듯.

 

 

 

 

우리가 카페 여여로 자리를 옮기니

자연염색을 한 옷을 입은 여주인,

바지런히 움직였다.

 

 

 

 

카페 주인 내외.

남편은 밭일로 바빴다.

 

 

 

 

카페 안의 국화꽃.

곧 양지가 그리울 테지.

 

여여(如如)는 한결같고 변함이 없는 것.

불교용어로는 진여(眞如)와 같은 말로

불교의 궁극적 진리, 만물의 본체를 말한다.

 

변화하는 세계의 변화하지 않는 존재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

 

 

 

 

카페 안에서 밖을 보니-

 

사람들이 카페 여여를 좋아하는

까닭을 알 듯하다.

 

 

 

 

정성을 넣은 대추차와 커피.

 

 

 

 

차를 마시고, 서로 찍은 사진을 돌려보고.

잠시도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이날 16명 회원 중 6명 참석.

 

 

 

총무일을 오래 했던 선희씨가 운영하고 있는

화도읍 차산리 두부집, 아우네 가는 길,

앞에는 이 전회장의 차가 달리고.

 

나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의

트럭을 타고 뒤를 따르고 있었고.

 

바쁜 와중에 취미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부럽다.

 

 

 

오랜만에 선희씨 내외도 만났고

우럭젓국에 두부전골.

 

양도 많고, 속초댁의 솜씨도 여전했고.

뜨끈한 복분자차 마시며 옛날 정담도 했다.

 

2012년 동아리에서 '아줌마들 사진과 바람나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하였더니, 문화방송이었던가

대표로 두 아줌마의 집을 방문, 취재를 했었다.

 

그중 한 아줌마가 선희씨.

이 전회장과 나는 아줌마가 되었었고.

 

 

 

 

모두들 헤어지고, 덕소역 가는 길에 남양주

와부읍 월문리에 있는 묘적사(妙寂寺) 방문.

 

절가는 좁은 길이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여간 길지를 않다. 여름이면 절 가는 계곡에

피서객들이 많았었는데-

 

무영루(橆影樓)를 거쳐 대웅전으로.

그림자가 우거진 누각?

설법이 있을 때 신도들이 많았다는 뜻인가.

 

 

 

 

절에는 탬플 스테이를 하는지

젊은이들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대웅전 좌우의 은행나무.

 

좌측이 숫나무, 우측이 암나무.

한 처사가 은행열매를 수확하고 있고.

외양으로 암수를 구분하는 것이 참 어렵다.

 

 

 

대웅전 앞의 팔각다층석탑은

조선초기의 석탑.

 

 

 

 

지붕 위에도 은행 잎이 쌓여 있었고.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을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곽재구, 1954, 은행나무)

 

 

 

 

 

묘적사라 고양이가 있는 것은 아닐 테고.

 

 

 

 

가을 속의 절당,

자연스럽게 휘어진 통나무 기둥들이 돋보였다.

 

 

 

 

무영루 현판과 같이 대웅전 현판도

예사스럽지는 않다.

 

묘적사는 문무왕(661-681재위)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하나 뚜렷한 기록이 없는 듯.

 

임진왜란때 유정이 승군훈련장소로 사용했고

전란 후 승려들이 무과시험을 준비하는 훈련장,

왕실 산하 비밀요원의 훈련장소였다고.

 

묘적사는 묘적산(백봉산)의 남쪽 골짜기,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다.

 

 

 

 

삼성각에서 바라본 절동네.

 

 

 

 

이곳의 단풍도 한창이었고.

 

 

 

 

대웅전 들어가는 옆문의 무늬,

그리고 구두 한 켤레.

 

 

 

 

깊은 산 속의 절마당 같은 정경.

 

 

 

 

도련님이 신사가 되었다.

 

 

 

 

계곡의 물은 돌고 돌아.

 

빨갛고 노란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브 몽땅의 고엽이 생각나죠.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요

아무 소리내지 않고 아주 슬그머니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새겨진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들을 지워버려요

 

낙엽이 무수히 나뒹굴어요

추억과 후회도 마찬가지로'